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달 27일 문제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한국일보 승명호 회장과 각별한 사이라는 사실을 과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일보는 녹취록의 내용이 맞다고 확인했지만 이 발언과 기사 누락이나 사과 사고와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12일 미디어오늘이 복수의 취재원으로부터 확보한 녹취록의 미공개 부분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한국일보 승 회장? 그 형 은호가 (나와) 보통 관계가 아니다, 나는 그 양반이 한국일보 맡을 줄 몰랐다, 도지사 그만 두고 일본 갔었을 때 가 있던 집이 승 회장 집이야”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지가 어떻게 죽는지도 몰라요”라는 문제의 발언을 한 직후였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29일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이달 2일 승명호 동화그룹 회장을 한국일보 회장으로 선임한 바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완구 후보자는 충남 지사를 그만두고 일본에 체류하던 시절 승 회장의 형인 승은호 코린도 회장의 집에 7개월 가까이 머물렀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한국일보 승명호 회장 그 사람 형 승은호 회장, 내가 도지사 그만두고 일본 가 있었어요. 7개월 동안. 일본에 가 있던 집이 승 회장 집이야. 세상이 다 이렇게 엮여 있다고. 모른다고, 어떻게 될지. 이게 무서운 얘기 하는 거야. 60 넘어가면 어디서 어떻게 엮일지 몰라요.”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이어 김아무개 전임 한국일보 부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러니까 인생사라는 게 서로들 얽혀 있어서 함부로 하면 안 돼. 대한민국 사회는 특히. 그래서 내가 언론인들 많이 챙깁니다. 김○○이도 지금 ○○○ ○○하고 있지? 그러니까 여기까지 40년 지탱하고 살아온 거지. 우리나라 정치판이 얼마나 어려운데.”라고 밝혔다.

   
▲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사진=이치열 기자
 

이 후보자는 이어 “침착하게 남을 도와주는 마음으로 가면 언젠가는 그게 리턴이 돼요. 막 그렇게 해버리면 나도 데스크로 가는 거지. 나도 나 살려고 할 거 아니야. 빼 하면 뺄 수밖에 더 있어? 그렇지 않소 세상사가.”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의 발언은 실제로 이 후보자가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 죽는지도 모르게 한국일보 기자의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일보는 자사 기자가 이 녹취록의 내용을 정리해 사내 보고에 올렸는데도 기사화하지 않았고 해당 기자가 녹취록을 야당 의원에 넘긴 데 대해 사과 사고까지 내보내 숱한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고재학 한국일보 편집국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한국일보 기자가 있어서 과시성 발언을 한 것으로 현장 기자도 그렇게 느꼈고 정치부 데스크도 그렇게 판단해 편집회의 안건으로 안 올렸다”고 설명했다. 고 국장은 “이 후보자와 승명호 회장은 일면식도 없고 승 회장과 친하다고 해서 보도를 안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해명했다.

(후속 기사 이어집니다. 편집자주)

(일부 기사 수정 2015년 2월12일 오후 4시20분. 이완구 후보자는 한국일보 회장의 형 승은호 회장과 친하다고 강조하면서 승명호 회장과도 친분을 시사하고 있는데, 의미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제목을 "한국일보 회장"에서 "한국일보 회장 형"으로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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