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박원순 서울시장 공관을 지난 8일 가회동으로 이전하자 보수단체와 일부 종합편성채널에서 이를 ‘황제공관’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보수진영에서는 공관 전세가 28억원이라 호화공관이라는 점과 가회동으로의 이전이 대권 행보와 관련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서울시는 두 가지 지적이 모두 사실관계와 다른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2년간 28억 원의 전세계약을 맺고 서울시 공관으로 이주했다. 지난 8일 한국자유연합 등 10여개 보수 단체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더 이상 서민을 친구라고 말하지 말라”고 비판했고, TV조선과 채널A가 나서 이들의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지난 9일 채널A에서 조수진 정치부 차장은 “재선을 앞두고는 싼 은평구로 이사했고 얼마 지나니 호화 소리가 나올 만한 가회동으로 이사했다”고 말했다.  

   
▲ 지난 8일 이사를 마친 서울 가회동 서울시장 공관. (사진 = 서울시 제공)
 

이에 서울시 이혜경 총무과장은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비교를 하려면 임시로 사용하던 은평 공관이 아닌 33년간 운영하던 혜화동 옛 공관과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1981년부터 사용했던 혜화동 옛 공관은 시세 120억~150억 정도다. 서울시장은 혜화 공관을 사용하다가 한양도성 보존과 시민들을 위한 역사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사가 불가피해졌다. 서울시는 미분양됐던 은평 공관에 임차해 들어갔다가 계약기간이 만료되자 가회동으로 이사하게 됐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시청과 12분 거리로 단축해 긴급상황 발생시 신속한 현장 대처가 가능하다”고 가회동 공관 선택의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에 지난 9일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채널A와 인터뷰에서 “종로, 용산 등 시청과 가까운 곳이 많은데 하필 가회동”이라 지적했다. 

또한 같은날 채널A는 풍수지리학자의 말을 인용해 “가회동 공관 800m 이내에 이명박 대통령과 대권에 두 번이나 도전했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전 사저가 있다”며 “가회동 공관과 그 뒷집이 가장 좋은 길지”라고 보도했다. 또한 “좋은 명당자리기 때문에 본인이 의도했든 아니든 대권과 관계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지난 9일자 채널A 보도 화면 갈무리.
 

  
이에 서울시 대변인실 유재명 팀장은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공관은 제2의 집무실이고 시청과 거리, 비용 등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 임대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학)도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대선이 아직 많이 남았고 소통의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박원순 시장의 스타일과도 맞지 않는다”며 “(가회동 공관 이전을) 대권행보로 보기에는 논리 비약이 있고 풍수지리학자를 통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비과학적” 이라고 말했다.  

호화공관 논란에 대해 다른 언론들은 오히려 오세훈 전임시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아시아경제는 9일 <28억 시장공관, 진실과 논란>에서 “한남동 시유지에 새 공관을 지었는데 오 전 시장이 2008년 이곳의 용도를 바꾸면서 상황이 꼬였고, 2012년 취임한 박원순 시장이 임대 공관을 전전하는 떠돌이 신세가 됐다”고 보도했다.  

같은날 헤럴드경제, 오마이뉴스 등 다른 언론들도 장관급 예우를 받는 다른 공직자들의 공관을 가회동 공관과 비교하며 저렴한 가격이라는 점을 보도했다. 헤럴드경제는 <서울시장 공관 ‘황제공관’ 맞나?>에서 “어차피 비난 받을 바에 이참에 좀 근사한 공관을 만들어 후임시장은 부담 없이 입주할 수 있게 해주었으면 어땠을까 싶다”며 오히려 저렴한 공관을 얻은 데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혜경 총무과장은 “한번 들어가면 수십 년을 사용하게 될 지도 모르는 공간이라 적합한 공간을 알아보고 있다”며 “전세계약 기간동안 가회동 공관이 매입하기 적정한지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다른 곳도 신중하게 고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가회동 공관은 대지 660㎡(200평), 건물 405.4㎡(122평) 규모로 대지 1628㎡(493평), 건물 520㎡(157평)인 기존 혜화동 공관이나 대지 3012㎡(911평), 건물 2966㎡(897평) 규모로 이명박 전임 시장이 신축 공관 계획을 수립했던 한남동 파트너스하우스보다 작은 수준이다. 

또한 대지 1만8006㎡(5447평), 건물 2437㎡(738평)인 부산시장 공관 등 다른 지방자체단체장의 공관이나 대지 1만5014㎡(4542평), 건물 2278㎡(683평)인 국무총리 공관 등 시청 인근 다른 정부기관의 공관보다도 작은 규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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