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천안함, 남북간 접촉 등에 대한 비사를 담은 ‘대통령의 시간’이라는 회고록을 낸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한 시민단체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한편, 책의 배포중지가처분신청을 냈다.

강경자(53) ‘이명박 심판을 위한 범국민행동본부’ 본부장과 김응만 경찰무궁화클럽 고문 등 5인은 9일 오후 이 대통령과 회고록에 대해 서울남부지검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각각 고발장과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이 전 대통령이 ‘2009년 11월 7일, 개성에서 있었던 남북 실무접촉에서 북측이 정상회담 조건으로 우리 측이 옥수수 10만 톤, 쌀 40만 톤, 비료 30만 톤을 비롯해 아스팔트 건설용 피치 1억 달러어치를 제공하고 북측의 국가개발은행 설립 자본금 100억 달러를 우리 정부가 제공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335쪽)고 쓴 대목을 들어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통령기록물을 열람, 발췌 기록해 대적관계인 북한과 있어왔던 비밀 내용을 그대로 기재했다”고 지적했다. 

“2010년 3월 26일 오후 10시 30분경 나는 급히 청와대 지하 별관의 상황실로 이동하면서 ‘북한이 일을 저지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뇌리를 스쳤다. 상황실로 도착하니 TV에서는 천안함 침몰 소식이 보도되고 있었다”는 대목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지목됐다.

이들은 가처분신청 이유서에서 “대통령 자서전이 신중함과 공정성 뿐 아니라 명백한 사실로만 서술돼야 하나 이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 사실과 다른 명백한 거짓을 기술해 훗날 후손에게 전해질 역사를 왜곡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이명박의 자서전을 막지 못한다면 우리는 후손들에게 왜곡된 역사를 넘겨주는 또 하나의 죄를 더 짓게 되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대통령 임기 중에 자신이 저지른 만행과 과오들을 정당화하려고 자서전을 통해 또 다른 거짓말들을 쏟아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그의 회고록에 대해 배포중지가처분신청을 낸 강경자 이명박 심판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장. 사진=서울의소리 영상 갈무리
 

이 같은 고발과 가처분신청을 낸 강경자 이명박심판운동본부장은 1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 전 대통령의 거짓 주장에 대해 생각만 갖고 있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있다”며 “어느 누군가는 짊어지고 가야 하지 않는가라고 생각해 법적 대응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강 본부장은 “막대한 혈세를 거둬 엉뚱한 4대강, 자원외교 등지에 뿌린데 대해 (반성은커녕) 책을 통해 합리화만 한 것을 보면서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책 내용에 대해 강 본부장은 “노무현 정부때 한미FTA 이면계약서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나, 자신의 임기 때 경제가 활성화됐다고 주장한 것은 사기 수준”이라며 “대통령직에서 물러난지 많은 시간이 흘렀으니 이제는 진실되게 말할 만도 한데도 끝까지 정당화만 했다”고 주장했다. 

자칫 보여주기식 고발로 끝나는 것 아닌지에 대해 강 본부장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실을 알리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 이명박 전 대통령. ⓒ 연합뉴스
 

한편 강경자 본부장의 남편은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현 이명박 심판 범국민운동본부)에서 카페지기로 활동하다 간암말기로 2012년 3월 생을 마감했다고 강 본부장은 전했다. 그의 남편은 숨지기 2~3년 전 쯤엔 가리봉동에서 열린 기륭전자 비정규직 시위에 동참했다가 경찰이 휘두른 곤봉에 눈을 맞아 한 쪽 눈이 거의 실명상태가 되기도 했다고 강 본부장은 전했다. 

강 본부장은 “남편이 고인이 된 뒤 목숨을 끊을까도 생각했으나 이 전 대통령의 과오를 심판해야 한다는 남편의 유지를 잇기 위해 이 일을 계속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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