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면 실종 한 달, 국민TV에 무슨 일이 있었나’란 제목의 2월 3일자 미디어오늘 방담기사가 나간 이후 한 통의 긴 문자를 받았다. “이번 기사, 너무 속상합니다.” 국민TV에서 일하는 언론인 A씨였다. 5일 그를 만났다.

A씨는 국민TV 콘텐츠에 대한 미디어오늘 기자들의 비판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방담기사 본문 중 “(노종면 전 국민TV 방송제작국장이) 무기력한 국민TV경영진에 환멸을 느낀 거 같다”는 해석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A씨를 통해 노종면 전 국장이 국민TV를 떠나게 된 과정을 들었다. 그는 “국민TV 내부에서 노종면 국장이 만들어온 ‘뉴스K’의 콘텐츠 질에 대해선 아무도 문제제기하지 않았지만 뉴스 포맷에는 이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뉴스포맷은 대안언론을 표방하는 국민TV 입장에서 생존과 직결되는 절박한 논쟁지점이다. 

노종면 전 국장은 지난해 말 국민TV 방송평가토론회에서 뉴스K 콘텐츠 포맷과 관련해 “친구들에게 보여줬을 때 떳떳한 방송을 만들고 싶다”며 방향성을 밝힌 바 있다. 기성언론과 유사한 뉴스 포맷은 일반대중을 향한 뉴스확장성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국민TV 인력과 시설 등 제작여건이 노종면 전 국장이 추구하는 콘셉트를 받혀줄 수 없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 국민TV 뉴스K의 한 장면.
 

A씨는 “우리가 TV방송을 시작한다면 우리 방송을 볼 이유를 찾게 했어야 했다. JTBC ‘뉴스룸’은 종합뉴스쇼, 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는 탐사보도영역을 갖고 있다. 우리는 국회에 중계진을 보내는 대신 데일리 소스를 갖고 특정 이슈에 집중하는 데일리 뉴스타파를 추구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뉴스 포맷 변화가 필요하다는 내부 요구가 있었으나 노종면 전 국장이 소통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의 말이다. “뉴스K 스튜디오 세팅과 기자교육 등 방송제작 관련 모든 업무가 노종면 전 국장의 의지에 따라 이뤄졌다. 스튜디오 세팅에 매몰된 비용이 14억이다. 조합의 영속성을 생각했을 때 너무 많이 투자했다. 뉴스타파 스튜디오가 1억 4000만 원 대라는 걸 최근에 알았다…. 노종면 전 국장은 국민TV를 앱도 못 만드는 허접한 조직으로 묘사했다. 검토과정이 있었지만 돈이 없어 안 만들었다. 앱 얘기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서영석 미디어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 1월 팟캐스트 ‘새가 날아든다’에 출연해 “앱을 만들어 우리가 팟빵에 있던 국민TV 트래픽을 가져오면 추가적인 트래픽 예산을 감당해야 했다. 혹자는 월 5천만 원이 더 들 거라고 했다. 과도한 트래픽을 감당하는 팟빵이 없었다면 지출이 더 많았을 것이다. 작년 한 해는 모든 예산이 뉴스K에 투입됐다. 예산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콘텐츠 확장성의 문제는 총체적인 우리 역량의 문제”라고 밝혔다.  

복수의 국민TV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노종면 전 국장은 지상파에 맞설 대안 방송을 정통뉴스 스타일로 만들고자 했다. 이런 입장은 국민TV 상황에 맞는 게릴라 스타일의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며 뉴스 포맷 변화를 요구한 입장과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노종면 전 국장은 이러한 갈등이 방송제작국장인 자신의 권한을 흔드는 행위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방송제작국이 건물 9층에, 사무국 등이 6층에 위치하며 국민TV 내부갈등은 ‘9층과 6층’의 갈등으로 표면화됐다. 
  

   
▲ 국민TV 뉴스K의 한 장면.
 

그는 노 전 국장이 협동조합 행사 참여도 미온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여기는 수많은 사람이 생업을 펼치는 회사다. (노종면 전 국장은) 조직의 한 사람으로서 마인드가 없었다.” 노 전 국장에 대한 국민TV 내부의 부정적 기류가 어디서 기인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던 중 지난해 말 방송제작국에서 라디오국을 분리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A씨는 “조합원들을 위해 보이는 라디오라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노 전 국장은 처음엔 라디오국 분리에 찬성했지만 반대하며 입장을 번복했다. 이사회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라디오국을 분리하자 노 전 국장이 강하게 항의했다”고 말했다. 

이후 노 전 국장은 휴가를 냈다. 휴가기간 중에는 뉴스K 생방송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구성원과 협의 없는 일방 통보”라는 조상운 국민TV 사무국장의 비판이 제기됐다. 이후 노종면 전 국장이 휴가 기간 중 사표를 냈다. 전화기를 바꾸고 SNS계정을 없앴다. A씨가 밝힌 사건의 전말이다. 국민TV 내부가 친노(親노종면)와 비노(非노종면)로 갈리며 갈등이 격화된 결과다. 노 전 국장 사퇴 후 방송제작국에서 여러 명이 회사를 나갔다. 

서영석 미디어협동조합 이사장은 팟캐스트를 통해 “뉴스K가 안착되기 전에 선장이 사표를 내고 나갔다면 지속성을 걱정할 수 있다. 외압이 작용한 게 아니냐, 쫓겨난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한 뒤 “제가 얘기가 어려운 대목이 있다. 뉴스K의 지속성에는 문제없다. 빈자리가 크지만 방송이 중단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민TV는 현재 TF를 구성해 4월 1일 TV‧라디오 개편을 목표로 각종 논의를 진행 중이다. 4월 1일부터 ‘뉴스K’ 포맷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미디어오늘이 지적했듯 ‘진보 종편’에 근접한 포맷이 될 수도 있다. 

   
▲ 국민TV 뉴스K의 한 장면.
 

A씨는 국민TV가 진영언론이란 지적에 대해 “미디어오늘도 진영언론처럼 보인다”고 답했다. 그는 “공정언론의 기준을 찾기 어렵다. 어떻게 언론이 공정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진영언론이 불법은 아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국민TV 내부에선 차라리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자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했다. 다수의 조합원이 특정 정치세력의 집권과 통치를 지지한다면, 조합원의 이해를 반영하는 미디어협동조합의 구조적 특성을 반영해 정치적 입장을 공표하는 것이 문제될 것 없다는 맥락이다. A씨는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면이 있다. 우리는 조합원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A씨는 국민TV 라디오의 편성 및 프로그램에 대한 외부의 비평에 대해선 “라디오는 (방송뉴스와 달리) 재기발랄한 영역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내부에 있다”고 답했다. A씨는 노종면 전 국장 사표제출 이후 ‘뉴스K’ 제작에 차질이 빚어진 적이 없고, 조합원 이탈도 눈에 띄지 않는다며 국민TV가 생존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A씨는 국민TV가 개편 이전인 3월까지는 노종면 전 국장 사퇴와 관련한 일련의 논란을 ‘정리’하는 공개적 자리를 마련할 계획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국민TV 방송제작국장 사퇴와 관련, 노종면 전 국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노종면 전 국장은 4일 오전 본지 기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누군가 사실관계를 왜곡하지 않는 한 제 입으로 말할 일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미디어오늘의 지난 기사가 큰 틀에서 사실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국민TV에서 일하는 언론인 B씨는 “(노종면 전 국장이) 국민TV를 위해 입을 닫는다고 했지만 정말 아닐 때는 말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18대 대선 직후 대안방송에 대한 열망으로 탄생한 국민TV 미디어협동조합이 현재 처한 위기와 비판을 극복하고 최초의 설립 목적에 맞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편집자주 2015년 2월6일 오후 8시, 기사 일부 수정. 기사가 나간 뒤 뉴스타파에서 뉴스타파의 스튜디오 제작비는 1억5000만원이 아니라 5000만원이라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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