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측이 박지만 EG 회장과 조모 세계일보 기자, 청와대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법정에서 정윤회 문건을 둘러싼 2차 공방이 벌어질지 주목된다.

6일 서울중앙지법 제28형사부(부장판사 김종호) 심리로 열린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조 전 비서관 측이 박지만 EG 회장, 조모 세계일보 기자, 오모 전 청와대 행정관, 박 회장의 측근인 전모씨, 권오창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조 전 비서관)이 증인을 신청했다.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와야할 수도 있는 증인들”이라고 말했다.

   
▲ 박지만 EG 회장. ⓒ연합뉴스
 

지난해 말 정국을 달궜던 정윤회-십상시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 검찰은 정윤회 문건이 허위이며, 조 전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 등이 허위 문건을 작성해 유출했다고 결론지었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서로 공모해 청와대 내부 문건을 유출해 박지만 회장에게 건넸다며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무성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소속 한모 경위는 공무상 비밀누설과 방실침입‧수색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의 이러한 결론으로 정윤회씨와 ‘문고리 3인방’은 허위문건 및 유출의 피해자가 됐고,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 한모 경위는 피의자가 됐다. 그러나 피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만큼, 사건의 주요 관계자들이 법원에 증인으로 출두할 경우 정윤회 문건을 둘러싼 2라운드가 펼쳐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지만 EG 회장은 청와대 문건을 전달받은 당사자이며, 오모 행정관은 조 전 비서관의 부탁으로 정호성 제1부속실 비서관에게 외부로 유출된 청와대 문건 사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비서관 측이 문건 유출을 청와대에 알리려 했으나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권오창 전 비서관은 조 전 비서관의 후임이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 및 문건 작성 등이 공직기강비서관실의 통상적 업무였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이 박 경정에게 청와대 내부문건 17건을 유출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전 비서관 측은 이날 법정에서 17건의 문건 중 6건의 문건의 경우 박 경정에게 유출하라고 지시한 점을 인정하지만, 나머지 11건의 문건은 유출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유출을 부인한 문건은 ‘정윤회 동향보고’ ‘VIP 방중 관련 현지 인사 특이 동향 보고’ 등의 문건이다.

조 전 비서관 측 변호인은 “6건의 문건을 박관천을 통해 박지만에게 알려준 사실은 인정한다. 이와 같은 행위가 업무의 일환이기에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는 판단해 봐야한다”며 “나머지 11건의 문건에 대해선 지시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사진=CBS 노컷뉴스
 

변호인은 또한 “문건 모두 법리상 대통령기록물도, 공무상 비밀이 담긴 문건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대통령직무수행과 관련해 작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내용이 알려진다 해도 국가의 기능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정도로 위험하지 않은 것’은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추가 증거 자료로 NLL 대화록 유출 사건 관련 판결문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 판결문 안에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법리적 해석이 담겨있을 것”이라는 점이 이유다.

박 경정 측 역시 ‘정윤회 동향보고’ ‘VIP 방중 관련 현지 인사 특이 동향 보고’ 문건 등을 박지만 회장에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나머지 문건에 대해서는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다.

박 경정 변호인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통상적인 업무절차가 조응천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져왔으므로 이 건도 당연히 조응천 지시로 행해진 것”이라며 “문건을 전달한 것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업무 일환이었을 뿐 불법으로 유출한다는 인식자체가 없었으며, 조응천과 공모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또한 “박지만 회장 관련 문건은 공무상 비밀로 볼 수 없으며, 볼 수 있다 해도 누설한다는 인식이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음번 공판 준비기일은 오는 27일 오전 11시다. 재판부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3월 13일 공판을 시작해 매주 금요일마다 공판을 열어 사건을 심리할 예정이다. 치열한 공판이 예상되는 만큼 1주일에 2-3회 공판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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