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으로 논란이 됐던 삼성전자서비스 진주센터가 재개장하게 됐으나 11개월 계약에 6개월 수습기간을 두는 근로계약서를 제시해 노동조합이 “사실상 노조활동 방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해 10월 진주센터는 경영난 등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가 최근 거창센터 사장에게 인수 돼 재개장 하게 됐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따르면 재개장 하는 진주센터 수리기사들은 지난 달 말 ‘이상한’ 근로계약서를 받았다. 먼저 지금까지는 없었던 계약기간이 명시돼 있었다. 계약기간은 2015년 2월 1일부터 2015년 12월 31일로 11개월가량이다. 지금까지 수리 기사들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소속이긴 했지만 정규직으로 일했다. 

11개월 근로계약 중 6개월이 수습기간인 것도 문제라고 지회는 지적했다. 해당 근로계약서를 보면 “수습기간 중 업무 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부적격하다고 판단 시 회사는 수습기간 중 또는 수습기간 종료 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기존 진주센터 수리기사들은 경력과 무관하게 수습으로 채용되며 경력 또한 인정받지 못 한다. 

하지만 진주센터에서 일하던 수리기사들은 ‘수습’으로 보기 어렵다. 이들은 해당 센터에서 짧게는 2년, 길게는 20년 이상 일한 숙련 노동자다. 게다가 이런 조건의 근로계약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회는 주장했다. 협력업체 사장이 바뀌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수리기사들의 근로조건에는 변동이 없었다. 모든 조건을 그대로 둔 채 사장만 바뀌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따라서 진주센터 수리기사들은 근로계약을 거부하고 있다. 25명의 조합원 중 생계가 어려운 6명은 기존보다 열악한 노동조건에도 계약을 체결했지만 나머지 19명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정우 진주센터 분회장은 3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노예계약으로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적어도 계약기간 부분은 삭제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수순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홍명교 지회 교육선전위원은 “말 잘 듣고 실적 좋은 사람만 계약 연장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사실상 노조하면 자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 분회장도 “노조 활동을 하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하면서 입사하도록 한다”며 “식물 노조가 되거나 노조를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회가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는 이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해 3월 해운대센터, 이천센터, 아산센터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회에 따르면 당시 이 중 한 센터에서는 조합원들에게 폐업을 통보한 반면 비조합원들에게는 “2~3달만 기다리면 다시 열테니 그때까지 기다려라”라고 말했다. 조합원을 배제하고 재개장 하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실제 이 같은 소위 ‘위장폐업’은 협력업체의 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원청의 ‘카드’로 종종 쓰였다. 대법원은 2010년 “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노조 설립 이후 노조간부와 조합원에 대해 하청업체 폐업이라는 방식으로 사업장에서 배제한 것은 정당한 노조활동에 대한 지배·개입 행위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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