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일 ‘정책조정강화 관련 회의’를 긴급하게 열었다. 연말정산, 건강보험료 파동, 주민세·자동차세 인상 추진 백지화 등에서 노출된 정책 혼선과 컨트롤타워 부재 비판이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국정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고육지책이다. 정부는 최근 여권에서 벌어진 잇단 정책 혼선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책 조정 회의체’를 긴급 신설했다. 연말정산 파동과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선 백지화 등의 난맥 때문이다. 이번 청와대 조치를 두고 신문사는 대체로 부정적 의견을 냈다. 아래는 2일자 전국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청‧내각, 정책혼선 사과…“소통” 뒷북>
국민일보 <우왕좌왕 정책…‘컨트롤 타워’ 만든다>
동아일보 <의료관광 큰 시장이 흔들린다>
서울신문 <비상 걸린 청‧내각…정책조정기구 만든다>
세계일보 <청‧내각 조율 강화…국정 혼선 막는다>
조선일보 <갈등 풀어줄 ‘어른’이 없다>
중앙일보 <63% 민심의 명령…대통령이 변할 때다> 
한겨레 <정부 또 땜질처방 ‘건보재정 위협’>
한국일보 <‘증세 없는 복지’ 고집 속 정책협의회만 또 신설>

정책회의 이미 6개나 있는데…2개 더 만들어 소통 강화?

   
▲ 한국일보 4면.
 

청와대와 정부는 주말인 1일 긴급회의를 열어 정책 조정 시스템 강화 방안을 논의한 끝에 청와대와 정부 간 정책조정협의회와 청와대 내 정책점검회의를 새로 만들어 수시로 회의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정책을 논의하는 여권 내 회의체는 여덟 개로 늘었다. 한국일보는 “1일 결정은 정책 논의 과정에 청와대가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정도의 의미가 있다. 여권 내 강한 정책 사령탑이 없어 정책을 놓고 당ㆍ정ㆍ청이 우왕좌왕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그러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설득과 양보를 적절히 구사하려는 청와대의 인식 변화가 없는 한 회의체 신설은 고식지계(姑息之計)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건보료 개편은 정부가 여당과 상의 없이 밀어붙이려다 말을 꺼낸 지 하루 만에 접었고, 연말정산의 경우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한 것에 대한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는 바람에 여당이 초유의 소급 적용을 주장하면서 누더기가 됐다. 군인ㆍ사학연금 개혁과 주민세ㆍ자동차세 인상 등을 둘러싼 말 뒤집기도 정책 추진 주체 간의 소통 부재에서 비롯됐다. 

한국일보는 “이런 상황에서 정책 회의체들을 새로 만들고 회의 횟수에 큰 의미를 두는 것은 비효율만 가중시키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또한 “그동안 회의가 부족해서 정책 조율이 미흡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은 뒤 “가장 큰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모호하고 주요 정책에 대한 우선순위가 오락가락했다는 점이며, 이는 박 대통령이 가닥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증세 없는 복지'라는 대통령의 공약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 없이는 하위 정책들이 계속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역시 “국가정책조정회의(총리 주재), 현안점검조정회의(국무조정실장 주재), 경제관계장관회의(경제부총리 주재), 사회관계장관회의(사회부총리 주재), 총리·부총리 협의회 등 기존 회의체가 5개나 된다. 여기에 신설된 두 개 협의체를 덧붙여봐야 정책결정 과정만 복잡해지고, 회의하다 날샌다는 비판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박근혜, 정치 입문 후 최대 위기”

   
▲ 중앙일보 1면.
 

이런 가운데 중앙일보는 머리기사에서 지난달 30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29%로 현 정부 출범 이래 최저치를 기록한 사실을 언급하며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 입문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박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기반에서 민심 이반이 두드러졌다. 현재 박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보다 많은 연령대는 60대 이상(55%)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특히 심각한 건 부정평가 비율이 유독 높다. 지난달 29일 조사만 놓고 보면 부정평가가 63%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중앙은 박 대통령 지지율의 급격한 추락을 두고 “정권 내부에서 곪아온 구조적 문제들이 임계점에 달해 한꺼번에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지난 한 달 동안 연말정산과 관련한 소득세법 개정,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안 등 정부의 핵심 정책들이 하루 만에 변경되거나 백지화되는 일이 잇따랐다. 이 과정에서 정권의 3대 축인 청와대·정부·새누리당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며 중앙대 조성한 행정학과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너무 준비 안 된 정부란 인상을 줬다. 국민이 지지하지 않는 정책을 자꾸 만들어내고 밀어붙일 힘이 없어 금세 뒤바꾸다 보니 박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정권인수위 시절부터 논란을 빚은 인사 난맥도 해결될 기미가 없다. ‘근거 없는 루머’를 담은 청와대 내부 문서가 언론에 유출돼 박 대통령을 위기에 빠뜨리고 청와대 민정수석이 비서실장의 지시를 거부한 채 항명성 사표를 내는 초유의 일이 벌어져도 누구 하나 정치적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전직 대통령, 국내정치보다 국제무대서 역할 찾아야”

한편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서 최근 회고록을 출간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해 눈길을 끌었다. 이 신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출간을 계기로 여야는 물론 전·현 정권 사이의 갈등이 커지면서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우리 사회 원로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며 “나라가 어수선할 때 지혜를 전해줘야 할 전직 대통령 등 원로들이 현실 갈등에 뛰어들거나 조장하며 원로 부재 사회를 자초했다는 지적과 함께 원로를 부정하며 이들의 활동을 인정하지 않는 풍토 역시 문제로 꼽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이만섭 전 국회의장의 말을 인용해 “전직 대통령이 나라 걱정을 하는 것은 좋으나 회고록을 통해 이렇게 시끄럽게 하는 것은 현직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전했다. 최근 회고록 논란으로 박근혜정부가 또 다시 위기에 처하자 조선일보가 이 전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선 격이다. 

이 신문은 김수한 전 국회의장의 발언을 인용해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원로들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 통합과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국민 갈등을 부추기거나 갈등에 직접 뛰어드는 등 반대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상 회고록을 출간한 이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한 셈이다.

조선일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퇴임 직후인 2008년 ‘민주주의 2.0’이라는 온라인 공간을 만들어 당시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과 정치를 강도 높게 비판해 논란을 일으켰다. 앞서 김영삼 전 대통령도 퇴임 후 2년이 채 안 된 시점에 회고록을 냈다”며 서울대 안경환 명예교수의 말을 인용해 “전직 대통령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를 보면 그 나라의 수준을 알 수 있다. 국내의 정치 상황에 직접 뛰어들기보다는 커진 나라의 위상에 맞게 국제무대에서 할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겨레 “MB 회고록 집필 때 대통령기록물 수차례 열람”

이명박 전 대통령과 참모들이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돼 있는 대통령기록물을 열람·이용했다고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가 밝혔다. 한겨레는 “이 전 대통령 쪽은 이 행위에 위법의 소지가 없다고 했지만, 형법의 ‘공무상 비밀누설’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집필을 총괄한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회고록 집필 과정에서) 대통령이 위임한 사람이 대통령기록관에 가서 대통령기록물을 수차례 열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회고록에 나오는 수치가 상세하고, 외국 정상들과 북쪽 인사들 발언이 직접 인용됐다’는 지적에 대해 “정확한 내용은 대통령기록관에 가서 조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대통령기록물 관련 전문가들은 이 전 대통령 쪽이 비공개 대상인 대통령지정기록물에서 내용의 상당 부분을 끌어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외교·남북관계 등 민감한 분야의 당사자 발언을 직접 인용해서 썼다”며 “전문가들은 ‘군사·외교·통일에 관한’ 비밀을 이유로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분류된 내용이 책에 그대로 실렸다면 정치적 책임뿐 아니라 법적 책임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군사·외교·통일에 관한 비밀기록물로 공개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기록물’ 등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분류해 길게는 15~30년의 ‘보호기간’을 둬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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