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공군사관학교는 입학생에 여성을 받아들였다. 뒤이어 1998년에는 육군, 1999년에는 해군이 사관학교에서 여성을 받아들였다. 2000년에는 학사장교에 여성이 응시할 수 있었고, 2003년부터는 해군과 공군에 여성이 하사관으로 수십에서 수백명씩 새로 선발되었다. 이제 여군 만명 시대를 맞이 했다. 그간 국방부는 실전 부대에 여군들이 배치되고 있는 현실을 적극 홍보했다. 실제로 2002년 전방부대의 소총 소대장에 여성이 임명되었고, 2003년 공군에서는 전투기조종사에 여성 3명이 배치되으며, 여기에 해군에서는 여성이 전투함선에 올랐다. 근접전투나 장거리 정찰은 물론이고 특수임무와 작전에도 여성들을 적극 배치하고, 12개 전병과에 여성을 실전배치하는 측면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과거에는 몇 몇 부대나 특정 병과에만 한정되었던 것에서 벗어나 일선 부대에 여성 군인들이 많이 배치된 것을 우리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여성들이 근무하는 환경은 장밋빛 홍보내용과 다른 것이 많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성추행이나 성희롱, 성폭력 등과 같은 성군기 위반 사건들이었다. 일선 부대에서는 정신적인 측면은 물론 제도 환경적으로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번에 발표된 성군기관련 지침도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여성들은 야생의 세계에 집어던져진 꼴이었다. 때문에 여군 숫자를 늘리는 것은 군 이미지 홍보를 위해 여성을 활용한 수준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즉 군이 스스로 양성 평등을 실현하는 열린 집단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여성들을 이용한 셈이다.

   
사진=MBC 진짜사나이 누리집 갈무리
 

최근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의 발언을 통해서도 우리 군이 얼마나 준비가 덜 되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더구나 송영근 의원은 3성 장군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40대 남자가 열심히 일을 하느라 여단장이 외박을 못나간 것이 성폭행의 원인’이라고 주장해서 큰 비난을 받았다. 더구나 하사관을 ‘아가씨’라고 칭했다. 이는 군 수뇌부 등 고위 간부들의 인식 구조를 적나라하게 그대로 드러낸 발언이어서 충격을 주었다. 군에서 발생하는 관련 문제들이 어떻게 다뤄졌을지 그대로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또한 그의 발언은 남성 중심주의 사고가 군 내부에 얼마나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는지 짐작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지난 21일 관련 회의를 통해 국방부에 군가를 개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 되었다. 군가가 여성 차별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차별적인 점은 “아름다운 이 강산을 지키는 우~리. 사~나이 기백으로 오늘을 산다!”라는 군가를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사나이’만이 아니라, ‘남아’, ‘아들’과 같은 단어도 남성만이 군인이라는 점을 담고 있다. ‘남아’는 “화랑의 핏줄타고 자라난 남아. 그 이름 용감하다.”라는 군가의 가사에 등장한다.

실제로 국방부 분석자료에 따르면 군가 가운데 약 절반에 이르는 122곡이 남성 중심 가사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언론에 군가에서 ‘사나이’ 등의 단어를 뺀다는 보도가 나가자 국방부는 검토중이며,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일부 단체나 개인들은 개사에 대해서 불쾌한 반응을 보였지만, 바뀌는 것은 필연일 수 밖에 없다. 이미 작년에 특전사령부가 군가 '검은 베레모' 가사에서 '무적의 사나이' 를 '무적의 전사들'로 바꾼 바가 있다. 4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런 필연적 수정의 대상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바로 MBC ‘일밤-진짜 사나이’다. 최근 시즌2를 제작하고 출연진을 모두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실제로 11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출연자 전원에게 삭발 규정을 내려 바뀌는 형식과 내용에 대한 전조를 알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바뀌어야 할 것은 전혀 바꾸지 않을 모양이다. 바로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진짜 사나이’라는 말 자체가 남성 중심적인 군대 문화를 지칭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2를 앞둔 지금은 ‘진짜사나이-여군특집’이라는 부제목을 달고 방송중이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진짜 사나이’라는 프로그램 이름은 “바로 내가 사나이, 멋진 사나이"라는 가사를 포함하고 있는 군가 ‘멋진 사나이’에서 비롯했다. 쉽고도 많이 알려진 대표 군가이기 때문에 이에 착안해 프로그램 이름으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이는 군대 안의 여성들을 배려하지 못한 군가가 되었고, 이를 그대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의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군가 ‘멋진 사나이’는 그 제목을 바꾸어야 한다.

물론 대한민국 군대 안에서 여성의 비율은 6%가 안된다. 하지만 ‘성차별없는 대한민국 군대’라는 국방부의 홍보가 맞다면 군대 문화가 양성 평등성을 내포한 용어나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맞다. 이를 반영하는 방송프로그램도 양성평등의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 아니 군대가 문화지체 현상으로 그렇게 나가지 못한다면, 당연히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진짜 사나이’는 그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근본적인 대안은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이다. 그 자체가 이미 양성평등성에 배치되고 있으며, 이를 지원협조하는 국방부의 정책도 모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양성평등성을 홍보하고, 다른 쪽으로는 양성 평등성과 배치되는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으니 말이다. 오락은 오락일뿐, 오락 프로그램에 다큐나 시사프로그램의 기준을 적용하지 말라는 말이 어느새 마치 금언처럼 받아들여진다. 겉으로 보기에 그말이 맞을 지는 몰라도 인류보편적으로 오락의 대상으로 삼지 말아야할 것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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