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지난달 31일 오전 5시, 용역과 공권력을 투입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군 관사 공사장 앞 천막농성장 강제철거 행정대집행이 14시간 만에 끝났다. 

조경철 강정마을회장과 천주교 신부 등 해군기지 반대 활동가 10여 명은 7m 높이의 망루에 올라 쇠사슬을 몸에 묶어가며 격렬히 저항했지만, 국방부는 해군 쪽 용역인부 100여 명과 경찰인력 900여 명 등 1000여 명을 동원해 반대주민·활동가 연행과 농성장 철거를 강행했다. 

이 같은 대규모 경찰력 투입과 본격적인 철거·진압이 진행되면서 강정마을 주민과 종교·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여러 명의 부상자가 속출했고, 이 중 2명은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 강정마을 충돌현장에 세워진 망루에 행정대집행을 반대하는 활동가들이 올라가 있다. 사진=녹색연합 페이스북
 

이날 저녁 경찰이 고가 사다리를 준비해 망루 농성자들을 해산하기 위한 체포 작전에 돌입하자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 주교가 현장에 도착해 중재를 시도하면서 경찰의 진압도 중단됐다. 

경찰 지휘본부와 면담을 마친 강 주교는 경찰이 연행자 13명을 모두 석방하기로 했다며 조경철 회장 등 농성 주민들을 설득해 이들이 모두 망루에서 내려오면서 대치 상황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지금껏 국방부는 강정마을 군 관사 건설에 대해 강정마을회 주민 동의를 전제로 건설하겠다는 약속을 여러 차례 해왔다. 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조건부 수시배정 예산 편성에 있어 제주도와 강정마을회와 협의를 우선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음에도 국방부가 이를 무시했다는 비판은 불가피해 보인다.

강창일·김우남·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제주시 국회의원은 지난달 30일 공동성명을 통해 “국방부가 국회와 강정마을회에 약속했던 ‘관사 건설 시 주민동의’라는 협의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국회에서는 해군기지 공사 자체를 예산 통제를 통해 막을 수밖에 없다”며 “국방부는 국회와 제주도민들에게 스스로 약속한 만큼 즉각적인 행정대집행 결정 철회를 통해 이 약속을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강정마을회와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등도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어 “강정마을회와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는 주민 동의 없는 강정 마을 한복판 군 관사 공사 강행에 단호히 반대하며 이후에도 행정대집행 저지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국방부의 야만적인 강제 철거 과정에서 강정주민들이 부상을 당했으며 합법적인 체포 권한도 없는 용역 직원들이 80세 노인들을 비롯한 주민을 강제로 끌고 가는 행태도 곳곳에서 목격됐다”고 비판했다.

   
31일 오후 경찰은 망루 농성자들을 해산하기 위한 체포 작전에 돌입했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페이스북
 

이들은 해군기지 해결을 위해 군 관사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원희룡 제주지사에게도 “제주도민들이 강정마을 행정대집행에 맞서 강렬하게 저항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오늘 강행된 행정대집행을 수수방관하는 도지사의 모습은 이러한 약속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며 “원 지사는 주민 동의 없는 군 관사 공사를 중지시키고 즉각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원 지사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군 관사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했음에도 행정대집행이 시행돼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며 “마을주민 안전이 최우선이니 만일의 상황에 비상 대기해 달라”고 지시했다.

한편 노엄 촘스키(86)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 앞으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현장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중지해달라는 긴급 서한을 발송했다.

30일 한국정책연구소 연구원 시몬 천 정치학 박사에 따르면 촘스키 교수는 이 친서에서 제주4·3사건을 언급하면서 “70년이 지난 오늘 비극과 폭력의 역사가 제주도에서 재현되고 있는 듯하다”며 “박 대통령이 과거의 정책에서 벗어나 사회 화해와 통합으로 국민들을 이끌고 인권과 정의를 존중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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