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 금지에 관한 법률’, 소위 ‘김영란 법’은 과연 먹구름을 헤치고 햇빛을 볼 수 있을까? 지난 1월 12일 국회 정무위를 통과했지만, 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된 것을 빌미로 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먹구름처럼 모여들고 있다. 정치권에선 일부 여야의원들의 반대의견이 나오더니, 대통령의 반대 의중 논란까지 이어졌고, 한국기자협회 등 법적용 대상자들의 반대기류도 심상치 않다. 이대로라면 2월 정기국회에서 ‘통과’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다.

법안에 제동을 걸려고 하는 반대 목소리들은 ‘정치적음모론’ ‘위헌논란’ ‘과잉입법’ ‘언론자유침해’ ‘언론계자정’ ‘현실무시’ 등 다양한 반대 논리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에 이 법안의 국회통과에 앞장서고 있는 김기식 의원(새정치연합)을 만나 반대 목소리들에 대한 그의 의견과 향후 전망 등을 물어봤다. 그는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로 관련 법안들을 손질하고 협상해 지금의 ‘김영란 법안’을 내놓는 주역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법안의 1월 국회 정무위 통과 시 ‘김영란 법’을 무산시키기 위해 ‘언론인’을 무리하게 끼워 넣었다는 ‘정치권 음모론’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정치권 음모론'에 대한 생각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의도된 왜곡이다.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적용대상으로 포함된 것은 지난해 5월이다. 이미 8개월 전이다. 국회 정무위에서 여야합의를 봤고, 합의사실을 언론에도 브리핑했다. 왜 포함키로 했는지도 설명했다. 8개월이나 지나 통과되니 ‘딴소리’다.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생각했다면 언론이 왜 당시에는 문제제기를 안했나. 그래서 (기자들도 미안했는지) 나중에 정무위 출입기자들이 와서 ‘선배 죄송합니다’ 하더라.”

그럼 당시에는 왜 민간인을 적용대상에 넣기로 합의했나?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을 공직자에서 민간인으로 확대했다는 말 자체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김영란 대법관의 제출안이나, 정부안이나, 다른 의원입법안 등 제출된 모든 법안에 애초부터 민간인이 적용대상으로 포함돼 있었다. 공직 유관단체의 민간인들은 다 포함됐다.”

언론인 전체로 확대된 과정은?

“애초 원안에 국공립학교 교직원, 언론인 일부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교직원비리는 국공립보다 오히려 사학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사립교직원은 급여도 국가에서 지급받는다. 그래서 사립교직원까지 대상을 확대하는 것에 여야가 일치했다. 언론의 경우 원안에 KBS와 EBS만 있었다. 그런데 MBC와 연합뉴스 이야기가 나왔다. 간접소유라지만 국가소유가 분명하기에 제외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었다. 지역언론들도 지역언론발전법에 따른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김영란 법의 원안에서 각종 협회, 재단, 기념사업회 등 민간인이 다 포함되어 있는데, 그들이 갖고 있는 공공성에 비해 언론사의 공공성이 덜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언론전체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게 지난해 5월이었고 여야 간에 이견이 없었다.”

민간으로 법적용 확대 등에 대해선 ‘위헌소지’가 지적되는데.

“위헌소지의 문제는 이미 검토가 끝난 사안이다. 법관인 전직 국민권익위원장, 대한변협, 법무부 등 법안 공청회에 나온 모든 공술인들이 언론인 등 민간인들에 대한 법적용은 국회의 입법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위헌소지가 없다고 말했다. 위헌소지는 전혀 없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제공=김기식 의원실 
 

언론계 일각에서는 ‘언론 활동의 제약과 언론자유의 침해가 우려되는 법이라고 본다

“이 법에 대해 과장된 오해가 있다. 먼저 ‘부정청탁’은 언론인들에게 해당사항이 없다. 애초 국민권익위의 안에는 기사, 칼럼 등을 부정청탁 유형에 포함됐으나 이번 법안에선 빠졌다. 이번 법안에서 정한 부정청탁 15가지 유형에 들어있지 않다. 언론인이 해당되는 분야는 금품수수다. 언론의 자유침해를 이야기하지만 취재기사작성의 자유와 금품수수가 무슨 상관이 있나. 언론윤리차원에서도 금품수수는 안 되는 일 아닌가. ‘언론자유침해’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권력에 의해 법이 악용될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사법당국에 의해 악용될 소지는 언론영역 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도 마찬가지다. 우리 같은 야당 국회의원도 똑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검찰공화국’이란 비판이 나오고 수사편향의 문제도 심각하다. 하지만 권력남용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은 언론계에만 해당될 문제는 아니다. 시행과정에서 문제가 나타난다면, 법을 보안할 일이지 원천적으로 배제할 일이 아니다.”

언론계에선 내부의 자정기능에 맡겨달라고 주장한다.

“다른 영역의 대상자들도 마찬가지다. 공직자들은 공직자 윤리에 맡겨달라고 말할 수 있다. 판검사들도 법조계의 내부 윤리에 맡겨달라고 한다. 언론인만 자정능력에 맡겨달라고 하면, 다른 대상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언론계에선 골프접대, 해외취재 등 경비지원 문제에 예민한 것 같다. 언론인들의 경우 해당될 케이스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서 일괄적으로 말을 할 수는 없지만 골프접대를 받는 것은 명백하게 안 될 것이다. 근절돼야 할 관행이다. 솔직히 일선 정치부 기자들이 와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언론사간부들이 ‘골프접대’를 걱정한다는 얘기다. 언론인 스스로가 골프접대를 받는 걸 언제까지 관행으로 유지하려고 하는가. 그건 안 된다.”

기업 등으로부터의 해외취재 지원의 경우도 문제가 되는가?

“언론인뿐만 아니라 공직자들도 국내기관, 국외초청 등으로 편의제공을 받을 수 있다. 모든 것을 규제하는 것 아니다. 경우마다 다를 것이고 예외규정을 두고도 있다. 사회상규 상 행사주최측에게서 초청받은 경우는 보통 문제 삼기 어렵다. 다만, 접대성 행사를 하면서 여비를 제공하거나 편의를 제공받는 경우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룸싸롱 접대 등 기업으로부터의 지나친 접대는 명백히 적용대상이 될 것이다. 언론인 스스로도 그런 접대 받는 것을 관행처럼 계속 유지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언론인들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일이기에 식사 등 접대 받는 일이 잦다. 그래서 기준의 현실성 지적도 있다. 공무원 윤리강령을 기준으로 한다면 3만원, 경조금품은 5만원인데.

“3만원, 5만원은 공직자의 내부적 윤리지침 위반의 문제이지만, 김영란 법에선 ‘과태료’나 ‘형사처벌’의 문제가 되니, 거부감이 심한 것이 사실이다. 허용기준은 시행령에 위임되어 있는데, 공무원 윤리강령의 기준보다는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불필요하게 제재 대상자를 늘여놓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여당은 지부도부에서, 야당은 일부 의원이 언론인 포함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냈다. 2월 정기국회에서 법안의 통과 전망은?

“새누리당의 법사위원들 중에는 찬성하는 이가 없는 것 같다. 새정치민주연합 법사위 의원들은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당 전체적으로도 그렇다. 새누리당이 언론인을 빼자고 하면, 정치적 쟁점이 되겠지만, 그래도 통과될 것이라고 본다. 국회법 상 법사위가 내용적으로 법안을 수정할 권한도 없고, 앞서 지적했듯 법안 자체의 위헌적 요소도 없다.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압도적 다수가 언론인 등을 포함해 처리하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 언론인 문제로 법안처리를 지연할 경우,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여야 어느 정당도 국회의원도 언론인을 이유로 처리를 지연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새누리당이 언론인을 제외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야당의원이라 그 보도가 사실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만약 사실이라면 심각한 사안이다. 여야의 법안처리에 청와대가 가이드라인을 줘서 국회운영에 장애를 일으키는 일이 되는 것이다. 대통령은 수차례 걸쳐 빨리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기까지 했다. 그래놓고서 지금에 와서 언론인을 제외하라고 한 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대단히 부적절한 일이다.”

언론인의 거부감을 사는 법을 만들어 미운털 박힌 것 아닌가. 언론의 관심을 받아야 할 정치인으로서 걱정되지 않나?

“선배 의원들이나 일선 기자들도 그런 말을 한다.(웃음) 내년에 또다시 국회의원직에 도전할 지 안 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이 법을 만들려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원칙과 소신의 문제다. 그렇게 못한다면 (국회의원) 하지 말아야 한다.”

언론인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2004년도 선거법 개정을 통해 국회의원의 경조사비, 주례 및 유권자에 대한 일체 금품 및 향응 제공이 금지됐다. 당시 오랜 선거문화에서 보자면, 개정내용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 선거법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형사처벌의 기준 또한 김영란법보다 훨씬 엄격하다. 100만원이 아니고, ‘설렁탕’ 한 그릇만 얻어먹어도 안 된다. 입법 당시 ‘범법자를 양산한다’. ‘현실을 무시한다’ ‘어떻게 선거를 하라고 하나’ 등 수많은 반대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어떤가? 개정 선거법이 깨끗한 선거를 만드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것이 불과 10년 전의 일이다. 김영란 법은 우리사회의 접대로비문화, 촌지, 전관예우, 스폰서 등 우리사회의 적폐들을 해소하는데 분명히 기여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제반부패기구의 국가청렴도 평가에서 여전히 최하위권이다. 경제력 11위의 경제대국으로서 부끄러운 성적이다. 이 법이 가진 긍정적 요소를 언론이 적극 부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다시 말하지만, 우려하는 부작용은 시행과정에서 보완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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