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관이 수용자가 발송하는 편지 내용이 거짓이라고 판단되면 발송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형집행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거짓'이라는 것이 누가 판단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소원은 공권력에 의해 국민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에 헌법재판소에 이의를 제기하는 구제수단이다. 

해남교도소 수용자 김아무개씨가 지난 28일 헌법재판소에 형집행법 제43조 5항 4호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해당 조항은 수용자의 서신에 “수용자의 처우 또는 교정시설 운영에 관해 명백한 거짓사실을 포함하고 있는 때”에 교도소장이 발신 또는 수신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는 “수용자는 다른 사람과 서신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제43조 1항의 예외조항이다. 

실제 이 조항에 따라 김씨는 편지를 발송하지 못했다. 김씨는 지난 2013년 목포 KBS 보도국장과 광주 MBC 보도국장 앞으로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얼마 뒤 담당교도관은 김씨에게 구두로 발송 불허를 통보했다. 형집행법 제43조 5항 4호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문제는 편지 내용의 거짓유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검열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수용자의 편지는 무검열이 원칙이다. 

   
▲ 사진=노컷뉴스
 

해남교도소는 “수용자 김씨가 당시 제출한 서신은 총6통으로 언론사를 수신인으로 한 2통을 제외한 나머지 4통은 검열 없이 발송됐으며 기타 서신에 대해서는 검열을 시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편지 무검열 원칙은 받는 이가 언론사라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해남교도소는 김씨가 ‘중점관찰대상자’라는 점을 꼽았다. ‘정신병적 우울증세를 보이거나 신병을 비관하는 사람’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김씨가 보낸 편지 내용은 이렇다. 그는 KBS에 보내는 편지에 “다른 수용자 티셔츠를 갈취했다는 이유로 독방에 수용돼 조사를 받았다”며 “하지만 티셔츠는 선물로 받은 것이어서 이후 검사가 다른 수용자를 무고죄로 약식기소 했다”고 썼다. MBC에 보낸 편지는 마약사범이 운동시간을 이용해 일반사범에게 접근하기 때문에 마약사범과 일반사범을 분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천주교인권위원회는 “김씨의 편지에 다소 부정확하거나 감정적 또는 과장된 표현이 있었다고 해도 김씨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해 보도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언론사”라며 “그럼에도 교도소가 김씨 주장이 거짓이라고 미리 단정해 편지 발송 자체를 가로막은 것은 수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용시설의 편지 검열과 발송 불허가 수용시설 내부의 인권침해 상황을 개선되지 못하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편지에 교도소가 외부로 알리고 싶지 않거나 불편한 내용이 있을 때 ‘거짓’ 이라는 이유로 발송을 불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천주교인권위는 “외부와 단절되어 있는 교정시설 내에서 심각한 기본권 침해 상태가 방치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실제 구금시설에서의 인권침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박남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01년 11월부터 2014년 9월말까지 국가인권위에 진정건수가 가장 많이 접수된 기관은 구금시설로, 전체 6만 6247건 중에 33%인 2만 1839건이 구금시설에서 접수됐다. 여기에는 교도소 및 구치소, 유치장, 외국인 보호소 등이 포함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