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 매각될 예정인 삼성 4개 계열사 노동자들이 매각에 반대하며 삼성 본관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이들의 ‘상경투쟁’은 지난 21일에 이은 두 번째다. ‘삼성맨’에서 하루아침에 ‘한화맨’이 된 이들은 매각과 관련해 각 계열사가 아닌 삼성그룹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테크윈·종합화학·탈레스·토탈 등 4개사 노조와 비상대책위원회 노동자 1000여명(주최즉 추산)은 29일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공동연대 상경 집회를 갖고 매각 철회를 요구했다. 지난 해 11월말 매각 발표 이후 갑작스레 생겨난 신생 노조들이다. 이 중 테크윈은 민주노총을, 종합화학은 한국노총을 상급단체로 하고 있다. 

이날 4개사 노조의 주요 발언은 ‘매각에 대한 배신감’에 초점이 맞춰졌다. 송학선 종합화학노조 위원장은 “삼성그룹은 77년 역사동안 괄목할만한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을 이뤄냈다”며 “그러나 우리 노동자들은 사측의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노무관리로 노동권이 박탈되고 고용과 생존권을 위협받는 불안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그러면서 “특히 지난해 삼성자본은 우리 회사를 비롯한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하겠다며 언론을 통해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며 “자본의 이익에 따라 노동자가 헌신짝처럼 내버려지는 작금의 상황에서 우리 조합원과 노동형제 동지들의 분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 삼성테크윈·종합화학·탈레스·토탈 등 4개사 노조와 비상대책위원회 노동자 1000여명(주최즉 추산)은 29일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공동연대 상경 집회를 갖고 매각 철회를 요구했다. 사진=이하늬 기자
 

김호철 삼성토탈 노조 위원장은 “이번 매각의 본질은 오너일가의 경영권 세습에 따른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우리를 헌신짝처럼 버린 것”이라며 “그저 일만 쎄 빠지게 하고 힘든 나날을 보낸 우리 삼성 노동자들, 이제는 깨어나서 인간다운 노동자 세상을 반드시 투쟁으로 쟁취하자”며 매각을 전면 중지하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삼성본관 앞에서 집회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각 사별 대표들이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따라서 4개사 노동자들은 공동협상단을 구성중이며 각 계열사가 아니라 삼성그룹에 공식협상을 요청할 예정이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레 설립된 노조를 두고 좋지 않은 시선도 많다. 소위 삼성 ‘배지’ 떼기 싫어서 혹은 위로금을 더 받을 명목으로 설립된 노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그간 삼성전자서비스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노조(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결성하고 불법파견 의혹을 제기했을 때도 삼성 정규직 노동자들은 나서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창길 테크윈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설사 매각이 철회된다고 해도 노조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러고 답했다. 한 수석부지회장은 “이번에 노조를 만들면서 우리의 권리를 깨달았다”며 “이번 노조 설립을 계기로 (비정규직) 삼성전자 서비스 기사들과도 연대할 의지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이 지난 해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으로 넘기면서 삼성 배지를 떼게 된 노동자는 대략 8000여명이다. 당시 이들은 25일에는 삼성맨으로 퇴근했는데 26일 오전 한화맨이 돼 있었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 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연이어 보도됐다. 이에 한화는 삼성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보장과 복지수준 유지 등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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