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2일 서울대학교 이은경(23)씨는 노란 현수막을 들고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로 향했다. 현수막에는 “즉각 김기춘, 남재준 해임! 내각 총사퇴하라! 유가족 요구 전면 수용하라! 박근혜 대통령이 무한 책임져라!”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씨를 포함해 총 10명의 대학생이 함께했다. 

오전 8시 45분, 대학생들은 청사 입구로 뛰어 들어갔다. 기습시위였다. 이들 중 한 명이 청원경찰을 뒤에서 안았고 그 사이에 나머지 학생들이 청사 입구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들은 청사 건물 내부에는 진입하지 못 했다. 이들은 청사 건물 앞에서 몇 번의 구호를 외쳤고 진입한 지 15분 만에 전원 연행됐다. 

“구호 외친 게 전부인데 100만원이라니 너무 부당해요. 처음 구형은 200만원이었는데 그것도 줄어든 거예요.” 이씨는 28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단독 송영복 판사는 지난 15일 이들 중 5명에게 각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아직 구형되지 않은 이들의 벌금까지 합한다면 벌금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침입한 장소가 국무총리실이 있는 중앙행정기관이고 침입의 방법도 한 명이 경비 경찰을 뒤에서 안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동안 다른 피고인들이 침입하는 방식으로 폭력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들은 대학생이고 법정에서 이 사건 범행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항소했다. 

   
▲ 지난 해 5월 22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의 책임을 추궁하는 기습 시위를 벌인 대학생들이 경찰에 연행됐다. 사진=노컷뉴스
 

기습시위라는 방식이 과격하다는 지적도 있다. 신고하지 않은 불법시위라는 것이다. 이씨는 이에 대해 기습시위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상황이 엉망이었는데도 청와대는 이상한 말만 했어요. 세월호 촛불집회에도 참가하고 봉사활동도 했지만 좀 더 파급력이 있는, 아예 기사화될 수 있는 일을 해서 여론을 보태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이씨가 기습시위를 하기 며칠 전인 5월 18일 촛불집회에서는 115명이 연행됐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였다. 이틀 뒤 5월 20일에는 세월호를 다룰 예정이었던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제작이 중단돼 논란이 됐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민한 국면에서 세월호 방송을 할 경우 부적절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씨는 당시 시위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국민이 관심을 갖던 세월호 관련 사안이며, 초범임에도 벌금 100만원 선고는 과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기습시위를 하고도 연행조차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가령 지난 해 9월 보수단체 회원 20여명은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에 반대하는 기습시위를 벌였지만 해산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기습시위에 대한 대응은 달랐다. 심지어 당시 대학생 중 한 명은 구속이 되기도 했다. 그 중 가장 나이가 많아 ‘주동자’로 볼 수 있다는 이유였다. 구속됐다 보석 석방된 박선아씨는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에서 “가뜩이나 청년실업, 등록금 문제로 치여 사는 대학생들에게 ‘더 이상 나서지 말라’ ‘세월호 진상규명은 포기하라’는 메시지를 주려는 하는 것이 아닐까요?”라는 글을 남겼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하주희 변호사는 “벌금 100만원이라는 양형보다는 세월호와 관련한 목소리를 굉장히 강경하게 대응하고 불온시 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당시 열린 세월호 집회와 관련해 최근에 기소, 판결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것도 세월호 관련 목소리를 움츠러들게 한다”고 말했다. 

일단 항소를 한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 이씨는 벌금이 유예된 상태이다. 하지만 확정 판결을 받는다면 어떻게 갚아야 할지 막막하다. 부모님께 갚아달라고 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지금도 집에서 생활비를 받지 않고 있어 오후1시부터 10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벌금은 그때 가서 생각하려고요. 10분 시위의 대가가 너무한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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