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이 커피를 밥보다 많이 먹는다고 합니다. 우리 국민이 어쩌다 커피를 즐겨하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위 말은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수석비서관 회의에 앞서 회의 참석자들과 티타임을 가지면서 한 말이라고 합니다. 그러게요. 우리 국민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커피를 많이 마셨을까요?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3년 주당 소비 빈도가 가장 높은 것은 ‘커피’였습니다. 주당 소비량이 12.2회로 1인당 하루 약 2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합니다. 2위는 김치, 3위는 설탕, 4위는 잡곡밥, 5위는 쌀밥입니다. 거의 1인당 하루 1~2번 정도를 섭취합니다. 그런데, 커피를 밥 보다 자주 먹는 것은 아니겠지요.

커피 소비량이 늘어난 것도 사실입니다. 역시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08년 1인당 2.9kg의 커피를 소비했는데, 2011년 3.38kg을 소비했습니다. 1년에 약 0.4kg정도 커피를 더 먹는다는 것이죠, 17%가 증가했지만, 절대소비량이 많지 않아 ‘큰 폭으로 늘었다’고 보기에는 다소 미흡한 것 같습니다.

즉 대통령이 ‘커피를 밥보다 많이 먹는다’는 말이 성립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실 별다른 얘기도 아니도 아닙니다만, 언론은 이 얘기에 주목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에 없이 티타임을 갖는데다 이런 가벼운 대화도 던질만큼 소통방식에 변화가 있다는 식입니다. 오히려 그런 해석이 더욱 놀랍지요.

   
▲ 본인 물을 본인이 떠마시는 것은 못 말릴 일이 아닙니다. 사진=박근혜 대통령 후보시절 블로그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곳은 또 있습니다. 바로 SNS인데요, 트위터 이용자들은 박 대통령이 ‘커피’를 언급하자, 이번에는 커피에 세금을 물리는 것 아니냐며 농담을 던지고 있습니다. 물론 단순히 농담으로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밥보다 커피를 많이 마시는 국민들의 건강을 염려하시는 성군 박근혜 대통령님 커피에도 개별소비세와 폐기물부담금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시어 세수를 확충하시고 국정을 굽어살피소서”, “박근혜 정부의 다음 과세 타깃은 커피인가”와 같은 반응이 나옵니다.

“박근혜가 담배, 술에 이어 커피까지 세금을 올릴 것 같다에 아메리카노 한 잔은 걸 수 있을 것 같다”, “박근혜 정부 다음 과세대상 예고” 등도 같은 반응입니다. “‘우리 국민이 어쩌다 커피를 즐겨하게 됐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미천한 것들이 커피를 마시냐는 말로 들린다”고 반응하는 분도 계십니다.

박근혜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를 표면적으로 내걸어놓고 뒤에서 담뱃세를 인상하고 주민세에 자동차세, 주류세까지 올리겠다는 ‘소문’이 담당 부처 고위공직자들에게서 나오고 있습니다. 증세가 논란이 되자 주민세는 ‘회비’의 성격이 있으니 증세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정부를 믿을 수 있을까요?

“우리 국민이 어쩌다 ‘소주’를 즐겨하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하기 전에 언능 소주나 마시러 나가야긋다” 라는 분도 계시니, 정부에 대한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진 듯 합니다.

그런데, 언론은 대체 왜 이와 같은 발언에 주목할까요? 언론은 대통령이 처음 청와대 참모진과 티타임을 가졌다고, 두 번째 티타임도 가졌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정치인과 지도자들의 행위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겠지만, 티타임 가진다고 대통령의 소통 스타일이 변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오버’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회의실 책상 앞에서 머리 쥐어짜도 모자랄 판에 연일 TV에선 박근혜가 장관, 주요인사들과 티타임 가졌다고 나발을 불어댄다. 조만간 커피까지 손수 타서 서빙했다고 대서 특필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말 그런 보도가 나오는 것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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