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선수의 금지약물 양성반응에 따른 박 선수 측 해명으로 촉발된 논란이 언론과 국민들 사이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해 인천아시안게임을 약 2개월 앞두고 국내 모 병원에서 맞은 주사를 통해 세계반도핑기구(WADA) 및 세계수영연맹(FINA)의 반도핑규정이 금지한 약물을 복용하게 되었고 이와 관련한 금지약물이 FINA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나타내 반도핑규정 위반행위로 적발되었다는 것이 지금까지 나온 팩트(사실)이다. 주사를 맞게 된 경위, 그러한 약물 복용이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 등에 대하여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나로서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알거나 믿을 만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 뭐라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양성반응이 나왔기 때문에 도핑규정 위반행위임은 부인할 수 없고, 향후 청문 과정에서 주사와 관련한 박 선수의 부주의나 과실이 있는지 여부 등에 따라서 박 선수 개인에게 제재(자격정지)가 내려 질 것인지, 어느 정도의 제재가 내려질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라는 점이다. FINA 도핑테스트가 아시안게임 기간 중에 있었다면 개인적 제재와는 상관없이 박 선수가 거둔 기록과 메달은 자동 박탈되고, 아시안게임 이후라도 박 선수측이 이미 아시안게임 이전 금지 약물 복용사실을 자인하였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FINA 반도핑규정은 선수의 첫 번째 금지약물 복용에 대해서 선수에게 4년의 자격정지 제재를 가하도록 하고 있다(FINA Doping Control Rule 2015, DC 10.2). 다만 금지약물 복용 과정에서 선수에게 과실이나 부주의가 없다는 점(No Fault or Negligence)을 선수가 입증하면 제재는 면제될 수 있고, 중대한 과실이나 부주의가 없다는 점(No Significant Fault or Negligence)을 선수가 입증하면 제재는 감경될 수 있다(DC 10.4, 10.5). 선수의 부주의 또는 과실과 관련하여 FINA 반도핑규정 DC 10.4 주해(Comment)는 박 선수에게 불리한 규정이 있다. 선수의 주치의나 트레이너가 선수에게 알리지 않고 금지약물을 복용케 하였더라도 선수의 부주의나 과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선수 측은향후 청문 과정에서 이 점을 고려하여 박 선수의 부주의 또는 과실이 없었음을 입증하는데 전력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와 파문을 일으킨 수영선수 박태환(26)이 근육강화제 성분이 포함된 남성호르몬 주사를 맞은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이두봉 부장검사)는 박태환이 지난해 7월29일 서울 중구 T병원에서 맞은 '네비도(nebido)' 주사제 탓에 도핑테스트에 걸린 것으로 보고 병원측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검토 중이다. 박태환은 주사제의 정확한 이름과 성분을 알지 못한 채 주사를 맞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목에 걸고 있는 박태환 선수. ⓒ 연합뉴스
 

나는 이번 박 선수 도핑 사안에서 우리 스포츠계 및 정부‧국회에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이전 칼럼과 세미나 등에서 반도핑 관련 행위를 국가법령에서 규제하는 입법 방안을 촉구한 바 있다. 나의 목소리가 정부‧국회로 하여금 반도핑법을 제정토록 하는데 별 힘을 갖고 있지 못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미 적지 않은 외국은 국가법령으로 금지약물‧복용방법을 제조 및 선수에게 이를 제공하거나 금지약물의 제공을 알선‧중개하는 등의 도핑관련 행위를 하는 자를 처벌토록 하는 법제도를 도입하였다. 이는 금지약물을 복용하는 선수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에 따라 선수 자격정지 등의 제재를 내릴 수 있고 이는 선수에게 형사처벌의 기능을 하지만, 정작 선수에게 금지약물을 제공하거나 그 방법을 알려주는 자들에 대해서는 처벌하기가 어려운 입법적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서이다.

반도핑 규정이 금지하는 약물 일부는 관련 국가법령에 의해 그 소지, 복용이 금지되지만 적지 않은 금지 약물은 법적으로 치료 또는 다른 목적으로 복용이 가능한 약물들이다. 따라서 법적으로 금지되지 않은 반도핑 금지 약물을 선수에게 제공하거나 선수에게 알리지 않고 복용케 한 경우에 그러한 원인을 제공한 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처벌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검찰은 박 선수에게 주사를 통해 금지약물을 복용케 한 병원 측 의사를 업무상과실치상 또는 상해죄로 의율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과연 그 병원 측 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상 또는 상해의 죄책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상죄 또는 상해죄에 있어서의 상해는 “피해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으로, 반드시 외부적인 상처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여기서의 생리적 기능(生理的 機能)에는 육체적 기능뿐만 아니라 정신적 기능도 포함”된다(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도3732). 여기서 생리적 기능의 훼손이란 일반적으로 건강침해, 즉 육체적·정신적인 병적 상태의 야기와 증가를 말한다. 

박 선수가 병원 측의 주사를 통해 복용한 '테스토스테론' 성분은 일반적으로 스포츠 선수들이 애용(?)하는 금지약물로 근육강화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스토스테론을 복용하는 이유는 신체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이로 인하여 정신적으로 자신감도 생긴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테스토스테론 복용으로 선수에게 생리적 기능이 훼손되었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만약 검찰이 병원 측 의사를 업무상과실치상죄 또는 상해죄로 기소하면 법정에서 치열한 법리적 논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반도핑 행위와 관련한 규제 및 처벌 근거 미비의 맹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속히 국가법령으로 반도핑 관련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자를 처벌하는 법적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제재를 받는 선수는 눈물을 흘리는데, 그 금지약물을 제공한 자는 멀쩡히 있다면 상식에 반하지 않는가? 

< 필/자/소/개 >
필자는 중학교 시절까지 운동선수였는데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법조인의 인생을 살고 있다. 대학원에서 스포츠경영을 공부하였고 개인적‧직업적으로 스포츠‧엔터테인먼트와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 스포츠‧엔터테인먼트와 문화의 보편적 가치에 따른 제도적 발전을 바라고 있다. 그런 바람을 칼럼에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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