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환(가명.31)씨는 방과후학교 강사다. 지난 2006년부터 방과후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음악과목을 가르쳐 왔다. 방과후학교는 2006년부터 초·중·고등학교에서 정규 교육과정 이외의 시간에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교육시스템이다. 이씨는 지금까지 학교와 직접 계약을 해왔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씨는 올해 초 자신이 근무하는 4개 학교 모두에서 “점차 위탁으로 ‘넘길거니’ 준비하시라”는 말을 들었다. 이 중 한 학교는 올해부터 위탁으로 전환할 예정이었으나 강사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애초 방과후학교는 학교와 강사의 직접계약이 원칙이었으나 2008년 이명박 정부의 ‘학교자율화추진계획’에 따라 민간업체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방과후학교 강좌를 외부기관에 위탁하는 학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송재형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서울시의 경우, 지난 해 1분기 기준 초등학교 중 65% 학교가 방과후학교 강좌를 외부기관에 위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된 강좌에 참여하는 학생도 10만명이 넘는것으로 파악됐다고 송 의원은 밝혔다. 

문제는 위탁업체가 가져가는 수수료다. 업계에 따르면 위탁업체 평균 수수료는 30%에서 35%수준이다. 50%이상인 업체도 있다. 수수료는 강사 수업료에서 지급된다. 학교와 직접계약을 할 경우 강사는 학교에 지불하는 ‘이용료’ 10%, 세금 4% 정도만 납부하면 됐지만 위탁업체에 소속된 경우 애초 수업료의 절반가량만 가져가게 된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사진=노컷뉴스
 

보통 방과후학교 강사들이 받는 수업료는 한 달 기준 학생 1인당 2만5000원에서 4만원에 이른다. 평균 3만원으로 계산한다면 위탁업체가 가져가는 금액은 9000원에서 1만5000원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세금과 학교시설 이용료까지 빼면 강사가 손에 쥐는 금액은 많게는 1만6500원, 적게는 1만500원 남짓이 전부다. 

이때 개별 강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학교가 위탁업체와 계약을 맺게 되면 강사는 위탁업체 소속이 될 것인지 수업을 그만둘 것인지 중에서 선택을 하는 게 전부다. 후자를 선택할 경우 사실상 해고다. 이씨는 “막말로 싫으면 나가라. 너희 말고도 할 사람은 많다는 거죠. 위탁이 싫어도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어요”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제어할 장치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방과후학교는 학부모가 낸 돈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학부모가 만족하지 못할 경우 학원 그만두듯이 그만두는 게 방과후학교”라며 “최소한의 지침은 있지만 교육청이 관여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교육부도 마찬가지다. 교육부 방과후학교지원과는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있으며 올해 초 “학교가 위탁업체와 계약을 맺을 때 수수료가 과도하지 않은지 적정성 여부를 확인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또 오는 3월~4월에는 민간위탁 현황 전수조사도 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이게 전부다. 적정한 수수료의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방과후학교지원과 관계자는 “학교마다 또 강좌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수수료를 일괄적으로 정할 수는 없다”며 “다만 민간위탁 현황 전수조사 상황을 보고 정책적인 논의를 할 예정이다.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방과후학교는 수강학생 부담을 원칙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농어촌·저소득층 등에는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등이 함께 운영하는 홈페이지 ‘방과후학교 포털시스템’은 방과후학교에 대해 “학교 교육기능을 보완하고”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모두 꾸준히 향상”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배동산 학교비정규직본부 정책국장은 “방과후학교 위탁업체는 주로 교육민간회사”라며 “민간위탁은 강사의 노동환경뿐 아니라 교육 공공성 강화에서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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