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민PD 해고 통보에 MBC 예능PD들이 ‘일촉즉발’ 상황에 놓였다. MBC예능PD들은 언론을 통한 공식대응 대신 권PD의 해고를 막기 위해 물밑 대응에 나서고 있다. 28일로 예정된 재심에서 어떻게든 해고를 막아보기 위한 움직임이다. 그러나 만약 재심에서도 해고가 통보될 경우 MBC예능PD들은 회사와의 전면전도 불사할 분위기다. MBC 예능PD들은 지난 2012년 170일 파업 당시 보직간부를 제외한 평PD 전원이 파업에 참가한 바 있다.

김재철 사장 이하 MBC경영진은 여태껏 보도국 기자나 과거 시사교양국 소속 시사교양PD들과 달리 예능PD들을 건드리지 못했다. MBC 예능PD들은 2012년 공정방송을 위한 170일 파업 당시 대부분이 파업에 참여했으나 복귀 이후 중징계를 받은 예능PD는 없었다. <무한도전>은 무려 6개월 간 스페셜로 대체되며 경영진에 가장 큰 타격을 줬다. 하지만 MBC경영진은 김태호PD를 징계할 수 없었다. 그의 ‘맨 파워’가 MBC에 끼치는 유무형의 수익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MBC노조는 파업 당시 특보에서 “사측이 1차 대기발령 명단에 김태호PD를 넣었다가 예능본부의 반대로 막판에 이름을 뺀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재철 사장이 2012년 6월 임원회의에서 ‘무한도전 외주화를 검토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MBC경영진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당시 ‘무도 외주화’는 파업 중이던 김태호PD를 흔들려는 사측의 의도가 담겨있었지만 김태호PD를 비롯해 모든 평PD가 끝까지 파업에 참여했다. 그만큼 예능본부의 단결력은 높다. 

   
▲ 무한도전 400회 기자간담회에 나선 유재석과 김태호PD. ⓒMBC
 

하지만 지난해 6월 경영진은 ‘오늘의유머’ 사이트 게시판에 MBC의 세월호참사 보도를 반성하는 글을 올린 권성민 예능PD에게 정직 6개월 중징계를 통보했다. 당시 MBC예능PD 48명은 실명으로 성명을 내고 “권성민은 MBC의 명예를 실추시킨 바가 없다. 권성민PD의 글에 보여야 할 경영진의 온당한 반응은 부끄러움, 미안함, 그리고 가슴 아픈 반성”이라며 인사 철회를 주장했다. 하지만 경영진은 중징계를 강행하며 예능PD들의 노동조건인 ‘자부심’을 빼앗았다.  

MBC 경영진은 정직기간이 끝난 뒤 비제작부서로 발령 난 자신의 처지를 만화로 그린 권PD를 해고했다. 예능PD집단을 무시하는 처사다. MBC의 한 예능PD는 2011년 기자와 인터뷰에서 “간부들이 우리를 소모품으로만 본다. 장기적 비전 없이 그냥 돈 되는 것만 하라고 한다”고 말하며 “내부에선 이제 돈 주면 (종편채널로) 간다는 분위기다. 충성도가 완전 바닥이다. 조중동을 싫어해도 간부들의 독선을 보면 마음이 바뀌기 마련”이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4년 전 이야기지만, MBC 예능본부 내에서는 여전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MBC는 이미 여운혁·임정아·성치경·김노은·방현영 PD등이 김재철 사장 재임시절 MBC를 떠나 JTBC로 자리를 옮겼다. MBC 예능PD들을 노리는 종편·케이블 채널은 많다. 자칫 MBC경영진의 권성민PD 해고가 MBC 예능PD들의 대량 이직과 사기 저하로 이어져 예능경쟁력에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 김태호·신정수·김유곤 등 MBC 예능PD들은, 지금 몹시 화가 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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