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이완구’ 카드로 국정운영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 박 대통령이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이완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명한 것을 두고 국정운영 반전을 위한 다용도 카드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여론의 반응은 시원찮다. 총리 지명 이후에도 박 대통령 지지율은 30%로 떨어졌다. 

박 대통령이 23일 오전 후속 청와대 인사개편을 실시했다.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들의 교체도 있었으나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총리 후보 지명이 핵심이다. 여야는 오는 2월 9일과 10일 양일 간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기로 했다.

몇몇 언론은 이완구 후보자를 두고 ‘깜짝 인사’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완구 총리설은 이전부터 정치권에 돌았다. 야당 의원들이 이완구 원내대표를 만날 때 ‘진짜 총리하는 거냐’고 물을 정도로 팽배한 설이었다. 사실상 오래 검토된 카드라고 봐야 한다. 지명 이후 본인과 차남의 병역의혹이 일자 기다렸다는 듯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공개검증도 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 총리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낙마하지 않는 것이다. 정홍원 총리는 세월호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려했으나 안대희·문창극 두 총리 후보자의 연이은 낙마로 인해 물러나지 못했다. 또 다시 총리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일 경우 청와대 인사시스템과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이다. 이완구 후보자는 오랜 정치경력을 갖고 있어 상대적으로 청문회 통과가 수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완구 후보자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출신인 데다 야당과의 관계도 원만한 편이다. 박 대통령이 불통 이미지로 야권은 물론 여권 일부의 비판까지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완구 후보자만한 카드가 없다는 뜻이다.

   
▲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에서는 이완구 후보자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이 후보자를 만난 자리에서 “야당을 존중하고 소통하는데 최선을 다한 분이라 생각한다. 그간의 능력으로 보면 충분히 잘 해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권 야당 의원들 사이에선 충청 출신 차기대권주자로 꼽히는 이 후보자를 공격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실제 새정치연합이 구성한 청문특위에 충청권 의원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완구 후보자의 등장에 몇몇 언론은 ‘충청 대망론’을 띄웠다. 충청 출신으로 충남도지사까지 한 그가 총리를 거쳐 대권 잠룡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 충청대망론은 나쁘지 않다. 박 대통령은 이완구 후보자를 매개로 충청권 민심을 빨아들이는 동시에 여당 내에 비박/친박 외의 또 다른 세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에 비박계의 견제까지 받고 있다. 차기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비박계 유승민 의원이 당선될 경우 비박계의 대통령을 향한 공세가 강해질 수 있다. 이완구 카드는 이에 대비할 좋은 카드다.

이완구 카드는 과연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이완구 총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이완구 후보자는 “대통령에 직언을 하지 못하는 총리는 문제 있다. 쓴소리 하는 총리가 돼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정홍원 총리와 달리 ‘책임총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이완구 후보자가 직언을 하기 힘들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데다 정윤회 문건 파동 직후 오찬에서 대통령을 ‘각하’라고 부르는 등 박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완구 총리’는 박 대통령의 ‘불통’ 국정운영을 각색하는 역할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뜻이다. 인사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돼 보수언론으로부터도 ‘교체하라’는 비판을 받는 김기춘 비서실장은 여전히 건재하다. 허영일 새정치연합 부대변인은 24일 논평에서 “‘십상시’가 건재하면 ‘재상’을 바꿔도 아무 소용이 없다”며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아무리 야당과 소통하고,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총리가 되겠다고 해도, 십상시가 철벽수비를 하면 대통령에게 말할 방법은 험난하고, 야당의 신뢰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여론조사에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6일 나온 리얼미터 정례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0.1%를 기록했다. 지난 조사인 34%보다 더 떨어진 것이다. 이 여론조사가 이완구 총리를 지명한 23일, 그리고 26일 실시된 결과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완구 카드가 지지율 반전에는 먹히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완구 카드가 아무리 다용도라 해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변하지 않으면 그 카드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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