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5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지난해 정부는 1만원 안팎의 주민세를 1만~2만원 선으로 올리고 영업용 승용차에 대해 자동차세를 최대 100%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새정치민주연합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정 장관은 “지난해 지방세제 개편 논의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이 부분을 부담스러워했지만 심각한 지자체 재정난을 직접 설명하고 대통령의 결심을 받아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이 사실상 승인했다는 의미입니다. 박 대통령은 26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통해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말과 행동이 전혀 달랐던 것입니다.

그런데 황당한 점은, 정부가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이 서민증세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는 점입니다. 정 장관은 해당 인터뷰에서 “주민세는 모든 주민이 내는 ‘회비’의 성격이므로 이번 인상안을 서민증세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세금이 왜 회비일까요?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고 정치권에서도 반발이 이어지자 행정자치부는 “올해는 자치단체의 강한 요구와 국회의 협조가 없는 이상 지방세법 개정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한 발 물러섰습니다. 하지만, 자치단체야 늘 재정이 부족한 상태고 국회의 협조는 언제든지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철회’하지 않은 셈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수석비서관 회의에 앞서 신임 특보 및 수석들과 차를 마시고 있다. 사진=청와대
 

국가의 상황에 따라 증세를 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늘어난 세금이 한국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양극화를 줄이는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세금의 사용처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입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과 자원외교로 수십조원의 세금이 날아갔다는 의혹이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서, 밑도 끝도 없는 증세는 여론의 반발을 부를 뿐입니다.

가뜩이나 연말정산 문제로 서민들의 분위기가 좋지 않고, 철옹성 같은 박근혜 대통령의 40%지지율도 붕괴된 상황에서 정 장관이 주민세가 ‘회비’라는 식의 발언을 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해 보입니다. SNS에서는 바로 이 발언에 대해 매우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욕설까지 섞인 트윗도 많이 눈에 띌 만큼, 매우 격앙된 상태입니다.

“주민세가 회비라고?”, “그럼 난 회원 탈퇴하겠다”, “명색이 장관이라는 사람이 상식이 부족하다”, “회비는 회원들이 자체결정 하는건데 국가가 정해주나”와 같은 반응이 나옵니다. 김광진 새정치연합 의원은 트위터에 “정부가 세금을 걷는게 아니면 곗돈을 걷어서 운영합니까”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증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여기저기서 서민들의 세금을 올리고 있고, 이명박 정부 때 이루어진 부자감세에 대한 일언반구 없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도 쏟아집니다. 박근혜 대통령 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는 ‘증세, 없는 복지’라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난 분명히 기억합니다…. 대통령후보 토론회에서 문재인이 증세 없는 복지가 되겠냐라고 물었더니 박근혜가 대답했습니다 내가 대통령되면 할 수 있다!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요?”, “복지를 위해 증세는 필연입니다! 하지만,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보편적 증세엔 강하게 반대합니다”라고 지적한 분들도 계십니다.

“박근혜가 착각하는 게, 증세 때문에 지지율 내려갔다고 생각하는 거. 물론 1차적으론 그게 맞다만 자세히 봐야지. 사람들은 그렇게 낸 세금이 겨우 이명박이 토해놓은 거 닦는 데 쓰인다는 사실, 그리고 이 와중에도 부자 세금은 깎아준단 사실에 분개하는거야”라는 지적도 눈에 띕니다.

위의 트윗처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2주 사이에 10%p 가까이 떨어질 만큼 폭락했습니다. 이런 위기상황에도 행정자치부 장관은 공감도 사지 못할 ‘회비’발언으로 서민들의 불난 가슴에 기름만 쏟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연말정산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잘 전달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부는 연말정산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공직자들의 돌출(?)발언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이런 식의 ‘증세’에 대한 비판이 터져나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의지가 없는 것일까요, 아니면 이제 통제력을 상실한 것일까요? 분명한 것은 지금 같아서는 증세 논란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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