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세수 부족을 메꾸기 위해 담뱃값 인상 등 서민증세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기업에 해택을 주는 가업상속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애초 가업상속공제 확대 방안을 담은 상속 증여세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2일 ‘부자감세’라는 부정적인 의견에 부딪혀 새누리당 지도부까지 반대표를 던져 부결된 바 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30일 새누리당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강석훈 의원을 대표로 해서 상속 증여세법 개정안이 재발의됐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도 지난 2일 브리핑을 통해 “장수기업을 히든 챔피언으로 육성하는 법안(가업상속공제확대안) 등 상속증여세법 및 이와 관련된 조세특례제한법 등이 국회에서 부결 처리됐는데 이것을 다시 수정 제출해 이번 임시국회 때 다시 논의가 시작될 예정”이라며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해당 법안은 세수의 형평성 차원에서 특혜라는 지적이 줄기차게 나왔고 특히 최근 서민 증세논란과 비교해 부자 감세 성격이 농후해 불 붙은 국민 여론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일례로 2500원 짜리 담배는 4500원으로 80% 인상됐지만 재세 부담금은 한갑당 1550원에서 3318원으로 무려 114% 올라 과도한 세부담이라는 서민 증세 논란을 일으켰는데 이와 반대로 가업상속재산공제는 세부담 형평성에 어긋나게 기업에만 혜택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법안 내용을 보면 가업상속재산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기업의 제한 요건이 대폭 완화됐다. 기존엔 매출액이 3000억원 미만의 기업이 공제를 받을 수 있었는데 개정안에는 5000억원 미만으로 확대돼 대부분의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기존에는 기업의 오너가 10년 이상 사업체를 운영해야만 상속 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사업체 운영 기간을 7년으로 줄였다. 또한 30년 이상 경영한 기업에 대해서는 상속한도를 5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 같은 법이 통과되면 5년 동안 2000억원이 넘는 세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업상속재산공제는 지난 2007년 이후부터 매년 논란이 돼 오면서도 대상 범위가 확대되고 조건이 완화돼 기업들이 혜택을 받았다. 처음 가업상속재산공제가 도입된 2007년엔 상속액의 20%인 30억원까지 공제했던 것을 상속액 40%인 100억원까지 확대했다. 그리고 2010년 매출액 1500억원의 중견기업으로까지 확대 적용했고, 2011년에는 상속액 70%인 300억원까지 공제액을 확대했다. 2012년 들어서는 매출액 2000억원 중견기업까지 확대했고 2013년엔 3000억원 중견기업까지 확대하고 상속세 100%인 500억원까지 공제액을 늘렸다.

그리고 올해 매출액 5000억원 중견기업까지 공제 대상을 확대 적용하고 30년 이상 장수 기업에 대해서는 상속세 100%인 500억원의 두배인 1000억원까지 공제시켜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2014년 조세정책토론회 결과보고서에서는 “매년 기계적으로 기준조세체계를 변동시켜 오면서 정책의 방향성과 세제의 안정성을 크게 훼손시켰다”고 꼬집었다.

   
▲ 박근혜 대통령
 

지난 2012년 세입예산안을 분석한 국회 예산처도 “가업상속세 부담 완화는 적용범위와 다른 상속재산과의 과세 형평성을 고려하여 검토해야 한다”며 “가업 승계의 필요성 여부와 무관하게 적용범위가 광범위하고 공제한도 최고액이 지나치게 높아 사회적으로 수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IT업계나 정보통신분야의 경우 개인의 기술적 역량을 기반으로 한 분야로 가업승계가 불필요한 산업군으로 분류될 수 있는데 혜택을 주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가업상속재산공제 제도 자체부터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정책의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재산 상속을 통한 부의 세습과 집중이 완화돼야 국민 경제의 균등에 도움이 된다는 상속 및 증여세 기능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학계에서는 상속세의 근간을 위협하는 조세의 형평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수준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정부 재량에 의해 상속세제를 기업에 대한 시혜제공 수단으로 활용하는 연례적인 행태를 중지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더욱이 유리알 같이 투명한 월급봉투에는 세금을 잘 매기면서 왜 그렇게 기업에는 혜택을 확대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2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상여증여세 명목세율 최고세율이 50%이지만 다양한 비과세, 감면 혜택 등을 고려하면 낮은 수준"이라며 "특히 가업상속공제는 대상이 지나치게 범위가 확대돼 있고 요건도 굉장히 완화됐다. 애초 전통 가업이 제대로 공제를 받지 못하면 가업 승계가 어려운 경우에 적용하는 것이 가업상속공제의 취지인데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강 교수는 “우리 사회가 가뜩이나 복지 재정을 중심으로 재정의 필요성을 증대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세목 중 법인세 세수 결손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지나치게 공제 대상을 확대 적용하는 것은 공평 과세와 조세 정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 여당이 상속증여세를 무력화시키려는 우회적인 감세 정책이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저출산 시대 상속증여세의 무력화는 ‘부의 대물림’이라는 문제로 나타날 수 있는데 가업상속공제 역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업 승계를 통해 기업의 지속성과 전문성 그리고 국민 경제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을 고려할 때 반드시 가족구성원이 가업 승계의 대상이 돼야 하는지도 검토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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