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7일, 송파 세모녀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 후 ‘있는 복지도 활용하지 못하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라는 대통령의 지적과 함께 일제조사 및 사각지대 발굴사업이 진행되었으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및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 등은 ‘세모녀 법’ 이라는 이름을 달고 지난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세 모녀 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 모녀는 지원받을 수 없다. 이들은 근로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복지지원을 받기 어려웠던 것인데, 이번 개정안은 개별급여 시행, 근로활동 강화, 부양의무자기준 일부 완화에 초점이 있기 때문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부양의무자기준 및 재산‧소득 기준에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각지대는 사각지대라 부르기 다소 민망하다. 부양의무제 폐지 등 해결방법이 자명한 비수급 빈곤층이기 때문이다.

   
송파 세모녀가 남긴 유서. @연합뉴스
 

2009년 기초생활수급자 숫자는 157만명이었으나 2014년 134만명으로 떨어졌다. 그 동안 기준은 완화됐고 빈곤층은 줄어들지 않았는데 왜 수급자 숫자는 줄어들었을까? 정부의 빈곤정책 기조가 변했기 때문이다. 예산의 효율성 강화, 부정수급 관리라는 명분아래 사회복지 업무의 분업화, 조사가 강화되어 왔다. 2010년 근로능력평가 도입, 2012년 국민연금공단의 근로능력평가업무 시행, 2010년 통합전산망 도입, 소득 및 금융재산에 대한 조회 빈도 강화 등이 그 예이다.

분업화, 조사 강화는 수급권자들의 권리약화로 이어졌다. 수시로 이뤄지는 조사는 이미 관계단절을 인정받은 가구가 관계 단절을 재소명해야 하는 수치스러운 경험으로 연결되기도 했고, 몸이 아픈 수급자가 수급권 박탈의 위협 때문에 일자리에 참여하다가 사망에 이르는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의신청 절차를 밟으려고 하면 ‘서류를 준비해오지 않으면 이의신청을 할 수 없다’, ‘근로능력평가는 연금공단 일이기 때문에 구청은 모른다’, ‘수급탈락은 지자체 결정이기 때문에 연금공단에서는 모른다’는 대답을 듣기 일쑤였다.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의 ‘사실조사 복명서’ 작성은 위축되었으며 ‘공적 자료’를 벗어난 현장조사를 통한 권리구제는 감사의 대상으로 인식되었다. 누구보다 발 빠르고 어떤 제도보다 현장에 기반 해야 할 빈곤층 복지가 ‘부정수급 관리’에 초점이 맞추어 지면서 ‘부정 수급자가 아닐까’라는 불신이 권리구제에 앞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입된 ‘개별급여’는 우려스럽다. 국토교통부와 교육부, 고용노동부로 이관된 사업들이 과연 수급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겠냐는 걱정 때문이다. 이번 개편안에서는 수급신청 후 결과를 통보받는 기간이 60일로 늘었으며, 이의신청 후 보정 자료를 요구할 시 해당 자료를 구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이의신청 기간에 산입하지 않게 됐다. 이미 현장에서는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지만 수급권자들의 늘어난 ‘대기’ 시간을 법과 시행령이 허용한 것이다. 소득을 상실한 뒤 불과 한 달 만에 목숨을 잃었던 송파 세 모녀를 정말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IMF이후 빈곤층은 늘어났으나 기초생활수급자 수는 점점 더 줄어들었다. 구걸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거나 공공역사에서 노숙인을 강제로 쫓아내는 등 혐오적인 정책은 관철됐다. 빈곤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주장과 복지에 기대어 사는 가난한 사람들을 엄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같은 신문의 앞뒤 면에 나란히 실리고 있다. 이 모순된 주장의 줄다리기는 정작 가난한 이들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일을 통한 복지’, ‘부정수급 근절을 통한 예산 효율성 강화’라는 구호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도리어 우리에게 말을 거는 것은 생활고 때문에 삶을 포기하는 이들의 이야기였다. 경쟁과 시장의 영역에 발붙이지 못하는 이들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후의 보루를 누가 만들 것인가? 사회복지 노동자와 빈곤층을 비롯한 모두가 노력하지 않으면 불가능할 것이다. 빈곤문제 해결은 선언이 아닌 ‘지속적인 실천’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