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가 도입을 추진 중인 예술영화지원사업 개선안을 두고 ‘사전검열’과 ‘편성 자율성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술영화전용관의 경우 영진위가 선정한 26편의 영화를 일주일에 이틀 동안 상영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진위는 지난 23일 독립영화업계 관계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예술영화지원사업 개선안을 발표했다. 간담회에 참여한 독립영화업계 관계자들과 영진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개선안은 영화관을 지원하는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사업’과 영화 개봉을 지원하는 ‘다양성영화 개봉지원 사업’을 통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영진위는 그간 다양성영화 개봉지원사업을 통해 다양성영화 선정작업을 했으며, 예술독립영화전용관을 선정해 다양성영화 상영지원 사업을 해왔다.

사업 통합에 따라 좌석점유율 보장지원제도가 신설된다. 이 제도는 영진위가 정한 기준을 충족시킨 경우에 한해 상영관에 좌석점유율 15%에 달하는 지원금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영진위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좌석점유율 보장지원기준안은 영진위가 선정한 영화 26편(1년 기준)으로 한정된다. 멀티플렉스가 아닌 예술영화전용관의 경우 매주 금, 토 주2회에 걸쳐 26편에 해당되는 영화를 상영해야 한다. 

   
▲ ‘예술영화 유통활성화를 위한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 개산방안’ 영화진흥위원회 연구자료 중 일부.
 

독립영화업계 관계자들은 ‘좌석점유율 보장지원 기준’이 사전검열과 영화편성의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이지연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은 “개선안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입장이다. 이지연 사무국장은 “‘다이빙벨’ 등 정부를 비판하는 영화들이 영진위가 선정하는 26편에 포함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지연 사무국장은 “일주일에 이틀동안 특정영화를 상영해야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은 프로그래밍(편성)의 자율성을 해칠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다른 독립영화업계 관계자는 “별개의 사업인 ‘극장지원사업’과 ‘개봉지원사업’을 영진위의 임의대로 섞어버렸다”며 “무슨 근거로 두 사업을 통합시켰는지 의문이 든다. 예술영화를 능률과 상업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좌석점유율 보장지원제도에 관해 영진위 국내진흥부 관계자는 “사업을 개편해서 각각의 사업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게 통합하자는 취지”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원 영화편수 제한에 대해 영진위 관계자는 “예산이 무한정이 아니기 때문에 지원영화 편수를 한정했다”며 “정부기조에 반한다고 해서 특정영화를 제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잼다큐강정>(왼쪽)과 <다이빙벨>(오른쪽) 포스터. 영화진흥위원회 직영 극장에서 개봉취소되며 외압논란을 빚었던 작품이다.
 

편성 자율성 침해에 관해 영진위 관계자는 “26편의 영화를 일주일 중 이틀만 상영하면 된다. 그 이외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편성 침해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독립영화업계 관계자들은 영진위에 추가적인 공개의견수렴 절차를 요구한 상황이다. 이지연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은 “비공개 간담회로 끝낼 것이 아니라 보다 투명한 의견수렴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영진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영진위 국내진흥부 관계자는 “추가적인 논의절차를 검토하고 있으며 아직 일정을 확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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