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제작부서로 좌천된 자신의 처지를 ‘웹툰’으로 그렸다는 이유로 MBC 권성민 예능PD가 해고된 것과 관련해 MBC가 또다시 재판을 가게 될 경우 패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권 PD는 지난해 5월 인터넷 ‘오늘의 유머’ 커뮤니티 게시판에 ‘엠병신 피디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세월호 관련 MBC 보도에 대한 반성과 사죄의 글을 올렸다가 회사 명예를 실추했다는 이유로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권 PD는 복귀 이후 지난해 12월 제작 업무와 전혀 무관한 경인지사 수원총국으로 전보 발령이 났고 페이스북 등에  ‘유배’ 생활과 예능국의 삶을 그린 ‘예능국 이야기’를 웹툰으로 그려 게재했다.

언론노조 MBC본부와 관련한 소송을 도맡고 있는 신인수 변호사(법무법인 소헌)는 2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만약 해고가 확정돼 재판으로 가게 되면 두 가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밝힌 두 가지 쟁점은 웹툰을 그린 것이 ‘징계 사유가 되느냐’와 ‘해고가 적합한 징계인가’ 등이다.

신 변호사는 “권성민 PD 웹툰은 본인이 경인지사로 부당 전보를 받고 나서 에피소드 형식으로 자기 소회를 그린 게 전부”라며 “회사 명예를 훼손할 의도 및 사실도 없는데 징계를 내린 것이기 때문에 부당 조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MBC는 지난 21일 권 PD가 그린 ‘예능국 이야기’에 대해 “편향적이고 저속한 표현을 동원해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을 한 행위로 중징계를 받은 뒤 또다시 같은 해사행위를 수차례 반복했다”며 “SNS는 공개적인 대외활동 기능을 갖추고 있어 개인적인 공간으로 한정할 수 없다. 근거 없는 비방과 왜곡이 담긴 주장을 회사외부에 유포함으로써 회사 명예를 실추시키려는 시도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 권성민 MBC 예능PD가 직접 그린 만화 '예능국 이야기' 한 장면. ⓒ권성민 PD 페이스북
 

신 변호사는 “일반 사기업에 다니는 근로자여도 이는 징계 사유가 되긴 어렵다”며 “하물며 MBC는 언론사다. 대법원과 일반 법리를 보더라도 방송사 내부 구성원의 표현의 자유는 더 넓게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신 변호사는 “설사 징계 사유가 된대도 비례 원칙에 비춰 봤을 때 징계는 지나치게 과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진구 노무사(현 경향신문 기자)도 “해고는 정상적인 근로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직장 질서를 침해했을 때 내려지는 것”이라며 “권 PD 경우 근로자가 직장 질서를 침해했다고 보긴 어렵다. 되레 회사가 부당한 징계권 남용으로 직장 질서를 침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 노무사는 “건전한 사내 비판을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 근거로 삼는 것은 누가 봐도 징계권 남용”이라며 “언론 사업장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봐도 결론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강 노무사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노동권에 비해 경영권이 절대 상위 기본권이라는 인식과 분위기가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법원이래도 MBC의 징계 재량권을 정당화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강 노무사는 “MBC도 이 부분을 모르지 않을 텐데, 적어도 자신들 임기 내에는 (재판을 통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얄팍한 인식을 깔고 근로자들에게 공포 심리를 조성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한편, 권 PD 징계 인사위 재심은 오는 28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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