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최근 논란이 된 연말정산에 대해 “고소득층이 상대적으로 유리했던 소득공제방식의 문제점을 바로잡고자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꿨는데 이런 변화를 국민들께 충분히 설명드리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소통이 부족해 오해가 생겼다는 진단으로 향후 대국민 홍보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석비서관 회의는 지난해 12월 15일 이후 새해 들어 처음으로 주재한 회의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됐다.

특히 정윤회 문건 파동을 거쳐 인적쇄신 요구에 총리를 교체하고 특보단 명단을 발표하고 후속조치까지 나올 것을 기대했던 터여서 박 대통령의 입에 관심을 모았다.

박 대통령은 하지만 인적쇄신 후속 조치를 내놓기 보다는 청와대의 소통 의지를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박 대통령이 토론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례적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회의 때에도 많은 토론을 해왔지만 토론하는 것은 공개가 되지 않아 국민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던 면이 있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주요 정책과 논란이 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수석들과의 토론 과정도 공개해 국민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한 "우문현답이라는 말의 새로운 뜻은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며 "청와대 비서실부터 앞장서서 바로 내가 대학생, 구직자, 기업인이라는 역지사지의 자세로 국정과제를 잘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새로 신설된 정책조정수석실에 대해서도 "여야, 당과 정부가 모두 연관돼 있는 만큼 서로 연락하고 문제를 해소하면서 보완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는 원래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해왔는데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위민관 영상회의실로 옮겨 회의를 주재했다. 

언론은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 내용과 형식을 전하면서 ‘변화하는 청와대’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는 "집권 3년차를 맞아 총리 교체라는 깜짝 카드를 뽑아든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올해 첫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적극적인 소통 행보를 보여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 박근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모습
 

 

겉으로만 보면 지난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만 해도 통일토크콘서트를 종북콘서트로 규정하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혀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날 회의는 티타임을 가지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하면서 '열린' 청와대의 모습을 부각시켰다. 

박 대통령이 소통 강화를 주문했지만 악화된 여론이 회복될지는 미지수이다. 

여론은 이번 회의를 통해 대통령의 인적쇄신에 대한 의견을 듣고 후속 조치를 통해 소통하기를 기대했지만 박 대통령은 소통 부족이 문제라는 뻔한 답만 내놓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기춘 비서실장 인사 방향에 따라 인적쇄신 의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데도 김 비서실장에 대한 교체 가능성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미 유임 결정을 내린 청와대 3인방의 인적쇄신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오히려 업무조정된 청와대 3인방의 권한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재정개혁과 관련해 서민증세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적절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대통령이 이날 재정문제와 관련해 지방교부세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도 지방정부와의 갈등만 부추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지방교부세와 관련해 "현행 지방재정제도와 국가의 재정지원 시스템이 지자체의 자율성이나 책임성을 오히려 저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보고 제도적인 적폐가 있으면 과감히 개혁을 해야 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예를 들어 지방교부세의 경우 자체 세입을 확대하면 오히려 지자체가 갖게 되는 교부세가 줄어들기 때문에 자체 세입을 확대하려는 동기나 의욕을 꺾는 그런 비효율적인 구조는 아닌가 점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낮아 국가가 지방정부에 자립도의 정도에 따라 나눠주는 세금을 교부세라고 하는데 자체 세입을 확대하지 않은 지방정부에 교부세를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의 지적은 제도적 폐해가 있다는 선에서 동의할 수 있지만 고령화와 양극화 등 복지수요가 증가하는데도 재원부담은 지방정부가 감당하고 있는 현실 등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는 반론도 크다. 또한 '증세없는 복지' 논란은 여전히 해소하지 못하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지방정부를 쥐어짜내 세수 늘리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비판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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