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야구 돔구장인 ‘고척돔’을 둘러싸고 프로야구계와 야구팬 사이에 이런 저런 말이 오가고 있다. 지난 해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던 넥센 프로야구단의 고척돔 사용 문제가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넥센 연고지 이전 발언으로 다시 이슈로 촉발되고 있다. 서울시도 넥센의 고척돔 사용을 반대하지 않고 넥센도 고척돔 사용의 의사를 갖고 있으므로 문제의 본질은 넥센의 고척돔 사용 조건 내지 방법이다. 그 조건의 핵심은 고척돔의 운영권, 광고권 등 사용수익에 관한 것이다.

이는 최근의 KB0 관련 발언에 의해 분명히 알 수 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넥센이 고척돔의 운영권을 잃으면 KBO는 넥센의 연고지 이전까지 검토하겠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넥센에게 고척돔의 운영권을 주라는 것이다. 여러 프로야구계 인사의 발언과 일부 언론의 보도 취지는 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야구장의 운영권을 구단이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고 당연하다는 것이다. 넥센이 고척돔 운영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그들의 주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나도 구단이 지자체 소유 경기장의 운영권을 보유하였으면 하는 마음이다.

다만 구단의 지자체 소유 경기장 운영권 보유 문제에 대한 접근에는 지자체 소유 경기장 개념과 경기장 운영 위탁에 관한 법원칙에 대한 이해가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러한 이해 없이 무조건 구단의 지자체 소유 경기장 운영권을 주장하는 것은 ‘무지’에 의한 ‘억지’에 불과할 따름이다. 넥센이 연고지 이전을 밝히지도 않았는데 KBO가 넥센 연고지 이전을 언급한 것은 그런 점에서 적절치 못한 것이다. 특히 KBO 규약에 따르면 프로야구단의 지역권(보호지역) 변경은 구단에 의사에 반할 수 없는 것인데 KBO가 일방적으로 넥센의 연고지 이전을 검토하겠다는건 섣부른 서울시에 대한 ‘협박’이다.

   
▲ 2013년 9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3프로야구 LG와 삼성의 경기에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구한 후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KBO의 위 발언은 그렇다쳐도 문제는 일부 프로야구팬의 주장과 일부 언론의 보도이다. 서울시와 넥센이 고척돔 사용 또는 운영에 관하여 아직 합의를 보지 못하는 것을 서울시의 잘못이고 서울시의 책임이라는 취지로 얘기한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서울시의 ‘갑질’이라고까지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하여 ‘결단’을 요구하며 박 시장이 야구에 대한 사랑이 없다며 비난한다. 그들은 박 시장이 결정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정말로 박 시장이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넥센에게 고척돔 운영권을 주기로 결정하면 되는 문제일까?

지자체 소유 경기장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상 ‘공유재산(행정재산)’이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은 경기장 관리처분에 대하여 지자체 전체의 이익에 맞도록 할 것, 취득과 처분이 균형을 이룰 것, 공공가치와 활용가치를 고려할 것, 투명하고 효율적인 절차를 따를 것이라고 기본원칙을 정하고 있다. 이러한 기본원칙에 따라 행정재산은 대부, 신탁 또는 대물변제하거나 출자의 목적으로 하지 못하게 하는 등 그 처분 등에 있어서 엄격한 제한을 받고 있고 그 관리 사용수익 관계에서 있어서 관련법령과 지자체 관련 자치법규상 규제를 받고 있는 것이다.

행정재산 운영관리 위탁에 관하여는 지자체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지자체 외의 자에게 그 재산의 운영관리를 위탁할 수 있으나 그 위탁은 원칙적으로 일반입찰(경쟁)로 하여야 하며, 위탁에 관한 조건 등은 행정재산 관리처분의 기본원칙에 맞게 정해져야 한다. 또 그러한 사항은 지자체 공유재산심의회의 심의를 거쳐야만 한다. 이렇듯 서울시 소유 경기장, 고척돔의 관리운영 위탁에 관하여는 그 여부 및 조건 등을 서울시가 마음대로 정할 수도 없고, 박원순 시장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박원순 시장이 정말로 야구를 사랑한다 해도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그냥 넥센에게 고척돔 관리운영권을 줄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관련 조례를 개정하여 넥센에게 관리운영권을 주거나 넥센에게 관리운영 위탁자 선정에 있어서 참가의 기회를 주느냐 하는 문제는 별개다.

야구계 일부에서 말하는 프로야구가 ‘공공재’라는 주장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렇다(나중에 프로야구 공공재 여부와 관련하여서는 별도로 논해보자). 넥센이 과연 고척돔을 관리운영할 능력을 보유하였느냐는 문제도 제기될 수 있겠지만 그 이전에 서울시로서는 고척돔 관리운영의 위탁을 서울시 전체의 이익과 공공성 등 법원칙에 입각하여 처리하여야 한다. 그러한 점을 무시하고 고척돔 건립비 전부를 부담한 서울시에게 무조건 고척돔 관리운영권을 내놔라하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강도질’이라고 한다.

<필/자/소/개>
필자는 중학교 시절까지 운동선수였는데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법조인의 인생을 살고 있다. 대학원에서 스포츠경영을 공부하였고 개인적‧직업적으로 스포츠‧엔터테인먼트와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 스포츠‧엔터테인먼트와 문화의 보편적 가치에 따른 제도적 발전을 바라고 있다. 그런 바람을 칼럼에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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