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4일 한국일보 임소형기자는 필자가 기고한 미디어 오늘의 ‘현장에 없었던 한국일보 기자의 외눈박이 보도’에 대해 반박글을 보내와 미디어 오늘에 실렸다. (참고 :‘방청 규정 위반’ 지적했더니 언론 플레이에 당했다고?) 그러나 이 글 역시 사실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어서 재반박글을 기고한다.

언론의 지향은 ‘진실’이라고 믿는다. 기자가 기사를 통해 어떤 사건에 대해 판단이나 평가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판단이나 평가는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 그래서 서로 주장에 이견이 있을 수 있는 상황을 접했을 때는 양측의 주장을 취재해서 공정하게 보도하고 평가도 한다. 독자는 기자가 그런 취재과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기대하면서 기자의 글을 읽는다.

임소형 기자는 1월 21일 기사나, 이번 22일 반박글에서 계속 한쪽의 주장만 듣고 글을 쓰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역시나 ‘외눈박이 보도’이다. 처음 기사가 나왔을 때 필자가 방청자이자 배석자인 해당자였기 때문에 사실확인을 본인에게 왜 하지 않았냐고 물었을 때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에서 사실확인하면 된 거 아닌가’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반박글에서는 제보자나 원자력안전위 위원들 사이에 오갔던 얘기라고 한다. 애초에 제보자가 있었던 것이다.

기자라면 당연히 가져야할 의문은 왜 그런 제보를 했을까일 것이다. 그리고 관련자와 해당자가 누군지 확인하고 사실확인을 하고 서로 주장이 다르다면 제 3의 관련자를 통해 보다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장하나 의원이 방청석에서 발언을 했다면 정황은 어땠는지를 취재하고 본인 얘기도 들어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단장이 자리를 뜬 것이나, 방청석에서 대신 답변자로 나온 필자를 문제 삼을려면 당사자에게 최소한의 사실확인을 했어야 한다.

현장에 없었던 상황을 기사화하려면 더구나 ‘무법천지’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을 폄하하는 기사를 쓰려면 사실확인을 제대로 했어야 했다. 관련자와 해당자에 대한 최소한의 확인도 없이 제보자에 의존해서 일방의 얘기만을 듣고 사실인양 기사를 쓰다보니 ‘소설’이 된 것이고 억울하게 매도당하는 당사자가 발생한 것이다. 더구나 제보자나 사실확인을 해준 사무처에서 의도가 있었다면? 펜은 가끔 총보다 무섭다.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해 하나씩 짚어보자.

첫째, 본인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전화해서 제보자가 누구냐고 따져 물은 적이 없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에 전화한 적도 없다. 제보자가 있다는 것도 기자의 반박글에서 처음 알았다.

둘째, 위원회 회의에서 위원 외의 관계자 진술은 ‘위원장의 허가를 얻어 참고의견을 진술’하라고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 운영에 관한 규칙’ 11조에 나와 있다. 임소형 기자는 그런 규정이 없다고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확인했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는지 의문이다.

셋째, 위원회 배석자에 대해서는 사전에 위원회 사무처가 위원들과 합의하거나 상의하지 않았다. 더구나 기자 주장대로 원안위와 위원들, 민간검증단이 서로 배석자를 상의한 적 없다. 필자가 민간검증단 위원이다. 민간검증단 회의에서 단장과 간사 외에도 필자와 같은 총괄기술협의회 소속 위원들이나 해당 전문가들 배석을 사무처에 요청했지만 안된다는 일방적인 답변을 원자력안전기술원을 통해서 들었을 뿐이다. 단장에게 확인한 결과 회의개최일이 확인된 뒤 국회 일정과 겹치니 시간 조정이 가능한지 원자력안전기술원을 통해 문의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단장은 ‘돌연’ 자리를 뜬 것이 아니라 사전에 조정을 요청했지만 사무처에서 답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당일에 재차 원자력안전위원장에 요청을 했다. 더구나 단장만이 아니라 전문위원, 전문위원장도 각자 일정으로 자리를 떴다.

넷째, 단장이 자리를 떠서 대신 필자가 배석하는 것 역시 위원들과 위원장의 허락에 의한 것이었다. 위의 동 규칙에 의하면 의견진술은 위원장의 허가로 가능하다. 단장이 되돌아 온 후에 다시 방청석으로 되돌아 갔지만 회의 후반에는 민간검증단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다는 취지로 필자만이 아니라 같이 참석한 총괄기술협의회 소속인 민간검증단 위원이 추가해서 배석해 진술했다. 이 역시 위원장과 위원들의 허락에 의한 것이었다.

민간검증단 위원들을 단순 방청객으로 취급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의 의도가 무엇일까. 원자력안전기술원과 민간검증단은 각각 독립적으로 검증을 했다. 그리고 서로 다른 결론이 나왔다. 민간검증단은 월성원전 1호기를 계속운전하는 것은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했고 원자력안전기술원은 평가기준에 적합하다고 했다. 이렇게 첨예한 의견들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이 필요하다. 참여하는 위원들이 각각 전문분야가 다르니 원자력안전기술원은 단장과 간사 외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뒤에 배석해 있다가 필요할 때 앞으로 나와 진술했다. 하지만 민간검증단 위원들에게는 단장과 간사만 배석하게 하고 다른 위원들에게는 그런 기회조차 주지 않고 방청석에 배정했다. 민간검증단은 사전에 사무처에 배석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답은 방청신청서를 써라였다.

사실, 임소형 기자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방청석이 소란스러워진 것을 탓하는 것은 한가한 투정일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은 사고 나기 7년 전에 지금의 월성원전 1호기보다 몇 배나 더 안전하다고 ‘과학적’으로 평가했지만 수명연장 직후에 폭발했다. 지금 우리는 우리나라의 운명을 바꿔놓을 지도 모르는 중요한 결정을 앞에 놓고 있다.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가동이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는데도 사무처와 일부 위원들은 월성원전 1호기 표결을 서두르고 있다. 기존 구도대로라면 위원들 5명 이상의 표를 얻어 월성원전 1호기는 수명연장 가동을 곧 하게 될 것이다. 기자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월성원전 1기 수명연장을 밀실에서 빨리 결정을 내리려는 이들에게 유리한 근거를 제공한 것이다.

이은철 위원장으로 출범한 2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투명성’을 중요하게 여겨 속기록을 공개하고 방청을 허용했다. 강창순 위원장의 1기 위원회에 비하면 획기적인 투명성 향상이다. 첫 회의에서는 언론인에게까지도 회의를 공개하기로 하고 인터넷 생중계도 검토했다고 한다. 하지만 작년 3월 월성원전 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중간보고서 공개 건을 가지고 논란이 있을 때 언론사가 취재를 위해 방청을 신청하자 다시 회의를 해서 언론사에 대한 방청은 불허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번 한국일보 기사 사건은 이 결정이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이번 건을 원전 안전에 대한 ‘투명성’ 향상의 계기로 삼기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안해본다. 불필요한 오해, 잘못된 정보제공과 사실왜곡 등은 투명하게 공개하면 사라진다. 이참에 회의의 전면 개방은 물론 생중계를 요청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는 30일 비공식 간담회에서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논의를 계속 진행한다는 것은 밀실논의를 한다는 의심을 살 수 있다. 비공식 간담회는 비공개이고 속기록 회의록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한 사이트를 통해 원자력안전위원들에게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대신 폐쇄‘를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내는 이들이 일주일 새에 1천명이 넘었다고 한다. 월성원전 1호기 폐쇄는 안전한 대한민국에 살고 싶어하는 다수 국민들의 요구다. 이 사안을 9명의 원자력안전위원들이 어떤 의견을 가지고 표결에 임하는 지 국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 또한,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요청하건대 한국일보 기자에게 의도를 가지고 제보한 자가 누군지, 사실과 다른 사실확인을 해준 사무처 직원이 누군지 밝혀야 할 것이다. 그래야 불필요하게 이어지는 반박과 재반박으로 혼란스러운 이 상황이 정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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