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제작부서로 좌천된 자신의 처지를 웹툰으로 그렸다는 이유로 MBC 권성민 예능PD가 해고된 것에 대해 관리책임자인 김현종 경인지사장은 “‘엠병신’이라는 표현은 너무나 모욕적”이라며 조치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권 PD는 지난 21일 해고되기 직전 비제작부서 경인지사 소속이었다.

김 지사장은 23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 제15민사부 308호 재판정에서 “2012년 입사한 권 PD는 사회 초년생”이라며 “선배들이 MBC에서 쌓아 온 업적에 대해서 엠병신이라고 말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변론기일은 MBC가 2012년 170일 파업이 불법이라며 언론노조 MBC본부를 상대로 195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에 따른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월 “노조 파업은 공정방송 실현하자는 구체적 조치를 협의하기 위한 요구로서 목적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MBC본부 손을 들어줬다. MBC는 항소를 했고, 김 지사장은 MBC 측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당초 권 PD가 해고된 것은 재판 쟁점이 아니었다. 하지만 김 지사장이 권 PD 관리책임자인 데다 MBC가 ‘보복 인사’라는 비판 여론에 직면하고 있어 이와 관련한 얘기가 나오게 될지 주목되는 상황이었다. 

   
▲ 김현종 경인지사장. ⓒMBC
 

피고(노조)대리인 신인수 변호사는 “권 PD가 그린 예능국 이야기를 본 적 있느냐”는 질문을 했고, 김 지사장은 “본 것도 있고, 보지 못한 것도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신 변호사가 “만화를 올렸다는 이유로 해고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묻자, 김 지사장은 “만화를 올렸다고 해고된 것은 아니”라며 “해당 만화 내용이 취업 규칙을 어겼을 뿐 아니라 (권 PD는) 반복적으로 취업 규칙을 위반했다”고 말했다.

권 PD는 지난해 5월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유머에 ‘엠병신 PD입니다’라는 글을 실명으로 올렸다. 이 글은 주로 자사 세월호 보도를 반성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권 PD는 ‘회사 명예를 실추하고 MBC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정직 6개월 중징계를 받았다. 징계가 끝나자 그는 비제작부서인 경인지사로 옮겨야 했다.

김 지사장은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그림으로 해고되는 상황에서 MBC가 정상화될 수 있겠느냐”라는 신 변호사 질문에 “해고 조치는 인사위원회 결정 사안”이라고만 답변했다. 

김 지사장은 2011년 최승호 PD를 포함한 MBC PD수첩 제작진 6명이 타 부서로 강제 발령이 났을 당시 “PD수첩 프로그램에 노동운동 편향성이 있고 정치적 편향성도 있다. 최승호 PD 같은 경우 유능하지만 정치색이 과도하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고, 시사제작국장으로서 프로그램 제작을 두고 구성원들과 상시적으로 대립했던 인물로 평가받는다.

김 지사장은 이날도 “최승호 PD는 노조위원장 등 노조 주요 직책을 맡은 바 있고, 조합원 신분을 유지한 채 시사 문제를 다루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PD가 제안한 아이템이 ‘킬’되는 것은 흔히 있는 일”, “PD교체 때문에 공영성이 하락했다는 식의 언론플레이로 PD수첩을 음해하고 비방한 PD들에게도 시청률 하락 책임이 있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김 지사장은 2010년 김재철 사장이 ‘사전 시사’를 하며 PD들의 제작·편성권을 침해한 것과 관련해 “방송사 사장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을 시 프로그램을 시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 (사장이 사전 시사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 조항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MBC PD들은 경영진의 사전 시사를 노사 단체협약상 ‘국장 책임제’를 무너뜨린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경영진의 잦은 프로그램 개입은 MBC 공공성이 무너지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시민단체가 23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앞에서 ‘권성민 PD 해고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MBC는 파시즘적 행동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디어오늘
 

한편, 이보다 앞선 오전 11시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시민단체는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권성민 PD 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번 해고는 부당하기 짝이 없는 명백한 인사권 남용”이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칼을 휘두르는 망나니를 보는 것 같다. 그러나 MBC에서 자행된 보복인사 부당성은 법원에서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법원 결정이 나기 전까지 상대에게 장시간 동안 고통을 주고 괴롭히려는 의도”라며 “MBC는 파시즘적 행동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부당해고를 당장 철회하고, 권 PD와 해직언론인들을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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