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등이 재미작가 수키 김의 책을 소개하면서 재미교포 신은미씨의 책을 깎아내리고 있다.

수키 김의 책이 제대로 북한의 실상을 보고 쓴 것이라면 신씨는 북한에 이용당해 체제 홍보만 늘어놓는 것이라고 결론을 맺고 있다. 

특히 신은미씨의 책과 자신의 책에 대한 비교 평가를 요청하면서 신씨가 북한에 이용을 당한 무지한 사람임을 간접적으로 비난하는데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마침 22일 수키 김이 방한해 종편과 보수 신문들과 인터뷰에 적극 응하고 있다. 수키 김도 신씨의 책 내용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만, 자신은 전문 작가의 영역에서 쓴 글이라며 이를 가지고 신씨의 책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언론들은 경쟁적으로 수키 김의 책 내용이 신씨보다 우월하다며 대립 구도를 만들어 적극 홍보하는 모습이다. 

<평양의 영어선생님>은 수키 김이 지난 2011년 7월부터 6개월 동안 평양과학기술대학교에서 외국인 교수로 영어를 가르치면서 보고 듣고 느낀 북한의 실상을 전한 책이다. 

수키 김의 책은 지난해 10월 미국판으로 출간됐고 올해 1월 12일 한국에서 출간됐다.

탈북자 출신 강명도 교수(경민대학교)는 지난 12일 YTN에 출연해 "간단히 말씀 드리면 신은미씨 같으면 북한에서 통일전선사업에서 연출을 한 데만 따라다니다 보고 왔고, 수키 김이라는 분은 그냥 일반사람들, 연출한 것이 아니고...(중략)...그 학생들과 6개월 동안 그냥 생활했기 때문에 연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키 김의 책을 부각시키면서 신씨의 책은 철저히 북한 체제를 홍보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고 비난한 것이다. 

채널A는 22일 수키 김을 인터뷰하면서 "최근 자신의 책들이 북한을 미화한 신은미 씨의 책과 비교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질문하면서 "작가의 입장에서 저는 그러니까 홀세일 인포메이션을 '도매정보(판매홍보 정보)'를 들어가서 가지고 나온 사람이 아니라 사회를 풀어나가고 글로 풀어나가고 그걸 원한 책"이라고 말한 수키 김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또한 채널A는 수키 김에 대해 "분단 상황을 중립적으로 보는 점에서 영화 JSA의 이영애씨가 연기한 한국계 스위스군 장교와 닮았다는 말에도 고개를 끄덕였다"고 보도했다.

신씨의 책이든 수키 김의 책이든 자신의 겪은 북한 체험기로서 독자들이 판단한 내용이지만 채널 A는 수키 김이 북한을 중립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그의 책 내용은 신뢰할만하다는 인상을 주려고 애써 강조하는 모습이다. 

조선일보도 22일 본사에서 수키 김과 인터뷰를 통해 북한에서 겪은 일화들을 소개했다.

수키 김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 복장 금지(청바지)를 당한 이유, 고립된 문화 등을 지적했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최근 재미동포 신은미씨가 북한이 활기차고 개방적이라고 언급한 게 논란이 됐는데'라고 질문하고 수키 김은 "북한에 들어가면 일단 여권과 휴대전화가 압수된다. 어느 경우에든 안내원이 따라붙는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만 움직이니 그들이 원하는 것만 보게 되는 것인데 과연 북한 실상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모두가 각본대로 움직여 주인공 한 사람을 속이는 영화 트루먼쇼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 채널A에 출연해 인터뷰하고 있는 수키 김
 

동아일보 역시 22일 수키 김을 인터뷰하면서 '같은 대상인 북한에 대해 신씨와 무척 다르게 묘사했다'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수키 김은 "북한이 보여주는 것만 보고 와서 글을 쓰는 것은 홍보담당자가 할 일"이라며 "나는 홍보를 하려고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며칠씩 가서 보는 것은 몇번을 들어가 봤자 똑같은 모습을 볼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신씨의 책을 우수문학도서를 선정하면서 신씨를 "반공이념과 신념으로 똘똘 뭉쳐져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고 "이 책이 전문적인 르포 작가나 진보 진영에 속한 분에 의해 쓰였다면 우리의 공감과 감동은 적었을지 모른다"라고 평가 보고서를 쓰기도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씨의 책은 정부가 추천할 정도로 북한 실상을 알 수 있는 책으로 소개됐는데 '종북콘서트' 논란을 거치면서 수키 김의 책과는 비교도 안되는 책으로 전락한 것이다. 

종편과 보수 언론들은 하지만 신씨의 책이 문화체육부장관에 선정된 내용을 전하거나 종북콘서트 논란, 테러사건, 강제 출국 조치, 황선씨 구속 등  일련의 사건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연합뉴스가 유일하게 신은미씨의 강제 출국 조치와 관련해 "미국인의 시각으로 볼 때는 지나친 측면이 있다"는 수키 김의 짧은 발언을 전했을 뿐이다.

수키 김의 책은 신씨의 책과 달리 북한 체제 홍보용이 아니라는 것이 종편과 보수 언론들의 주장인데 자신이 비판하는 것과 같이 수키 김과 인터뷰를 통해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며 이념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정작 수키 김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책에 대해 "북한을 비판하려고 책을 쓴 것이 아니다. 비판은 단순히 맞다. 그르다로 나뉜다. 그보다는 북한을 보여주려고 썼다"고 말했다.

강제출국 당한 신씨는 현재도 박근혜 정부의 조치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씨는 미국에서 자신의 책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내용을 페이스북에 연재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일 신씨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짧은 소회를 밝혔다. 

"2011년 첫 북한 여행을 가기 전까지 내게 북한이라는 곳은 꿈에도 갈 수 없는 곳이었다. 물론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남한은 언제든지 갈 수 있지만. 그러나 강제출국에 이어 입국금지가 된 지금은 그 반대가 되었다. 북한은 언제든지 자유롭게 갈 수가 있지만 남한은 전혀 갈 수가 없는 곳이 돼버렸다. 상상도 해보지 못한 기막힌 일이 내게 벌어진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