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통합진보당 의원단이 ‘내란음모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 판결을 두고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결정이 ‘정치 판결로 드러났다’며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2일 대법원은 이석기 내란음모사건에 대해 ‘내란음모는 유죄, 내란선동은 무죄’라는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석기 전 의원은 징역 9년이 확정됐다. 이로써 1년 반 동안 이어져 온 내란음모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법원이 내란음모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며 지하혁명조직 RO의 실체가 없다고 판단했으나 헌법재판소가 앞서 RO에 의한 내란음모사건은 진보당 활동으로 볼 수 있고 구체적인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근거로 진보당 해산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헌재 판결 당시에도 “대법원 판결 이후 해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러한 이유로 통합진보당 전 의원단은 23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진보당에 대한 강제 해산 결정의 근거가 무너졌다”고 정당해산 결정을 비판했다. 전 의원단은 “대법원 판결에서도 통합진보당의 주도세력이 ‘RO’이고 그 ‘RO’에 의한 내란관련 회합을 핵심적 이유로 정당해산 판결을 내렸던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사실상 뒤집어지고 말았다”고 밝혔다.

   
▲ 23일 오전 전 통합진보당 당원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해산결정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전 의원단은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의 주요한 근거인 내란음모사건의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지 않고, 성급하고 무리하게 판결을 강행한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RO의 실체도 없고, 내란음모도 없었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질 경우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의 근거가 사라질 것을 우려하여 헌법재판관들이 법과 절차를 무시한 채 정당해산 선고를 강행한 것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단은 “헌법재판소는 정당해산 결정의 주요 근거마저 상실된 이 상황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며 “헌법재판소는 역사와 국민 앞에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한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8인의 헌법재판관들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진보당은 대법원 선고 직후에도 의원단과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홍성규 전 진보당 대변인은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달 전 진보당 해산결정을 내렸던 헌재 판결은, 이번 사건에 대한 법적 절차가 완료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내란음모를 인정한 조건 위에서 내린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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