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민 MBC PD가 비제작부서로 좌천된 자신의 처지를 그린 만화를 그렸다는 이유로 21일 해고됐다. 
 
MBC는 이날 공식입장을 통해 “편향적이고 저속한 표현을 동원해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을 한 행위로 중징계를 받은 뒤 또다시 같은 해사행위를 수차례 반복했다”며 “SNS는 공개적인 대외활동의 기능을 갖추고 있어 개인적인 공간으로 한정할 수 없다. 근거 없는 비방과 왜곡이 담긴 주장을 회사외부에 유포함으로써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려는 시도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9일 권성민 PD가 연재하던 ‘예능국 이야기’를 전재했다. 이후 MBC가 이를 문제 삼아 권 PD에게 징계를 내릴 거라는 얘기는 안팎으로 파다했고, 21일 그 결과는 참담하게도 ‘해고’였다. 
 
   
▲ 권성민 MBC 예능PD가 직접 그린 만화 '예능국 이야기' 한 장면. ⓒ권성민 PD 페이스북
 
언론계는 이 사태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다양한 공론장 역할을 해야 할 언론사 내부에서 ‘표현’을 문제 삼아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퇴행이자 반동”이라고 비판했고, PD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권성민 PD 해고는 전국 2800여 한국PD연합회 회원들에 대한 해고”라고 규탄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22일 오전 해고 철회 규탄 피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를 다루면서 내 머릿속에서 떠오른 건 ‘리베라시옹’ 마티외 랭동 기자가 소설 <장 마리 르펜의 소송>을 쓰면서 소송을 당했던 1999년 사건이다. 
 
마티외 랭동은 극우정당 ‘국민전선’ 우두머리 장 마리 르펜을 향해 ‘살인자 집단의 수괴’ ‘인간 역사에서 가장 혐오스런 망령’ ‘피로 살찌는 흡협귀’ 등의 극단적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다. 이후 르펜은 랭동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 장 마리 르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르펜의 만행에 프랑스 문인들은 즉각 반발했다. 100여명에 달하는 문인들이 문제가 됐던 구절 4개를 ‘리베라시옹’에 그대로 옮겨 썼고, “똑같이 쓸 준비가 돼 있다. 그대로 썼으니 나를 고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표현의 자유를 포기할 수 없다는 다짐이자 최소의 양심이었다.
 
과거 사건이 떠오르는 까닭은 권 PD는 표현의 자유에 따라 만화 ‘예능국 이야기’를 그린 것이고,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최상 가치로서 헌법 제21조가 보장한다는 데 있다. 이번 파문은 MBC 안에서 표현의 자유를 기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징표이며 MBC가 스스로 언론으로서 기능을 거세했다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MBC에게 호소한다. 나를 고소하라. MBC 명예를 실추하는 데 가담한 주요 ‘유포자’로서, 르펜이 그랬듯, 나를 고소하라. 이런 정도의 만화를 그리는 것조차 해사행위라면 표현의 자유 위에서 MBC를 비판했던 나를 고소하라. 분명한 것은 역사는 기록이고, 기록은 후대에 전해진다는 사실이다. 훗날 사가(史家)들이 MBC를 어떻게 평할지 이번 파문은 여실히 보여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