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에서 분리된 코닝정밀소재에서 ‘반노조 교육’ 문건이 확인됐다. 삼성코닝정밀소재였던 코닝정밀소재는 지난해 최대주주인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미국 코닝사가 주인이 됐다. 하지만 노조는 여전히 삼성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입장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코닝사의 전환우선주 7.4%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닝정밀소재 노동조합이 공개한 문건에는 산별노조에 대한 내용, 특히 민주노총을 폄하하는 내용이 담겼다. 코닝 노동조합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지난해 2월 즈음 작성돼 부서 교육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노조 관계자는 “당시 노동조합이 산별노조 가입을 고려하고 있었다”며 “회사에 항의도 해봤지만 회사는 ‘인터넷에 다 나오는 내용’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해당 문건에는 기업노조가 산별노조에 가입하는 것을 두고 “권리를 남의 손에 맡기고 수렴청정을 해달라는 뜻”, “수렴청정을 당하는 왕이 자신의 목소리를 낸 전례는 없음”이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노동계는 위계질서와 서열이 강한 폐쇄적 조직”, “조직의 뜻에 무조건 따라야 함”이라고 적힌 표현도 있다. 

문건에는 민주노총을 “상급단체의 정치세력화에 노동자가 엄청난 피해를 받았고 몇몇 노조 지도부가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우리를 도구로 이용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한 GS칼텍스 노조 조합원의 말도 언급돼 있다. GS칼텍스 노조는 지난 2004년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2005년 ‘노사화합선언’을 했고, 2009년에는 영구적으로 파업을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 코닝정밀소재 부서교육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문건. 사진=코닝정밀소재 노동조합 제공
 

문건에는 또 “기업노조는 순진하게도 민주노총이 협상만 잘 도와주겠지 생각하지만 민주노총을 위시한 산별노조는 합리적 노선의 조직이 아니다”, “불법행위도 밥 먹듯이 자행되고 있으며 노동현장에서 진정한 ‘투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노동운동가들이 불법파업을 벌여 구속되거나 감옥에 갔다 와야 한다는 인식이 존재한다”고 적힌 부분도 있다. 

코닝정밀소재의 이 문건은 지난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폭로한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떠올리게 한다. 코닝노조는 “이름만 뗐지 삼성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곧 코닝사의 최대주주가 된다”며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는 최대주주의 영향을 받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13년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을 정리하는 대신 미국 코닝 본사의 전환우선주 7.4%를 사들였다. 여기에 든 돈은 총 23억 달러(약 2조 4300억원)이다. 이는 5년 뒤면 보통주로 바뀌며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 코닝사의 최대주주가 된다.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는 최대주주가 되더라도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사업장 위치 또한 삼성에서 자유롭지 않은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코닝정밀소재는 아산 ‘삼성디스플레이시티’에 있다. 노조 관계자는 “추정에 불과하지만 노조라고 하면 펄쩍 뛰는 삼성에서 자기네 단지 안에 노조가 생기는 걸 가만히 두겠느냐”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탈퇴가 이어졌다. 지난해 초 600명에 가까웠던 조합원은 현재 300명이 안 된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에서 산별노조에 대한 악의적인 이미지를 씌우니 조합원 중에서도 산별노조에 회의적인 의견이 있다”며 “노조가 힘이 없어 아무것도 못 하는 길거리 노조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닝 홍보팀 관계자는 “해당 문건은 본 적이 없다”며 “코닝은 한국 노동법을 준수하고 있고 불법 행위는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할 이야기는 없다”고 답했다. 삼성디스플레이 홍보팀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노조가 어떻게 주장 하더라도 분리 이후 코닝은 삼성과는 무관하고 아무런 교류도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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