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기름 값은 만만치 않다. 기름 덜 드는 차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자동차 기름 값을 말할 때 으레 떠올리는 단어가 ‘연비’다.

차의 연비를 개선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연비는 낮아야 좋은가, 높아야 좋은가? 연비 나쁜 차는 어떤 차를 말하는가? 연비를 줄여야 돈이 덜 드는가? 연비 높은 것이 ‘에코 드라이빙’인지? 정몽구 회장이 ‘2020년까지 현대·기아차 연비를 25% 높여라’고 지시했다는데 이는 무슨 뜻인지? ‘놀리는 거냐’고 반문할 이도 있을 것임을 잘 안다. 하지만, 이 글을 보자.

<…우리 집 보일러 연비, 얼마나 아나요? 자동차 연비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집의 연비'는 대부분 관심이 적다. 보일러 연비는 자동차 연비보다 복잡해서 답이 똑 부러지게 정해져 있지도 않다…> (오마이뉴스 / 1월 6일)

시민(기자)의 글로, 그 언론사의 교열(校閱 proof-reading)을 거친 기사다. ‘더 복잡하다’는 보일러 연비와 자동차 연비의 차이를 이 필자와 그 회사의 데스크는 알고 있을까? 

다 읽어보니, 그 ‘집의 연비’는 보일러로 실내 공기와 욕실 물 데우는데 드는 가스(연료)의 값이었다. 조선일보의 ‘철새의 燃費(연비) 절약법은 롤러코스터 비행’이라는 기사(1월 19일) 제목과 같은 뜻, 연료의 소비(消費) 또는 소비[사용]된 연료의 비용이란 의미로 쓰인 말이다. 

자동차의 연비는 무엇일까? 그 필자와 데스크의 ‘연비’ 개념으로는 ‘자동차가 소모한 연료(휘발유 또는 경유)의 값’이다. 한 달에 자동차 기름 값이 모두 얼마나 드는가, 이것을 자동차 연비라고 하는가? 그럴까? 다음 예문을 보자.

<…자동차 고를 때 연비를 기준으로 삼는 분들 많은데요, 타이어에 따라서도 연비가 달라지기 때문에 업계도 연비를 줄이기 위한 경쟁이 뜨겁습니다… 연비를 높여준다는 이른바 친환경타이어…기름 값이 줄어든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입니다.> (KBS 뉴스 / 2014년 9월 12일)

뒤죽박죽, 이 기사의 필자는 자신이 쓴 글의 뜻을 알고 있을까? 한 글 안에서 ‘연비를 줄이는 것’과 ‘연비를 높이는 것’이 같은 의미다. 새 타이어가 값은 비싸도, 기름 값이 덜 들어 친환경적이고 ‘연비도 좋다’는 기사다. 소모된 연료의 비용이 연비라면, 연비는 줄여야 한다. 그런데 연비를 높여야 친환경이라니, 알다가도 모를 일.

‘연비 줄이는 에코드라이빙’(대전일보 2014년 1월 16일)기사다. 운전습관 개선으로 연비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연비를 줄이면 연비가 높다는 것인가? 그 ‘연비’하고 이 ‘연비’하고 다르다고 할 터인가? 이런 혼란은 왜 오는가? 다음 글에 답이 있다. 

<…카셰어링 업체가 연료비를 줄이기 위해 높은 연비의 차량을 배치하기 때문에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을 시험할 수 있는 무대가 된다…> (한겨레 / 2014년 11월 10일)

관심들이 커서 ‘보통 말’처럼 들리지만, 연비(燃比)는 자동차 관련 (전문)용어다. 일종의 약속인 것이다. 연료소비나 그 비용인 燃費와는, 관련은 있지만 바꿔 쓸 수는 없다. 일부 기자들처럼 국립국어원의 표준사전 필자들도 이런 구분이 불가능한 지경임을 지적한다.  

‘가성비’라는 신조어가 있다. ‘가격 대 성능의 비율(比率)’이란다. 같은 방식으로 말하자면 연료 대 거리의 비율 즉 ‘연거비(燃距比)’가 바로 연비다. 휘발유 또는 경유 1리터로 몇km를 가느냐의 지수(指數)다. ‘똑 부러지게 아는 말’만을 써야 한다. 언론인은 더 그렇다.  

   
▲ 강상헌 언론인·(사)우리글진흥원장
 

< 토/막/새/김 >

태워서 에너지를 얻는 재료가 연료(燃料)다. 燃자에는 왼쪽의 불 화(火)자 말고도 불을 뜻하는 글자가 또 있다. 뜻도 같고 역시 [화]로 읽는 灬자다. 火자를 다른 글자 안에 넣어 쓰기 위해 만들었던 것, 火를 들여다보거나 거듭 써 보면 ‘그렇겠다’는 느낌이 온다. 자연(自然)의 然자는 燃의 원래 글자로 고기 육(肉 ⺼), 개 견(犬), 灬 3글자의 합체로 뜻은 개불고기다. 개를 구워 먹던 풍습(문화)이 오랜 세월 지나며 ‘스스로[自] 그러한[然]’ 자연의 큰 상징(기호)으로 우리에게 계승돼 왔다. 신비스런 문자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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