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맘때쯤이 무척이나 기다려졌습니다. ‘13월의 보너스’로 불리는 연말정산이 이루어지는 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선 이후 연말정산이 ‘공포’가 되고 있습니다. 세금을 더 내야 할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특히 올해는 이 같은 현상이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지난해부터 연말정산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 개편으로 세금이 늘어나는 납세자는 205만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는 연봉 5500만원 이상부터 세부담이 늘어나도록 했다고 주장하지만, 그보다 소득이 낮은 사람들도 세금폭탄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증세없는 복지’를 공약해 왔습니다. 그런데 담뱃값 인상에 주민세 인상 등 각종 세금이 줄줄이 오르더니 서민들은 ‘13월의 보너스’까지 토해내야 하는 상황에 몰렸습니다. 이는 사실상 ‘증세’입니다. 재벌·부자들의 세금은 낮아지는데 세수는 부족하니 결국 서민들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가는 것이란 비판이 나옵니다.

18일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13월의 공포·악몽은 박근혜 대통령이 만들었고 새누리당이 공조한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 때 깎아줬던 재벌, 기업들의 세금 정책을 원상 복귀시키라고 했는데 정부·여당이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야당도 함께 책임질 문제”라고 반박했더군요.

   
▲ 최경환 경제부총리. 사진=CBS 노컷뉴스
 

서민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난리가 났는데 네 탓·내 탓 하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부랴부랴 19일 “고칠점이 있으면 보완·발전시키겠다”고 했는데 딱히 믿음이 가지도 않습니다. 현재의 민심이반을 대충 수습하겠다는 의도라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SNS에서는 연말정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습니다. “공포의 연말정산이 시작됐다”, “대체 연말정산은 언제 건드려 놓은 거야”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담뱃값도 올려 연말정산도 털어가…”라는 한숨부터 “연말정산 해보니 토해내게 생겼다. 이게 싱글세인가”라는 분노까지 있습니다. “연말정산이 연말증세가 됐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나눈, 월급벌레 어쩔수 없네.. 탈세 하고 싶지만 모두 떠나가네 연말정산 차감징수 국민여언금.. 나를 위해 한번만 눈을 감아 주렴 아아 외로운 밤 쓰라린 통장 안고 오늘 밤도 그렇게 울다 잠이 든다 울다 잠이 든다 울다 잠이 든다 울다 잠이 든다.” 노래 개똥벌레를 패러디 한 트위터 이용자의 재치 섞인 울분도 눈에 띕니다.

최경환 부총리가 부랴부랴 “보완하겠다”고 밝힌 것도, 서민들은 마뜩치 않은 눈치입니다. “대한민국이 지들 연습장이냐”, “개 풀 뜯어먹고 설사하는 소리”, “눈 가리고 증세 노렸는데 ‘아웅’이 안됩니까”, “이 분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인가”, “덜 돌려주는 건 알겠는데, 뭘 덜 걷었다는 거지?”와 같은 비판이 나옵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이후 재벌·기업들의 법인세 등 기업들 세금은 감면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이러다보니 결국 세수는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세수 부족분이 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담뱃값 인상이나 연말정산은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정부가 계속해서 법인세 실효세율을 낮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자살행위입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기업들의 세금을 깎아주면 기업들이 그 돈으로 투자해 고용이 늘어날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이른바 낙수효과를 노렸지만 오히려 기업들은 사내유보금만 늘렸습니다. 고용의 질은 더 악화되고 그나마 수치가 늘지도 않았습니다.

서민들이 돈을 만지지 못하자 내수가 죽어갑니다. 자영업이 몰락하고 더 많은 실업자들이 생겨납니다. 이 방정식을 푸는 방식은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오로지 기업들의 이익만 챙겨주기 바쁩니다. 괜히 정치권이 네 탓·내 탓 하지 말고 문제 있으면 고치겠다는, 말도 안되는 얘기하지 말고, 재벌·기업에 대한 증세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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