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깨우는 아침 뉴스 소리, 밥 먹는 소리와 함께 들리던 신문 넘기는 소리,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흔히 볼 수 있었던 아침 일상이었다. 2015년 오늘의 아침 시간에 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지난 1996년 69.3%에 달했던 신문 가구 정기 구독률이 지난 2013년에는 20.4%까지 떨어졌다. 종이신문 열독률도 2002년 82.1%에서 2012년 33.8%로 반 토막 났다. 반면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열독률은 2011년 19.5%에서 2013년 55.3%로 폭증했다. 가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전해지는 한정적인 뉴스에도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의 대중화에 이어 2010년대부터 시작된 스마트폰 보급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채널이 다변화되고 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 뉴스를 통한 뉴스 소비가 압도적인 가운데,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 소비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폭발하는 정보와 이슈 가운데서 옥석을 가리기 어려워지면서, 언론사 편집국이 담당하던 게이트 키핑 기능이 개별 소셜 이용자 계정 및 페이스북 페이지, 혹은 어플리케이션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이관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콘텐츠 큐레이션’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을 찾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큐레이션도 그렇다. 사관의 역사서 편찬 과정이나, 문인의 문집 편집과정, 박물관 큐레이터의 작품 전시도 큐레이션이다. 큐레이션에는 가치와 철학, 그리고 편집자의 선호가 담길 수밖에 없다. 언론사의 논조나 페이스북 유머 페이지의 콘텐츠 유형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최근 각광받는 콘텐츠 큐레이션이 과거의 그것과 달라지는 지점이 있다. 바로 데이터 분석을 통한 개인화다. 과거에는 수용자들의 콘텐츠 선호를 염두에 둔 상태에서 유능한 편집자가 자신의 가치관과 선호를 담아 콘텐츠를 선택해 제공했다면, 최근의 큐레이션은 사용자의 선호도를 추정할 수 있는 웹 로그 정보나 성별, 나이, 성격, 취향, 기분 등의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수용자들이 좋아할만한 콘텐츠를 가장 적절한 콘텐츠 복잡도와 포맷을 택해 가장 적절한 시간대에 제공한다. 뉴스 큐레이션에 이러한 데이터 분석을 접목시킨 미국의 버즈피드는 지난해에만 약 1억5000만 명의 순방문자를 불러모으며 약 1억2000만 달러의 매출을 거뒀다고 한다. 버즈피드의 성공으로 모바일 시대 뉴스 콘텐츠 큐레이션의 새로운 원칙이 세워지고 있다는, 흥분과 기대가 섞인 견해들도 자주 보인다.

   
 
 

큐레이션은 뉴스를, 그리고 뉴스를 제공하는 미디어를 구원할 수 있을까? 버즈피드와 같은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 제공자들이 활용하고 있는 빅데이터 분석이나 머신러닝 같은 복잡한 기술의 정확도나 효과에 대한 점은 잠시 제쳐두자. 그 보다 먼저, 큐레이션의 본령에 편집자의 가치와 철학이 담긴다는 점을 상기하자.

이들 알고리즘에 담긴 인간에 대한 전제로 세 가지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정보량이 증가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인지적 절약자(cognitive miser)가 된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에 인간은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대충 편한 방향으로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곤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빠른 판단의 근거, 즉 판단 휴리스틱(heuristic)이다.

두 번째는, 이 판단 휴리스틱이 일반적으로 개인별 선호에 강하게 엮여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 위주로 관심이 쏠리게 된다는 의미이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판단 휴리스틱을 좌우하는 몇 가지 고정적인 요소들이 있고, 이러한 요소들이 거의 모든 맥락에서 비슷하게 적용된다는 가정이다.

하지만 실제 미디어 콘텐츠 소비를 들여다 보면, 이 세 가지 전제가 늘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많은 경우 뉴스 콘텐츠를 가볍게 소비하지만, 심층 분석이나 숙고가 필요한 경우 직접 기사를 검색해 스크랩하거나 저장한다. 모든 사용 맥락에서 인지적 절약자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업무상의 목적으로 뉴스를 소비할 때의 자아와 가족들 사이에서 휴식하면서 뉴스를 소비하는 자아,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시간을 떼울 때의 자아는 다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관심사라고 해도, 그리고 흥미를 위해 연성화하더라도, 비슷한 뉴스만 보다 보면 질리기 십상이다. 결국은 이 모든 과정이 해당 매체에 대한 열독률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요컨대 현재 서비스 중인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에 담긴 철학은 “구심력의 극대화”다. 비슷한 정보로 자극해 클릭 반응을 유발한다는 파블로프적 관점으로 뉴스 수용자들을 길들이려는 접근은, 더 큰 자극으로의 악순환 고리의 시작점을 열 뿐이다. 연성화의 끝에는 뉴스가치의 황폐화, 그리고 모든 언론의 황색언론화가 있을 뿐이다. 이미 뉴스피드나 허핑턴포스트, 인사이트, 위키트리 등 큐레이션을 제공한다는 국내외 매체들은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 가미되어야 할 지점은 “구심력만큼의 원심력”이다. 수용자 선호도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뛰어넘어, 아젠다를 제시하는 언론인의 깊이 있는 분석, 날카로운 펜끝에서 원심력이 나온다. 수용자들에게 이끌리기도 하지만, 수용자들의 인식틀과 시대정신을 견인할 수 있는 강한 필력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기민하게 새로운 트랜드를 잡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큐레이션이라는 트랜드에 휩쓸려가기에 앞서, 미디어 스스로 미디어를 구원해야 한다. 데이터는 그저 현재까지의 추세를 말해주는 도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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