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구글이 장악하지 못한 몇 안 되는 나라, 한국에서 네이버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인터넷 이용 인구 3500만 명 가운데 2500만 명 이상이 인터넷 웹 브라우저의 첫 화면을 네이버로 설정해 놓고 있다. 네이버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이 하루 10억 건에 육박하고 검색 질의 점유율은 75%를 웃돈다. 2001년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네이버가 첫 화면 편집을 바꿀 때마다 언론사 트래픽이 요동을 쳤고 희비가 엇갈렸다.

네이버 같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게 독점 논란은 숙명과도 같다. 네이버가 첫 화면 뉴스를 직접 선정해 편집하던 시절에는 수천만 명이 같은 기사를 읽는 상황이 벌어지곤 했다. 아무리 공정하게 편집한다고 해도 네이버가 뉴스를 내보낼 때마다 여론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진보와 보수 양쪽 진영에서 끊임없이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네이버는 공정성 보다는 기계적 중립에 치중했고 민감한 이슈를 외면하거나 여론을 왜곡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2006년 “네이버는 평정됐고 다음은 손을 봐야 한다”는 진성호 전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 이후 네이버는 계속해서 첫 화면에서 뉴스의 집중도를 분산시켜 왔다. 2009년 뉴스캐스트를 도입해 언론사들에게 첫 화면을 내줬다가 제목 낚시와 선정적인 썸네일 이미지로 뒤범벅이 되자 급기야 2012년에는 첫 화면에서 아예 뉴스를 없애 버리기에 이른다. 뉴스스탠드 도입 이후 네이버의 뉴스 소비 총량이 크게 줄었고 언론사 트래픽도 반의 반 토막이 났다.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2002년까지는 개별 언론사들의 독자적인 웹사이트 트래픽 비중이 높았으나 이후에는 포털로 집중화됐다”면서 “포털 사업자들이 자원 배분에 취약했고 언론사들도 콘텐츠 투자 보다는 비용 절감에 주력하면서 성장 동력을 잃게 됐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언론이 포털에 기생해 연명하는 구조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언론사들의 공동의 적이면서 동시에 슈퍼 갑으로 군림해 왔다. 언론사들은 네이버의 독점을 비판하면서도 네이버에서 넘어오는 온라인 트래픽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일치단결해서 네이버를 공격하는 것 같다가도 계약을 체결할 때는 뿔뿔이 흩어져 전재료 인상에 목을 맨다. 네이버는 찔끔찔끔 전재료를 올려주면서 언론사들을 달래왔다. 애초에 경쟁 시장이 아니라 전재료 문제는 전적으로 네이버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디어오늘의 취재 결과 네이버가 언론사들에 지급하는 전재료가 2012년 기준으로 연간 130억 원 수준, 다음과 네이트를 합쳐 300억원 수준이었으나 조중동 등이 네이버를 비판하는 기사를 집중적으로 쏟아내면서 지난해 계약 갱신 과정에서 네이버의 전재료가 크게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두 배 이상 전재료를 올려 받은 곳도 있고 일부 언론사들은 협찬이나 후원 형태로 받는 금액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중동 등 일부 언론사들은 한때 온라인에서는 포털에 권력을 넘겨줬지만 모바일에서는 주도권을 끌고 가겠다며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한국신문협회 차원에서 네이버 등과 단체 협상을 진행하던 도중 일부 언론사들이 이탈하면서 연대의 틀이 무너진 상황이다. 한때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에 기대를 걸기도 했지만 모바일에서도 네이버 앱을 켜고 인터넷을 시작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사 관계자는 “네이버에 뉴스를 헐값에 팔아넘겨 독자들을 뺏겼다는 게 그동안 언론사들의 불만이었는데 이제는 적지 않은 돈을 받고 있으니 헐값이라고 하기도 어렵게 됐다”면서 “과연 돈으로 보상을 받으면 해결되는 문제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언론사 관계자는 “그건 메이저 언론사의 경우고 마이너 언론사들은 여전히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있거나 아예 진입 자체가 막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포털 관계자는 “언론사가 포털에 기사를 공급한 대가로 돈을 받는 곳은 한국 밖에 없다”면서 “과거 신문사들이 공짜에 가까운 가격으로 신문을 뿌리면서 광고로 돈을 벌었던 것처럼 온라인에서도 광고주에게 하듯 포털에게 돈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언론사들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치르면서 생존을 모색하고 있는데 한국 언론사들은 단순히 포털에서 받는 걸 늘리겠다는 전략으로 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저널리즘의 위기는 언론이 시장의 위기와 신뢰의 위기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해 생긴 것”이라면서 “외국은 뉴스룸 통합을 못해서 안달인데 한국은 디지털 뉴스룸을 분리시켜 놓고 나몰라라 외면하면서 트래픽 장사만 요구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디지털 전략을 고민하는 조직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라면서 “트래픽이 아닌 다른 솔루션, 이를 테면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재현 아시아경제 뉴미디어본부 본부장은 “검색 어뷰징으로 트래픽을 올려 얻는 수익의 절대적인 금액이 많지는 않다”면서 “기본적으로 온라인 광고시장이 점점 크고 있는데도 그 중에서 언론의 몫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백 본부장은 “과거 언론은 광고 효과와 무관하게 기업에 가서 고압적으로 광고를 얻어내곤 했는데 이런 관습이 온라인에서도 그대로 남아있다”면서 “어떻게 하면 포털로부터 많은 돈을 받느냐가 관건이 돼 버렸다”고 덧붙였다.

”종이신문에 이미 나간 기사를 그대로 포털에 보내니 공짜로 돈을 번다는 생각이 강했고 그러다 보니 언제부턴가 독자들도 포털 뉴스에 익숙해졌다. 아차라고 싶을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 됐다. 지금 상황을 보자. 네이버나 다음에 조선일보 뉴스가 빠져도 독자들은 전혀 불편해하지 않는다. 이제는 네이버와 다음에 달라붙어서 남들은 1000만원 받을 때 우리는 2000만원 받는 전략이 현재 언론의 최선의 선택이다.“ 백 본부장의 이야기다.

전중연 텐아시아 대표는 “언론사 입장에서는 당장 탈 포털은 상상하기도 어렵다”면서 “가십성 어뷰징 기사가 만든 트래픽과 질 높은 ‘헤비한’ 콘텐츠가 만든 트래픽이 수익적으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기본적인 독자 수요를 확보하지 못하면 소수의 열성 팬덤 만으로 자생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 대표는 “포털에 없는 독자적인 콘텐츠를 꾸준히 축적하는 게 근본적인 해법이 되겠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포털을 벗어나자는 논의가 이미 의미 없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도 많다. 포털에서 탈퇴한다고 해서 포털에 집중된 트래픽이 언론사 사이트로 옮겨오지도 않을뿐더러 다른 언론사들이 그 빈 자리를 채우게 된다. 조중동 등이 네이버의 대안을 고민하면서도 네이버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포털과 공생하면서 언론사 사이트의 독자적인 트래픽 유입 경로를 확보하는 게 현실적인 해법이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원은 “한국 언론사들의 잘못된 믿음 가운데 하나는 네이버 때문에 저널리즘이 추락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광고 시장의 무게 중심이 인터넷으로 이동하는 건 포털의 잘못이 아니고 근본적으로 종이신문과 방송의 광고 효과보다 인터넷의 광고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광고주 뿐만 아니라 독자와 시청자가 종이신문과 방송 뉴스에서 등을 돌리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강 연구원은 “광고주 입장에서 트래픽이 광고 채널의 선택 기준이 될 경우 광고주가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이 아닌 개별 뉴스 사이트를 선택할 이유는 전혀 없다”면서 “포털에서 게재하지 않는 비뇨기과와 성형외과 정도가 뉴스 사이트를 찾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강 연구원은 “트래픽 유도를 목적으로 종이신문에서는 결코 담아내지 않던 선정적인 뉴스를 생산한다면 이는 스스로 뉴스 서비스의 경제적 기반을 붕괴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강 연구원은 최근 출간한 ‘혁신 저널리즘’에서 “종이신문과 방송 뉴스에서는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도달되는 하나의 제품을 생산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족시키는 최소공배수를 추구해야 했지만 인터넷에서는 다양한 이해와 서로 다른 취미를 만족시킬 수 있는 차별화된 다른 제품이 존재한다”면서 “최소 공배수만 생산하는 미디어 제품을 유지할 경우 종이신문과 방송 뉴스가 경쟁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황 교수는 “전통적인 뉴스 시스템이 해체되고 하이브리드한 연결망이 등장하면서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언론사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언론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전반적으로 신뢰가 추락하는 가운데 소수의 엘리트 신문과 다수의 ‘루저’ 신문으로 나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좋은 신문과 나쁜 신문에 대한 소비자의 판단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온라인 저널리즘은 그간 진영논리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가면서 양극화가 더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진영논리 극복이 우선되지 않고는 저널리즘의 신뢰도를 올리기 힘들고 수요도 복구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황 교수는 “진영논리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다소 약화시킬 필요는 있다”면서 “정파성에 종속되는 저널리즘이 근본적으로 위기를 초래한 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언론사들의 자성의 목소리도 높지만 포털 책임론도 나온다. 지배적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네이버를 단순한 영리 기업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최진순 한국경제 디지털전략부 기자는 “네이버는 저널리즘의 황폐화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면서 “네이버와 언론사의 갈등은 좁게 보면 뉴스 유통시장을 둘러싼 밥그릇 싸움이지만 여론 영향력 독점에서 보면 공적 책임에서 피해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 기자는 “이용자들의 뉴스 소비환경과 매체의 경쟁구조가 변화하는 등 주로 외적 요인에 의해 네이버 중심 소비 흐름에 균열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언론사가 얼마나 이 흐름에 능동적 혁신을 하느냐가 그 시간을 줄이고 편중의 경향성을 완화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네이버가 언론사 트래픽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언론사 차원의 혁신 노력만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면서 “현재로서는 전망이 밝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락선 한국온라인편집기자협회 회장은 “제목 낚시나 검색 어뷰징에 비판이 집중되고 있지만 네이버의 부실한 검색 결과의 책임을 언론사들에게 떠넘기는 성격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네이버가 최근 클러스터링 기법을 도입해 비슷한 기사를 묶어서 노출하고 있긴 하지만 원천적으로 어뷰징을 차단하는 해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 비슷한 기사 수백 개를 나열할 게 아니라 가장 정확한 기사를 골라서 노출하는 게 포털의 책무라는 지적이다.

최 회장은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읽는데 네이버가 뉴스를 편집하는 기준이 공정하지 않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네이버는 연합뉴스 기사를 의도적으로 전면에 배치하면서 민감한 사안의 쟁점을 희석하는 편집을 하고 있다”면서 “좀 더 투명한 편집 원칙을 제시하거나 공정하게 편집할 자신이 없으면 아예 구글 뉴스처럼 알고리즘 방식을 도입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한 사회의 뉴스를 한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태생적으로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최소한의 질서를 만들고 반칙 행위를 단호하게 규제하고 양질의 저널리즘을 지원하려는 시도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언론이 포털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면 포털 입장에서도 저널리즘의 추락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함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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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의 미래 (02)
어뷰징 기자들과 대화 “클러스터링? 검색기사 막기 힘들 것”

<편집자주>

미디어오늘이 오는 5월 창간 20주년에 맞춰 저널리즘의 미래를 고민하는 20회 연속 기획 시리즈를 내보냅니다. 미디어 산업의 전통적인 수익 기반이 붕괴되고 콘텐츠 플랫폼이 다변화하면서 주류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이 약화되고 생존을 위한 경쟁에 매몰되면서 급기야 저널리즘의 근간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 기획 시리즈는 한국 언론의 현실을 진단하고 퇴행적인 일련의 변화를 비판하고 혁신과 대안을 모색하는 순서로 진행합니다. 창간 20주년, 미디어오늘은 언론 보도의 이면과 팩트 너머의 진실을 파고드는 정직한 감시자, 언론의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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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뉴스, 가격 없는 상품의 딜레마.
(02) 온라인 저널리즘이 불러온 재앙.
(03) 붕괴하는 광고 시장, 추락하는 저널리즘.
(04) 현장에 기자들이 없다.
(05) 퇴행적인 취재 시스템.
(06) 차별성 없는 콘텐츠.
(07) 신문시장의 구조적 위기.
(08) 방송의 통신 종속.
(09) 무늬만 뉴스 도매상, 연합뉴스.
(10) 뉴스 구독 행태의 변화.
(11) 콘텐츠 수익모델 다변화.
(12) 뉴스 다양성과 경쟁력 확보.
(13) 기자 재교육과 전문성 강화.
(14) 기자의 미래.
(15) 공영방송 제자리 찾기.
(16) 신문읽기 교육의 현재와 대안.
(17) 뉴스룸 쇄신, 조직의 동력을 바꿔라.
(18) 대안 언론의 등장과 주류 언론의 틈새 시장.
(19) 에버그린 콘텐츠를 찾아라.
(20) 저널리즘의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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