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레기와의 대화 “하루 30여건 기사 작성, 어뷰징 자괴감 심해”
기레기와의 대화 “하루 30여건 기사 작성, 어뷰징 자괴감 심해”
어뷰징 작성 전현직 기자·아르바이트생 인터뷰...조선닷컴 어뷰징 알바 매뉴얼 입수공개

“김희애 눈물(네이버)+김희애 폭풍오열(다음)→김희애 폭풍오열 눈물.”

조선닷컴의 ‘검색 아르바이트(어뷰징) 매뉴얼’ 대응원칙 중 일부다. 양대 포털의 인기검색어를 조합해 자극적인 기사제목을 만드는 방법의 예다. ‘어뷰징’기사는 온라인 저널리즘의 황폐화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어뷰징’은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오른 기사를 포털에 반복 전송해 조회수를 올리고 광고수익을 얻는 행위를 말한다. 낚시 제목, 선정적 내용, 사실관계 오류, 네티즌 반응 조작 등으로 ‘어뷰징’기사는 누리꾼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어뷰징 기사는 어떤 시스템을 통해 생산되고 있을까. 기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기사를 쓰고 있을까. 어뷰징 기사를 작성한 전현직 기자들과 전직 아르바이트생을 미디어오늘이 서면 및 전화 인터뷰했다. 

취재원들은 공통적으로 어뷰징 기사 작성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자괴감을 느끼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도도씨는 한 달 동안 연예스포츠매체에서 어뷰징 작성 기자로 일 했다. 그는 뉴스타파 블로그에 어뷰징 체험기를 연재하기도 했다. 그는 “어뷰징은 자괴감이 심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 세월호 참사 때 언론은 인기검색어를 활용한 어뷰징 기사를 내보내 비판받기도 했다.
 

보수성향 종합일간지에서 어뷰징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 유창현(가명)씨도 “씁쓸하다. 정말 하기 싫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이 일을 한다”고 밝혔다. 조선닷컴에서 어뷰징 기사 작성 아르바이트를 했던 김일권(가명)씨는 “자괴감도 많이 들었고 굉장히 힘들었다. 돈만 바라보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어뷰징 기사 작성 기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있을까. 취재원들은 소속된 매체는 달랐지만 근무방식은 대동소이했다. 공통적으로 하루에 30~40개의 기사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도도씨는 하루에 30건, 유씨는 30~40건, 김씨는 30건 가까이 기사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기사 한 건을 작성하는데 기본적으로 10분을 넘기지 않는다고 한다. 유씨는 “대체로 기사 한건 작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5~10분”이라며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내용을 요약한 기사라고 해도 실제 프로그램을 보지 않고 베끼다 보니 작성시간이 10분 넘어가는 건 일종의 태업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어뷰징 기사를 작성하는 방식에도 큰 차이가 없었다. 포털사이트 화면에 오르내리는 실시간 검색어를 소재로 기사를 만든다. 주로 타 언론의 기사를 베낀다. 기사는 제목이 중요하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면서 실시간 검색어에 뜨는 단어를 활용해야 한다. 기사에는 ‘네티즌 반응’이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물론 네티즌이 아닌 기자가 작성한 것이다. 김씨는 “네티즌 반응은 정확도 검색에 잘 잡히기 위해 검색어에 나온 단어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어뷰징 기사 속 네티즌 반응의 예. 실제 네티즌 반응을 쓰지 않고 검색에 잘 잡히도록 인기검색어를 반복하는 식이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조선닷컴의 ‘검색 아르바이트 매뉴얼’에 따르면 어뷰징 기사를 만드는 원칙은 “‘클릭을 유발하는 제목+눈길 끄는 사진+간단명료한 내용’의 기사를 제목과 내용을 조금씩 바꿔 자주, 많이 내는 것”이다. 매뉴얼에 따르면 “같은 사이트 내 혹은 네이버와 다음 간 크로스체크가 바람직하다”며 “예: 김희애 눈물(네이버)+김희애 폭풍오열(다음)→김희애 폭풍오열 눈물”이라고 쓰기도 했다. 

매뉴얼의 대응요령에 따르면 ‘어뷰징’ 경쟁지에 대한 언급도 있다. 매뉴얼에는 “경쟁지인 동아일보, 스포츠동아, MBN, 매일경제의 검색 기사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들 언론사는 어뷰징 기사를 만들어내는 언론이다. 매뉴얼은 “이들 기사가 상단에 올라와 있으면 가장 먼저 그 키워드로 기사를 써 우리가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의사항도 있다. 매뉴얼은 “타사의 경우 방송사 기사(MBN, 한경 등)나 스포츠연예매체, 동아, 중앙, 매경 검색기사를 참고할 것”이라며 사실상 ‘베끼기’를 지시한다. 매뉴얼은 또 “타사 기사를 참고할 경우, 반드시 자기문장으로 고칠것. 일부 단어와 문구, 문장 순서 등을 손봐 저작권 시비에 걸리지 않아야 함”이라고 쓰기도 했다.

매뉴얼은 “똑같은 기사를 다시 낼 때 바로 직전 출고된 기사를 베껴쓰는 것은 안된다”고 썼다. 그 이유는 “네이버 필터링을 통해 기사 위치가 중간 아래로 쳐박히기 때문”이다.

   
▲ 조선닷컴의 검색 아르바이트(어뷰징) 매뉴얼.
 

 

취재원들은 주로 선정적인 연예 기사를 어뷰징했다고 밝혔다. 유씨는 “내가 쓴 기사 중에 선정적이지 않을 것이 있었나 싶을 정도”라며 “농담삼아 ‘오늘은 가슴골 썼니’라고 동료기자가 물으면 ‘아니요. 오늘은 각선미 썼어요’라고 답하곤 한다”고 말했다.

김씨도 “야한 성적묘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숨 막히는 S라인’과 같은 내용을 아무렇지 않게 쓴다는 점에서 황당함을 느꼈다. 인터넷으로 음담패설에 가까운 기사를 쓰다보니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서로 친분을 쌓는 것을 꺼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취재원들은 어뷰징기사가 사실확인 절차가 취약하다고 입을 모았다. 도도씨는 “어뷰징의 가장 큰 문제는 기사 작성자도 모르는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 루트로 내보낸다는 것”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쓴 기사가 언론이라는 신뢰받는 루트를 통해 흘러나가면서 사람들은 그 정보를 믿게 된다”고 지적했다.

유씨 역시 “기사를 베끼다보니 사실과 다른 기사를 양산하는 경우가 있다”며 “한 배우가 영화관련 행사에 초대장을 받지 않았는데 야한 드레스를 입고 행사에 나왔다는 기사가 우라까이(베끼기)되어 올라왔다. 그쪽 소속사에서 연락이 와서 받아보니 사실과 달라 기사를 수정한 일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어뷰징 기사 작성을 하고 있지 않은 도도씨와 김씨는 어뷰징 업무를 다시 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도도씨는 “입사하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까지 만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며 “한 달 동안 어뷰징 경험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좋은 처우를 받더라도 어뷰징을 다시 할 의향은 없다”고 밝혔다. 김씨 역시 “언론사 입사를 지망하고 있지만 어뷰징 관련 업무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어뷰징 기사 작성 업무를 하고 있는 유씨는 “이 일을 하는 현실이 씁쓸하지만 오늘날 언론이 광고 때문에 제 역할 못하는 어느 곳이나 다르지 않다고 본다. 어차피 광고가 우리에게 돈 주는 마당에 누가 당당하게 저널리즘을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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