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2015년 새해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해 질문한 기자가 한 명도 없었던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 기자회견에선 현재 재판까지 진행되고 있는 ‘정윤회 문건 파문과 세월호 7시간의 관련성’에 대한 질문이나 언급도 없었다.

박 대통령은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연두기자회견에서 최대 관심사인 정윤회 문건 실체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했다. 박 대통령은 또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및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3인방 책임론을 거부했다. 오히려 정윤회씨가 실세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유가족의 면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경향신문 기자의 지적에 대해 “세월호 유족분들은 여러번 만났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있지만 저는 진도도 내려가고 팽목항도 내려가고 얘기도 하고 애로사항도 듣고, 유가족들이 제게 다가올 때 경호원들이 제지도 했지만 저는 끝까지 그분들 얘기를 들었고, 애로사항도 적극 반영도 하고, 청와대에서 면담도 갖고 그랬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 활동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 기조연설 이후 이어진 10여 명의 기자들 질문에서도 ‘7시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지난 한 해 가장 많은 의혹이 제기된 사안임에도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이를 대통령에게 묻지 않았다. 

박 대통령 7시간 문제를 제기했다가 집권여당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2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한국의 언론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걱정스럽다”며 “왜 그 얘기가 안나오느냐. 당연히 ‘7시간 뭘 했느냐’는 질문을 해야 하지 않느냐. 그것을 안 물어본다면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15일 박근혜 대통령의 2015년 새해 기자회견.
@연합뉴스
 

설 의원은 “한국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궁금증을 유발한 문제로, 당시 대통령이 뭘 했을까, 기자들이 물어보지 않아도 국민 앞에 자신의 입으로 보고해야 하지 않았겠느냐”며 “어디에 있었는지 말했어야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적어도 이 얘기는 할 줄 알았다고 설 의원은 전했다.

이와 함께 참사 당일 대면보고가 없었던 것과 관련, 국정 행태를 지적하는 질문이 있었으나 박 대통령은 되레 웃으며 답하기도 했다. ‘대면보고가 부족하니 늘릴 생각이 없느냐’는 한국경제신문 기자의 질문에 박 대통령은 “과거와 달리 지금은 그냥 전화 한 통으로 빨리 빨리 해야 될 때가 더 편리할 때가 있다”며 “대면보고도 하고, 또 필요하면 독대도 하고 전화통화도 하고, 이렇게 여러 가지 다양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대면보고를 조금 더 늘려나가겠으나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 “대면보고해서 의논했으면 좋겠다 하면 제가 언제든지 만나서 얘기 듣는다”, “이렇게 말씀을 드려야만 그렇다고 아시지, 청와대 출입하시면서 내용을 전혀 모르시냐”고 반문했다.

박 대통령 7시간 행적과 관련해 유일하게 간접적인 질문을 한 곳은 외신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는 “외신기자가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기소로 재판까지 받고 있다, 언론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목소리도 있다”며 국가보안법 재검토 의사가 없느냐고 질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각 나라마다 사정이 똑같을 수가 없다, 미국의 사정이 있고 중국의 사정이 있고 한국의 사정이 있고, 그래서 이런 국가의 취약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 나라에 맞는 법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남북이 대치한 이런 특수한 사정에서 우리나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법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는 거기에 맞추어서 지금 법이 진행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산케이신문 소송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연합뉴스
 

설훈 의원은 이 같은 박 대통령의 답변에 대해 “하나마나한 답변만 한 것”이라며 “산케이신문 보도에 대해서는 뭐라도 얘기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윤회 문건을 모두 허위문건이라고 단정하고, 김기춘 실장과 세 명의 비서관 경질 불가 입장을 밝힌 박 대통령에 대해 설 의원은 “정윤회 파동으로 나라가 얼마나 들썩였느냐”며 “그렇다면 적어도 그 결과를 처리 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설 의원은 “비서관이 작성한 공식문건이 어떻게 지라시냐”며 “이 문제를 책임져야 할 김기춘 실장과 3인방을 처리하겠다고 최소한 밝혔어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기자회견은 아무런 준비없이 나온 것 같다”며 “국민들이 알고 있는 것, 생각하고 있는 것을 박 대통령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오로지 자기 주장만 한다는 것을 드러냈다. 이런 기자회견을 대체 왜 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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