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골칫덩이가 돼 버렸다. 물론, 이 방송사의 정권 편향성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었다. 취재를 하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MBC는 분명 ‘답이 안 나오는 문제’였다. MBC에 대한 외부 비판도, 관심도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졌다. 

피해가족을 ‘공격’하는 공영방송

편향 언론이 희대의 재난사고를 마주했다. 사고 피해자를 직접 ‘공격’할 수 있음을 드러냈다.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오보를 시작으로 MBC는 유가족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보도를 쏟아냈다. 실종자 가족 조급증이 잠수사 죽음을 불렀다는 보도, 유민아빠 사생활을 들추는 보도,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을 ‘불법’ ‘이념충돌’ 싸움판이라고 폄하한 보도 등등. 

이 방송사 대주주인 방문진의 차기환 이사, 고영주 감사는 유가족 활동을 폄훼하고도 새누리당 추천을 받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정됐다.

<관련기사① : “MBC가 또?” MBC의 세월호 보도 WORST 4>
<관련기사② : 일베글 퍼나르던 방문진 이사가 세월호 조사위원?>

   
▲ 세월호 유가족 80여 명과 이들을 지지하는 언론시민단체 관계자들은 8일 오후 ‘MBC 보도행태 규탄 및 선체인양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도연 기자)
 

세월호 피해가족들이 상암동 MBC를 직접 찾았다. 자신들이 요구해서 단원고 학생 대입 관련 ‘특별전형’ 제도가 수용된 것이 아님을 눈물로 호소했다. 경찰 병력 300여 명은 이미 MBC 사옥을 둘러친 상태였다.

그 벽을 뚫고 어렵게 전달된 유가족들의 서한(공정보도 요청 및 면담‧사과 요구 등이 담긴 서한)은 이진숙 보도본부장이 아닌 안전관리팀 관계자 손에 넘겨져야만 했다. 현재까지 MBC는 이와 관련해 어떠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관련기사③ : 세월호 유가족 MBC 항의방문…나오지 않은 이진숙 본부장>

남 탓하기 바쁜 MBC

MBC는 고립되고 있다. 각종 언론매체 신뢰도‧영향도 조사에서 ‘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애칭 ‘마봉춘’보다 ‘엠XX’이라는 누리꾼의 비난이 더 자연스럽달까. 법원도 과거 MBC가 구성원들에게 내린 징계의 부당성을 잇따라 인정하고 있다. MBC를 비판하는 글을 자사 게시판에 올렸던 기자, 김재철 사장을 풍자하는 방송을 내보낸 라디오 PD 등 정직을 받았던 언론인들에 대한 징계가 위법하다는 판결이 속속 나오고 있다. 

MBC 경영진은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외부 세력이 개입한 탓으로 돌린다. 대표 사례로 지난해 비공개 업무현황보고에서 안광한 사장은 언론노조를 “외부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이들이 발목을 잡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해졌다. 최근 손해배상 재판에서 노혁진 편성국장도 ‘언론노조 MBC본부와 비슷한 논조를 지니고 있어 미디어 전문지들은 신빙성이 없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 

   
▲ 안광한 MBC 사장(왼쪽에서 5번째)과 경영진이 지난 2일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2015년 시무식 및 신년하례회를 열었다. ⓒMBC
 

그의 말대로 미디어 전문지들이 비슷한 논조인 까닭은, 낙하산 사장 부임 이후 MBC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그만큼 비상식적이며, 언론의 공정성‧독립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데 있다. MBC는 가리키는 달은 보지도 않고 손가락만 탓하고 있는 셈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직접 항의 방문했다는 사실이 MBC의 현주소 아닌가.

<관련기사④ : 황우석 사태 보도 한학수PD “왕갈비 축제 기획…허허”>

진실의 목소리 찾아주길

언론노조 MBC본부 집행부가 3월 교체된다. 이성주 본부장이 이끈 10기 집행부는 ‘로우키’(Low-key) 집행부였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조용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전 집행부가 파업을 강행했고, 구성원들이 무수한 징계를 받았기에 내부를 추스르는 시간이 필요했을 터.  

차기 집행부는 오롯이 박근혜 정부의 시간 속에서 임기를 마치게 된다. (박근혜 잔여임기는 3년) 고로 노조위원장을 찾는 일도 지난할 것으로 보인다. 누구든 올곧은 이들의 목소리를 한곳으로 묶는 일에 매진했으면 한다. 어디에서 누가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시청자·시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말이다. 적어도 흉기는 막아야 하지 않겠나. 

   
▲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2012년 7월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방송센터 D스튜디오에서 열린 업무복귀 보고대회에서 ‘MBC프리덤’을 함께 부르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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