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몰카 시계를 구입하면서 일반 시계를 구입한 것처럼 실제 물품과 식별명이 다르게 등록해 관리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용도가 의심스러운 제품이나 고가의 물품 구입 사실을 감추기 위해 물품취득 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조달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대통령 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물품취득원장’ 분석한 결과 청와대가 직접 구매한 물품의 절반 이상이 식별명과 다른 것을 확인했다.

청와대는 지난 2012년 12월부터 2014년 9월 30일까지 모두 3320개 물품을 취득했다. 이중 조달청을 통해 구입한 물품은 2059개로 모두 자산명과 식별명이 일치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직접 구입한 물품인 1261개 중 62%인 779개의 물품은 자산명과 식별명이 다른 것으로 나왔다.

최 의원이 지난해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밝힌 청와대의 시계형 몰카도 식별명은 일반 손목시계로 등록돼 있었다.

청와대는 시계형 몰카 남성용 JW700과 여성용 모텔 JW3500 2개를 구입했지만 물품취득원장에는 시계회사 ‘오리엔트’가 만든 일반 남성-여성용 손목시계를 구입한 것으로 나와 있다.

최 의원은 “청와대 제2부속실이 시계형 몰카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 것을 감추기 위해 마치 일반 손목시계를 구입한 것처럼 허위로 식별명 및 식별번호를 부여했을 가능성이 큰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물품 자산명과 식별명이 다른 제품에는 고가의 제품이 많이 포함돼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일례로 청와대는 고급가구를 제조 수입해 판매하는 '한국가구'라는 곳에서  39개의 가구를 5천5백여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그런데 식별명과 식별번호는 모두 중소기업 다른 브랜드의 가구를 구입한 것처럼 물품취득원장을 작성했다.

또한 청와대는 ‘YJ리클라이너 0708’이라는 식별명의 휴식용 의자를 구입했다고 했지만 실제 '코브라윙T 리클라이너'라는 제품을 구입했고 취득단가도 식별명의 제품은 40만원이었지만 실제 구입 제품은 179만원에 달했다. 같은 식별명의 의자도 어디에서 사용하는지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어다. 교육문화수석 및 대변인실에서 사용하는 리클라이너 의자는 34만3000원이었지만 대통령비서실장실에서 사용하는 리클라이너 의자는 무려 2백2십4만6천원에 달했다.

청와대는 ‘유니데코’가 만든 휴지통 및 크리넥스함 4개를 구입하면서 식별명은 쓰레기통 등으로 표기했는데 취득단가는 한 개에 90만2000원으로 나타났다. 호두나무를 수조각으로 깎아만든 휴지통 및 크리넥스함도 식별명으로는 단순 쓰레기통으로 표기하고 93만600원에 구입했다.

   
▲ 청와대가 실제 구입한 의자와 서류상 등록돼 있는 의자의 가격이 다른 내용.
 

물품목록정보법에 따르면 하나의 물품은 하나의 식별번호를 매겨야 하고 목록화(식별번호 미부여)되지 않은 물품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조달청장에게 목록화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해 요청해야 한다고 나왔다. 청와대가 법을 위반한 것이다. 

조달청이 구입한 물품은 모두 실제 구입한 자산명과 식별명이 모두 일치했는데 유독 청와대가 구입한 물품만 식별명이 다른 것은 물품 구입에 석연치 않는 이유가 있음을 보여준다. 

최 의원은 “도대체 청와대가 무엇을 감추려고 법까지 위반하며 수상한 물품과 고가의 물품을 사들였는지 의문”이라며 “박근혜 청와대의 이해 못 할 비밀주의와 폐쇄주의가 빚어낸 결과”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구입한 물품을 공개하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최 의원이 청와대 헬스기구 구입내역을 요청하자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의 건강 관리는 대통령의 사생활과 관계된 부분이라 저희들이 공개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최 의원이 지난해 11월 헬스기구를 포함해 청와대 구입 물품 내용이 담긴 ‘물품취득원장’을 조달청으로부터 자료를 입수하자 김상규 조달청장이 의원실까지 찾아와 담당직원의 실수였다며 자료를 되돌려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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