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해고자들의 오체투지행진 현장에서 경찰이 기자를 사칭하며 무단 채증을 하다 적발됐다. 경찰이 자신의 소속과 성명을 밝히지 않고 시민을 상대로 동의 없이 촬영 하는 것은 형법상 직권남용과 경찰관직무집행법 위반에 해당한다. 

구로경찰서 정보과 직원 최아무개씨가 7일 오전 11시께 '쌍용차 해고자 전원복직 정리해고 철폐를 위한 오체투지 행진단'의 오체투지를 무단으로 촬영하다가 현장에서 적발됐다. 적발되기 전까지 최씨는 행진단과 함께 이동하며 DSLR카메라로 노동자들이 행진하는 모습을 수차례 촬영했다. 

최씨의 이 같은 무단 채증은 법 위반이다. 경찰청 예규 제472호(채증활동규칙)는 채증에 대해 ‘각종 집회·시위 및 치안현장에서 불법행위자의 증거자료 확보를 위함’, ‘불법 또는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을 촬영, 녹화 또는 녹음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날 오체투지 행진은 사전에 신고를 했으며 경찰 안내하에 진행됐다. 

 

 

국가인권위도 지난 해 4월 “경찰은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을 확대해석해 채증 활동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면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집회 참가자가 불법행위를 하지 않은 경우 동의를 구하지 않는 채증 활동은 초상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최씨는 이 날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채증을 했다. 경찰이 자신의 소속과 성명을 밝히지 않고 불심검문을 하거나 범죄자가 아닌 시민을 상대로 동의 없이 촬영하는 것은 형법상 직권남용과 경찰관직무집행법 위반에 해당한다. 최씨는 이 날 사복을 입고 입었으나 옷과 카메라 어디에도 경찰임을 알 수 있는 표식은 없었다. 

나아가 그는 기자와 행진단 참가자들이 신분을 묻자 기자라고 사칭도 했다. 그는 이날 오전 11시께 구로역에서 신도림역 가는 방향 신호등에서 미디어오늘 기자가 신분을 묻자 "오마이뉴스 기자"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취재 기자가 같이 오지 않았냐. 취재 기자는 어디에 갔냐"라고 묻자 "잠시 어디 갔다"라고 답했다.  

   
7일 오전 서울 구로경찰서 정보과 소속 최** 경찰(오른쪽)이 쌍용자동차 전원복직과 비정규직법 철폐를 촉구하는 오체투지 현장에서 '오마이뉴스' 기자를 사칭하며 불법 채증을 하던 중 현장에서 그 사실이 들통나 권영국 변호사(왼쪽)가 소속과 이름, 지시한 사람 등을 묻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후에 그는 행진단 참가자와 권영국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가 있는 자리에서도 "(오마이뉴스 기자라고) 말한 적은 있다"며 "오늘 신분증은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계속 기자 신분을 사칭했다. 하지만 수차례 신분증 확인을 요구하는 등 행진단 참가자들이 반발하자 "(기자 사칭) 한 적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구로경찰서 정보과장은 "우리 정보과 직원"이라며 "정보과 직원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채증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진단은 "구로경찰서가 보인 불법행위와 불법을 비호한 정보과장의 행태에 우려를 표한다"며 이훈 구로경찰 서장 등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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