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40)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동생 조현민(31) 대한항공 전무가 언니에게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는 지난달 31일 한겨레 보도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한겨레는 이날 법원과 검찰 관계자 전언을 통해 “조 전무는 언니인 조 전 부사장이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한 17일께 ‘반드시 복수하겠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는 조 전 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검찰이 이 사건과 관련해 주고받은 메시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어 “조 전무가 누구를 ‘복수’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며 “다만 조 전 부사장이 겪고 있는 상황과 관련된 사내 인물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같은 내용의 한겨레 보도가 나간 후 대다수 언론이 조 전무의 ‘복수 문자’와 관련한 사안을 후속으로 보도했다. 조 전무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한겨레 등의 언론보도 내용과 관련해 사과 글을 올렸다.

   
▲ 지난달 31일자 한겨레 9면.
 

하지만 한편에선 조 전무가 조 전 부사장의 위법 사실과 관련된 당사자가 아닌데 수사상 확정되지도 않은 정보를 검찰이 공개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이며, 이를 이용해 언론이 보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새드개그맨’이라는 필명의 팟캐스터는 인터넷 매체 슬로우뉴스를 통해 “수사와 무관한 사적인 내용은 압수물을 관리하는 검찰과 법원에 의해 공개돼서는 안 되는데 오히려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며 “문자 정보의 법적인 성질은 수사를 통해 밝힐 일이지 언론에 미리 유출해서 ‘마녀사냥’을 벌일 내용은 전혀 아니므로, 이는 국가기관에 의한 명백한 사생활 침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해 휴대폰 압수와 카카오톡 감청으로 피의자의 지인이라는 이유로 사건과 전혀 무관하게 피의자와 나눈 문자와 카톡 대화가 검찰이나 법원에 의해 공개돼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며 “공권력이 자행하는 사생활 침해를 아무렇지 않게 묵인한다면 조씨 자매가 우리 사회에 끼친 해악보다 훨씬 더 큰 해악을 우리 자신에게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겨레가 검찰 등 관계자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를 기사로 쓴 것에 대해선 “땅콩 회항 사건에 관한 국민적 관심(비판 여론)이 팽배해 있는 와중에 이런 ‘건수’(특종)를 보도하지 않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직접 확인하지도 않은 한 개인의 사적인 정보(문자 대화)를 그저 국민적인 관심이 있는 사건 피의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보도하는 것은 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희철 한겨레 사회부장은 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조 전 부사장이 검찰 수사를 받고 영장 청구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계속 이어졌고, 조현민 전무는 대한항공에서 광고와 커뮤니케이션 등 굉장히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는 오너 집안의 딸”이라며 “조 전무 본인이 쓴 ‘반성문’을 통해 알고 있던 것과 전혀 다른 ‘복수하겠다’는 말은 내부자 등 누군가를 겨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이를 종합해 볼 때 충분히 보도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강 부장은 언론 보도가 결과적으로 한 개인에 대한 과도한 마녀사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누리꾼들이 무슨 근거로 얘기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나름의 취재보도준칙이 있고 신문이 정하는 윤리강령에 벗어날 어떤 내용도 기사에 쓰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 부장은 또 조현아 사건이 검찰의 국면전환용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알려진 것처럼 이 사건 수사는 조 전 부사장의 부적절에 행위들에 대한 여러 제보를 근거로 참여연대 고발로부터 시작됐다”며 “수사 착수 과정에서 국면전환을 위한 검찰의 노림수가 있었다는 주장은 자연스러운 추론이 아닌 것 같고, 검찰의 그런 기색이 있었다면 기사에서 우리가 지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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