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1일부터 활동을 하게 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위원장 이석태) 위원 인선이 완료됐지만 언론계는 여전히 여당 추천 고영주 차기환 변호사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들이 위원회의 독립성을 의무로 규정한 세월호 특별법의 취지와 걸맞지 않은 인물이라는 것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시민단체는 26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은 고영주 차기환에 대한 특조위 선임을 철회하라”고 규탄했다. 

언론단체가 이렇게 들고 일어난 까닭은 고영주, 차기환 변호사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현직 감사와 이사를 맡고 있다는 데 있다. 대표 극우 인사로 꼽히는 이들이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객관적으로 할 수 없으리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정파 논리에 치우쳐 훼방만 놓을 거라는 불신이 커지고 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시민단체는 26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은 고영주 차기환에 대한 특조위 선임을 철회하라”고 규탄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세월호 특별법(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제4조와 제5조를 거론하며 “이들의 과거 행적을 보면 정치적 중립을 전혀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이들은 MBC 관리감독기구의 임원인데 MBC를 망라한 세월호 보도의 공정성과 적정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세월호 특별법 5조는 위원회의 업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는 ‘세월호 참사 관련 언론 보도의 공정성과 적정성 조사’ 항목이 있다. MBC 공정성이 후퇴된 데에 책임이 있는 방문진 임원들이 세월호 국면에서의 MBC 보도를 제대로 조사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강 위원장은 “새누리당은 되레 정치적 중립을 파괴하려고 이와 같은 인사를 추천했다”며 “이들은 특조위 활동을 정파적으로 몰아갈 것이다. 새누리당은 당장 대국민사과를 해야 하며 선임을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조위 활동이 시작도 되기 전에 시민사회 우려가 이렇게 큰 까닭은 이들의 과거 행적에 있다. 고영주 방문진 감사는 20여년 간 공안분야에서 일한 공안검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이적성 규정, 한총련 이적단체 규정 등을 주도했다. 영화 <변호인>으로 잘 알려진 부림사건의 담당 검사이기도 했다. 

   
▲ 고영주 방문진 감사. (사진 = 연합뉴스)
 

고 감사는 지난 2012년 8월부터 방문진 감사를 맡고 있는데, 이사회에서 “선박 회사에 비판을 집중하는 게 아니라 정부를 왜 끌고 들어가는지 모르겠다”는 등 정부를 적극 두둔하는 발언을 쏟아내 입길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고 감사는 지난 11월부터 ‘통진당 해산국민운동본부의 상임위원장’을 맡으며 진보당 해산청구에 앞장섰다.

차기환 이사도 정치적 중립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고 평가받는다. 차 이사는 광우병 보도와 관련, 2009년 에 깊숙하게 개입하며 제작진을 흔드는 데 일조했고, 2012년 김재철 사장과 언론노조 MBC본부가 격렬하게 대립할 때는 김 사장을 적극 비호해 임기를 연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차 이사는 지난 7월 자신의 트위터에서 “세월호 일부 유족들의 요구가 너무 지나치다. 사망자 전원 의사자 인정(의사자 개념에 맞지 않는다), 피해자 형제자매까지 특례입학 인정, 유가족 평생 생활 지원을 요구하는데 진상규명에 동의하는 여론을 저 무리한 요구에 동의하는 걸로 확장 해석하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며 왜곡된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5월 차 이사가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비방하는 ‘일베’ 글을 지속적으로 퍼나른 사실을 보도했다. 차 이사는 “여성을 비하한다든지 특정 지역에 대한 비하라든지 누군가를 폄하하는 (일베)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다만, 주요 언론에서 놓치는 뉴스, 네티즌의 사실 발굴, 공적 인물의 말바꾸기 등과 관련해 리트윗할 때 있다”라고 했다. 

<관련기사 : MBC방문진 이사, 박원순 비방 ‘일베’ 글 퍼날랐다

   
▲ 차기환 방문진 이사. (사진 = YTN)
 

차 이사는 세월호 유가족 폭행 사건에서 대리운전기사 측 변호를 맡는 등 유가족과 이해관계에 있어 특조위원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완기 민언련 대표는 “차 이사는 유가족 폭행사건에서 대리기사 쪽 법률대리인”이라며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인사가 세월호 진상규명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 진실을 은폐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이성주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고 감사와 차 이사는 바른 말을 하려는 이들에게 ‘종북딱지’를 붙이는 데 여념 없던 인물들”이라며 “지방선거, 세월호 국면에서 이들의 언론 노출이 두드러졌는데, 박근혜 정부의 잔여 임기 동안 또다시 한자리를 맡으려 뛰고 있는 것 같다. 한국 사회를 더 강고하게 종북논리로 몰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본부장은 “새누리당은 어떤 생각으로 특조위에 이들을 추천했느냐”며 “국민들을 바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인사다. 공당으로서 자격을 상실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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