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부동산 3법 처리에 합의한 것을 두고 한 경제지는 ‘명품 아파트’ 등장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경제지 내에서도 경기 침체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부동산 3법의 시장 영향력에 의문을 던지는 곳도 있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분석과 함께 이뤄져야 할 전·월세 거주자인 서민에게 미칠 영향 분석은 엉뚱하게 엇갈렸다.  

여야는 24일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주택법 개정) △초과이익환수제 3년 유예(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법 개정) △재건축 조합원 1인 3주택 복수 분양 허용(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 등 내용을 담은 부동산 3법을 합의하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처리했다. 

이번에 합의된 부동산 3법은 정부·여당의 요구에서는 한 발 물러섰지만 야당 입장에서는 얻은 것이 하나도 없는 졸속 합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투기 길을 열었을 뿐 집 없는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경제는 24일 1면 머리기사와 3면에서 이 소식을 전하며 과도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 프레임을 내걸었다. 한국경제는 1면과 3면 머리기사에서 각각 <부동산 불씨 ‘마지막 카드’ 살렸다>, <전국 18만 재건축 아파트 ‘세금폭탄’ 피했다…도심 정비사업 ‘탄력’> 등 재건축 시장 활성화에 기대를 거는 쪽에 비중을 실었다. 

   
▲ 한국경제 3면.
 

한국경제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로 “세금 폭탄을 피하게 됐다”고 했다. 한국경제는 재건축으로 발생하는 개발 이익 중 초과하는 일부를 정부 재원으로 걷는 것을 두고 ‘세금 폭탄’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웠다. 

한국경제는 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대상자인 부동산 부자를 ‘세금 폭탄’의 피해자로 둔갑시켰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로 혜택을 보는 이들은 서울 개포지구와 반포·잠원동 등 서울 강남권을 포함한 전국 18만4000 가구(수도권 10만7000가구)다. 한국경제는 이들을 ‘세금 폭탄’의 피해자로 둔갑시키면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로 그들이 얻게 될 이익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대한 기대는 ‘명품 아파트 등장’이라는 말로 압축했다. 한국경제는 “아파트 분양가격은 땅값과 건축비, 물가 등에 연동돼 제한을 받아 왔다”며 한 익명의 대형건설사 마케팅 담당 임원을 인용해 “고품질 주택 분양이 잇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머니투데이는 24일자 신문에서 부동산 3법이 정부·여당 바람대로 ‘강남 재건축’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지 물음표를 찍었다.  머니투데이는 “재건축 시장을 옥죄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 매일경제 4면.
 

하지만 “부동산 3법 처리가 재건축 시장에 당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 만큼 섣불리 투자에 나서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가계부채 등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데다 금리인상 여부 등 주택시장의 변수도 여전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머니투데이는 또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비롯해 고가 신축아파트”를 이번 부동산 3법의 수혜지역으로 꼽으면서도 “집값 상승폭이 큰 강남권이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해 부동산 경기 활성화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매일경제는 24일 1면과 4면에서 부동산 3법 합의안을 다뤘다. 매일경제는 그러면서 “부동산 전문가들이 9·1대책으로 한두 달 반짝 효과를 보인 뒤 다시 침체에 빠졌던 부동산 시장 불씨를 되살릴 기회를 잡았다며 반가워했다”고 총평을 대신했다. 

재건축 단지 활성화는 있는 데 서민주거대책은…?

여야가 합의한 부동산 3법안은 철저하게 재건축 단지 등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야당이 요구했던 전·월세 주거대책은 내년 2월 국회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초 요구했던 전·월세 주거대책을 하나도 얻지 못하면서 ‘새누리당 이중대’, ‘반민생 정당’ 등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전국세입자협회·참여연대·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 등 시민단체와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려한 대로 양당은 전·월세 세입자의 고통은 뒷전으로 미루고 부동산 부자와 투기세력의 이익만을 위해 부동산 3법 개악에 한 목소리를 냈다”며 “반면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을 뼈대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양당은 보란 듯이 외면했다”며 양당의 부동산 3법 합의안을 규탄했다.  

경제지 중에서는 매일경제와 머니투데이가 서민주거안정 대책에 초점을 맞췄으나 논조는 상당한 거리감을 보였다. 

매일경제는 국회가 전월세 대책과 적정 전·월세 전환율 상정 등에 대한 논의를 하기로 한 것에 대해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매일경제는 “가뜩이나 전세난이 심각한 데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이 오히려 시장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매일경제는 이어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을 통해 “전·월세 전환율을 지나치게 낮추거나 사적인 영역인 임대료 책정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면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며 “내년 2월 이후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면 전·월세 시장이 매우 불안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 머니투데이 3면.
 

머니투데이는 같은 안에 대해 “서민의 주거불안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3법이 처리되면 서울 강남 중심의 재건축 사업은 활기를 띄겠지만 재건축 이주수요와 저금리에 따른 집주인의 월세 선호 현상에 따라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 가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국회 논의에 대해서도 불안감을 전했다. 머니투데이는 여야가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 설치에 합의한 것이 전부로 전·월세 전환율 인하폭 미정, 실효성 미비, 정부·여당의 강력 반대 등을 이유로 전·월세 대책 도입 여부가 논의돼도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이번 합의된 내용은 결국 그동안의 정부 기조대로 부동산시장 활성화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며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에 맞춰 전·월세 가격관리나 계약안정화 방안도 같이 나왔어야 하는 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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