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크리스마스 시즌에 딱 맞는 영화가 있을까?

김재환 감독의 <쿼바디스>.

< 트루맛쇼 > 로 대중이 미디어를 통해 비쳐지는 이미지에 얼마나 쉽게 현혹되는지, 그리고 그런 대중을 미디어는 얼마나 쉽게 조작하는지를 까발리고, 에서는 17대 대선 당시의 선거 캠페인을 통해 대통령 출마 후보들과 유권자 모두 당시 당선자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MB'에 대해 각자 어떻게 추억하고 정산할 것인지 생각하고 실천할 것인지를 물은 김재환 감독이 이번 작품 <쿼바디스>에서 다루는 것은 교회다.

‘쿼바디스’는 네로 황제의 폭정이 극도에 다다르던 시절, 로마 총독 빌라도에 의해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혀 처형당한 후, 그 가르침을 전하러 제국의 심장인 로마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베드로가 겪은 일화에서 비롯된 물음이다. 박해를 피해 로마를 떠나려던 베드로가 자신이 지나온 길을 향해 가고 있는 예수를 만나 "주여, 어디로 가십니까?(Quo vadis, Domine?)"라고 묻자, "십자가에 다시 못 박히러 로마로 간다."는 예수의 대답에서 깨달음을 얻은 베드로는 발길을 돌려 로마로 되돌아갔고, 바로 순교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억압과 박해가 있는 곳, 믿음을 저버리지 않으면 목숨을 잃게 되는 곳, 그곳이 바로 교회가 있어야 할 자리라는 가르침은 가혹하다. 이주민들, 노예들, 여성들처럼 시민권이 없는 이들도 모두 귀한 하느님의 자녀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지배자들에게는 위험하고 불온한 사상으로 여겨졌고, 대화재로 혼란에 빠진 로마의 정치적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한 희생양으로 많은 이들이 순교하게 되었다.

그러나 압제자 네로는 쫓겨나고, 그리스도교는 로마의 국교가 되었고, 이후 유럽 지역의 중심종교가 되었고, 정치와 문화를 아우르는 통치 이데올로기가 되었으며, 전세계에 퍼져나가 보편적 신앙이 되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도서관이 없는 동네는 있어도 교회가 없는 동네는 거의 없다. 대형 교회, 작은 교회, 오래된 교회, 개척 교회... 참으로 많은 교회가 있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도 많다.

   
▲ 영화 <쿼바디스> 포스터
 

<쿼바디스>는 이런 상황에서 묻는다. 교회를 다닌다는 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러 가는 것인지, 아니면 교회 건물에 경배하러 가는 것인지를. 믿음이 그리스도의 말씀에 있지 않고 목사의 권위와 교회 자산인 부동산 크기에 달려 있는 것인지를.

거리나 지하철에서 불교 승려에게까지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부르짖는 공격적 전도, 북한 김정은이 물려받았다는 백두혈통도 아닌데 목사 집안끼리 세습되는 교회 권력과 재산, 삶을 거룩하게 가다듬어야할 성직자들의 섹스 스캔들, 세속의 탐욕과 부정부패를 꾸짖는 대신 정치권력과 한통속으로 썩어 들어가는 유명 목사들, 그런 교회에서 희생과 섬김이 아니라 부귀영화를 기원하는 신도들...

이런 한국 교회에 예수 그리스도가 오신다면 신도들은, 목사들은 그분을 알아볼게 될까? 그분은 그런 교회를 자신의 성전으로 인정하고 거기 깃드실 수 있을까? 신도들은 궁전 같은 규모와 장식을 한 교회 건축에 역사하는 재물이 아니라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라는 가르침을 따를 수 있을 것인가?

<쿼바디스> 첫 장면은 서초동에 새로 들어선 초대형 교회인 사랑의 교회 신축 문제로 시작해서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탈세·배임 문제,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의 성범죄 문제 등을 실제 자료 화면과 인터뷰를 통해 조목조목 파헤진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대형 교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담임직 세습과 전별금 문제 등까지 짚어낸다.

그러다보니 기독교계는 '한국교회언론회'를 통해 영화를 상영하려는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에 조직적으로 공문을 보내 <쿼바디스>의 상영을 중단하라고 압력을 행사하면서 더 큰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 교계의 '조직적인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쿼바디스>는 이미 개봉 전 후원자를 위한 순회 상영회나 언론시사회 때부터 시사회 장소로 예정되었던 멀티플렉스의 일방적인 취소 통보 때문에 갑자기 장소와 시간을 바꿔야 했었다. 그리고 개봉 직전인 지난 6일에는 사랑의 교회가 '설교영상 무단 사용과 이미지 훼손'을 이유로 영화의 일부분 삭제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 영화 <쿼바디스> 스틸컷
 

그러다보니 <쿼바디스>는 멀티플렉스가 아닌 예술영화관을 중심으로 10여개 개봉관을 확보해 지난 10일 개봉했다. 김재환 감독은 관객 1만 명이 넘으면, 수익금 3000만원을 부실채권을 매입해 소각하고 불법추심으로 고통 받는 채무자들에게 희년을 선물, 경제교육을 통해 새로운 삶을 지원하겠다는 ‘희년함께’의 부채탕감운동에 전액 기부하기로 약속했고, 지난 22일 마침내 관객 만 명을 넘어섰다.

법적인 아버지가 아닌 성령으로 잉태되었다는 예수 그리스도는 권력자의 학살 위협에 살던 곳 베틀레헴을 떠나 타국인 이집트로 피신하던 길에 마굿간 말구유에서 태어난 난민이었고, 목수의 아들로 자랐으니 노동계급이었으며, 보수기득권자인 율법학자들과 맞서 싸우는 개혁운동가였고, 로마 제국주의 권력에 저항하는 혁명가였으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아우르는 공동체를 이끈 사회운동가였다.

기독교가 ‘개독’이라는 비아냥거리가 되는 세태에서 기독교의 정신을 돌아보고, 진정한 신앙인의 자세와 교회의 역할을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성탄의 의미가 될 것이다. 팔레스타인 땅 높다란 장벽 안에 고립된 베틀레헴의 예수 탄생 교회 벽에는 테러리스트가 쏘아댄 총알 자국이 선명하고, 으리으리한 한국 교회 건물에서는 하느님이 아니라 돈을 섬기는 자본과 권력의 탐욕이 넘실댄다. 그러니 그런 교회를 향해 ‘주여, 어디로 가십니까?’라고 묻고 또 물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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