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초유의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사태의 주요 등장인물은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소속 검사들, 그리고 이정희 전 대표 등 통합진보당 의원들 및 변호인단, 9인의 헌법재판관이다. 하지만 이 사태에는 숨은 등장인물이 있다. 고영주 케이엘씨 변호사다.

공안검사 출신의 고영주 변호사는 ‘통진당 해산국민운동본부’(국민운동본부)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3차례의 통합진보당 해산 청원서를 직접 작성했다. ‘법무부가 청원서를 베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법무부의 해산심판청구 이유에는 고 변호사의 주장이 다소 포함돼 있었다. 또한 그가 이끄는 국민운동본부는 해산 이후 진보당 당원 전체를 국보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고영주 변호사는 20여년 간 공안분야에서 일한 공안검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이적성 규정, 한총련 이적단체 규정 등을 주도했다. 영화 <변호인>으로 잘 알려진 부림사건의 담당 검사이기도 했다. 그는 <변호인>으로 부림사건이 용공조작 사건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던 올해 1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부림사건은 공산주의 건설을 위한 명백한 의식화 교육사건”이라며 사건 조작 등을 부정했다. 하지만 지난 9월 대법원은 부림사건 재심청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그의 조선일보 인터뷰는 거짓말 논란을 낳기도 했다. 고영주 변호사는 부림사건의 피고인인 이상록씨가 자신에게 ‘지금은 우리가 검사님한테 조사받고 있지만 공산주의 사회가 오면 우리가 검사님을 심판할 것’이라 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변호인>의 실제모델인 고호석씨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전혀 사실이 아닌데 돌아가신 것을 악용해 사실인 것처럼 애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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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변호사는 2006년 서울남부지검장을 마지막으로 검찰을 떠났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그는 퇴임 후 보수단체들의 활동에 법률 자문을 하고 활동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고, 이명박 정부 들어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 12월 19일자 조선일보 인터넷뉴스 갈무리
 

고 변호사는 2012년 8월부터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감사를 맡고 있다. MBC의 김현희(KAL기 폭파범) 인터뷰가 논란이 됐을 때도 그가 있었다. 그가 감사로 임명된 직후 KAL기 폭파사건에 대한 2003년 보도에 불만을 제기했고, 여당 이사들이 이에 동조하면서 MBC가 김현희 인터뷰를 잡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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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주 변호사는 새누리당 추천으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위원을 맡고 있다. 그가 임명됐을 때도 논란이 일었다. 고 변호사가 방문진 이사회에서 “선박 회사에 비판을 집중하는 게 아니라 정부를 왜 끌고 들어가는지 모르겠다”는 등 정부를 두둔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대표 우파인사라 할 수 있는 고 변호사는 지난 11월부터 ‘통진당 해산국민운동본부의 상임위원장’을 맡으며 진보당 해산청구를 주도했다. 그는 이미 민주노동당 해산 청원을 제기한 경험이 있다. 고 변호사는 1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퇴직한 후 7년 넘게 추진한 통진당 해산문제 등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우리말을 들어주어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극우매체 뉴데일리는 고 변호사를 ‘통진당 해산 주역3인방’으로 꼽았고, 조선일보 역시 그를 ‘숨은 주역’이라고 평가했다.

고 변호사는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번 해산결정에 대해 “법리적으로 당연히 9대 0이 되었어야 하는데 어떻게 기각 의견이 나올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 변호사는 진보당 당원을 국보법으로 고발한 것에 대해 “민노당과 통진당이 주장한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철폐, 국가보안법 폐지 연방제 통일 등은 북한의 대남적화혁명 전략인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 혁명노선’에 따른 것으로 다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며 “그간 정당이라는 보호막에 가려져 있던 문제들을 검토해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 고영주 변호사. 사진=연합뉴스
 

그는 이어 “(당원 전부가) 기소된다고 생각하고 한 것이 아니고 반국가단체적인 성격을 가진 단체라는 걸 알고 가입해서 활동했느냐가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가 특정할 수 없기에 검찰에 확인해달라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보당 해산을 계기로 보수단체의 고발이 이어지면서 ‘공안몰이’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영주 변호사는 “공안몰이니 색깔론이니 그런 말 할 필요 없다”며 “국보법 아닌 사람이 처벌 받는다던지 해야 공안몰이라는 말이 성립하는데 요즘 그런 세상 아니지 않냐. 간첩들도 다 무죄 받고 풀려나는 마당에 억울하게 처벌받는 일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죄진 사람 처벌해달라는 것이고 죄 안 지었으면 처벌 안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해산될 정당이 또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고 변호사는 “여태껏 민노당과 통진당만 검토해서 그 외 다른 정당이 있는지 검토는 안 했다”고 답했다. 그는 “새정치연합의 경우 통진당 해산을 반대하고, 통진당이 국회에 진출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기에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있다”며 “(종북인 것을) 알면서 지원한 것인가에 대해 나중에 밝혀지든지 해야 (해산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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