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돌 고려대학교 교수가 지난달 28일 주임교수직을 자진사퇴했다. 강 교수는 해고된 강사에게 강의를 주자는 의견이 거부당하자 이 같은 결정을 했다. 평소 노동과 대안경제 등에 관심을 기울여 온 강 교수는 “고려대가 진리와 정의, 자유를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면 학사행정, 대학의 모습, 교과과정에 이러한 모토가 일관되게 반영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가 맡았던 주임교수직은 통상 2년 단위로 운영된다. 강 교수의 임기 종료는 내년 1월 혹은 2월이다. 그러나 강 교수는 최근 경영학부 내 교수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김영곤 강사 강의 개설 요청’ 투표 결과에 반발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강 교수는 김 강사 해고무효 소송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김영곤 강사는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경영학부에서 지난 2005년 2학기부터 2012년 2학기까지 7년간 강의 했으나 지난 2012년 11월 계약이 만료됐고 재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학교측은 “학과에서 추천하지 않아”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학교측과 김 강사는 매학기 계약을 갱신해왔다. 

하지만 김 강사는 학교 측의 입장은 ‘허울’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해 자신이 벌인 행동들이 학교 측의 눈 밖에 났기 때문에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는 고려대에서 강의를 시작한 이듬해인 2006년부터 현재까지 학내와 국회 앞에서 천막 농성을 하는 등 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촉구해왔다. 

   
▲ 김영곤 고려대 비정규교수
 

김 강사는 계약을 맺지 못하자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반복적으로 근로계약을 갱신해왔으며 전공과목을 강의하는 등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한만큼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에 해당’ 한다는 것. 그러나 지노위와 중노위는 이를 모두 기각했고 1심 행정법원에서도 패소했다. 

지난달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고려대가 김 강사와의 계약 갱신을 거부한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은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15학기 동안 별다른 문제 없이 강의를 했으며 근로계약 또한 갱신됐다는 점에서다. 

이에 강수돌 교수는 지난 달 26일 경영학부 교수들을 상대로 “경영학부/경상대학 차원에서 촉탁강사 위촉 요청을 하자”는 제안을 했다. 강 교수는 지난달 고려대 대학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학교에서 경영학부에서 강의 개설 요청을 안 해서 안 된 것이라고 한다면 개설 요청을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투표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밀투표에 결과 다수가 강의 배정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교수는 대학원 신문에 “현직 교수들이 시간강사 문제 내지는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석·박사 과정 학생들의 장래 문제에 대해 심각하고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한편으로는 학교와 본부와 갈등을 일으키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 시간강사들의 싸움을 지지하는 학생대책회의는 “교수들도 재단이나 대학본부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따라서 총장이 직접 결단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영곤 강사는 “교수들은 자기검열이 강하다”며 “강수돌 교수께는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대학 시간 강사는 지난해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통과되면서 4대 보험 등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교육공무원법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교원으로 인정받을 수 없으며 사립대에서도 교원으로 인정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등의 한계는 여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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