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은 여전히 논리적인 의문점이 남아 있다. 또한 헌재재판관들의 구성이 지나치게 편향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헌재에는 공안검사 출신만 2명이며 사실상 대통령·여당 추천 몫의 재판관도 7명에 달한다.   

조선일보는 이번 판결에 대해 민주주의 후퇴라는 비판이 나오자 ‘민주주의가 죽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직접 여론조사를 실시, 3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통합진보당 해산을 찬성했다고 보도했다. 

국내원자력발전소의 도면 등 내부 기밀자료들이 인터넷에 유출되는 해킹 사건이 일어났다. 언론들은 북한 소행일 수 있다며 바람잡기에 나섰다. 

다음은 22일자 전국 종합일간지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헌법·민주주의 근간 흔드는 ‘8대1’ 헌재 체제>
국민일보 <정부 비웃는 해커, 원전도면 또 공개>
동아일보 <원전 기밀 ‘줄줄’…정부는 ‘깜깜’>
서울신문 <남북 정상 꽉 막힌 ‘대화의 문’ 열까>
세계일보 <북 테러지원국 미, 재지정 검토>
조선일보 <“진보, 또 종북 감싸면 공멸”>
중앙일보 <통진당 해산, 찬성 64% 반대 24%>
한겨레 <헌재 재판관 구성부터 ‘기울어진 저울’>
한국일보 <진보정치의 거듭나기, 지금이 기회다>

통합진보당 주도세력은 누구인가

한겨레는 4면 기사 <기준 모호한 ‘주도세력’ 내세워 10만당원 활동 싸잡아 “위헌”>에서 헌재 결정문의 논리적 모순을 지적했다. 

한겨레는 “헌재 결정의 논리를 단순화하면 ‘①북한을 추종하는 주도세력이 당을 장악해 ②북한식 사회주의라는 숨은 목적을 ③폭력을 동원해 달성하려 했기 때문에 통합진보당은 위헌 정당이다’로 요약된다”고 전했다. 

   
▲ 한겨레 22일자 4면 기사
 

결정문에 나오는 ‘주도세력’이라는 표현은 이번 해산 결정을 가능하게 한 ‘만능 열쇠’다. 17년 전 해체된 민혁당 조직원 및 당시 함께 활동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별다른 근거 없이 ‘지금 현재’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주도세력으로 간주됐다.

130여명이 참석한 모임에서 나온 발언을 10만여명이 속한 정당의 활동으로 본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많은데, 헌재는 여기서도 “모임이 주도세력에 의해 개최된 점”을 결정 근거의 하나로 들었다.

또한 헌재는 진보당의 목적이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강령인 ‘진보적 민주주의’의 숨은 목적이 북한식 사회주의라고 봤다. ‘ㄱ과 ㄴ이 유사하니 ㄱ이 ㄴ을 추종한다’는 단순 추론이다. 

헌재는 이번 사건에서 ‘비례 원칙’을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진보당의 활동이 구체적·실질적 위험이 있어 강제 해산의 이익이 해산으로 인해 침해되는 가치보다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근거가 없었다. 

경향신문은 ‘주도세력’의 모호성과 함께 헌재가 밝힌 ‘구체적·실체적 위험’의 근거가 빈약하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2면 기사 <헌재 결정의 ‘논리적 문제점’>에서 “헌재가 밝힌 구체적·실질적 위험의 기준은 ‘폭력·무력 사용’이었다”면서 “하지만 내란음모 사건은 유죄가 확정되지 않았다. 결국 비례대표 부정경선과 이를 둘러싼 당내 폭력 사건이 ‘정당을 해산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구체적이고 위험한 폭력성’의 근거가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재판이 민사재판 논리로 진행된 점도 의문이라고 경향신문은 지적했다. 헌재는 지난해 6월 국회에 “정당해산심판절차에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명시해달라”며 헌재법 개정을 요청했다. 통합진보당 변호인단도 형사재판 방식을 요청했다. 하지만 헌재는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재판관 합의’로 민사재판 방식을 선택했다. 

대통령·여당 몫이 사실상 7명 

이번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은 헌재 인적 구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일보는 2면 기사 <정권 두 번 잡은 진영이 헌재 장악 가능…구성 쏠림 고칠 필요>에서 “통합진보당 해산이 헌법재판소 재판관 8(인용) 대 1(기각)이라는 압도적인 다수 의견으로 결정되면서 헌재의 편향적인 재판관 구성이 다시 공론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한국일보 22일자 2면 기사
 

6년 임기의 헌법재판관은 대통령이 3명, 대법원장이 3명, 여당이 1명, 야당이 1명, 여야 합의로 1명을 선출하게 돼 있다.

대통령이 뽑는 3명의 재판관에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을 더하면 9명 가운데 위헌을 선언할 수 있는 6명의 정족수가 채워지게 된다. 

여기에 여당 몫까지 합치면 7명이라는 절대 다수의 재판관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이번에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린 8명 중 6명이 보수 정권인 현 정부와 이전 이명박 정부 진영에서 임명했다. 

보수 정권이 두 차례 연속 집권에 성공했고, 이런 체제에서 지명된 재판관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게 된 구성상 정권 성향과 반대되는 결정을 기대하기는 애초에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앞으로 ‘보수 성향의 헌재 구성’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한철 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이 2017년 가장 먼저 임기가 끝나는데, 이들의 후임은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한 양승태 대법원장의 몫이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 국제적 망신?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문은 국제 헌법재판소라 불리는 베니스위원회의 평가를 받게 됐다. 

경향신문은 2면 기사 <베니스위원회 ‘헌재 해산 결정문 요청…’국제적 비판‘ 가능성>에서 “세계적으로 정당해산심판 사례가 극히 드문 데다 지난 13일 강일원 헌법재판관이 아시아인 최초로 베니스위원회 헌법재판공동위원장에 선출되면서 진보당 해산심판에 대한 베니스위원회 내의 주목도는 더욱 높아졌다”고 전했다. 

   
▲ 경향신문 22일자 2면 기사
 

베니스위원회가 1999년 발표한 ‘정당의 금지와 해산 및 유사 조치에 관한 지침’은 정당에 대한 규제는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하고, 특히 정당해산은 극단적 조치는 반드시 최후의 수단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당의 금지 또는 강제해산은 민주적 헌법질서를 전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폭력의 사용을 주장하거나 폭력을 사용하고 이를 통해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권리와 자유를 손상시키는 정당의 경우에만 정당화할 수 있다”,  “정당에 의해 권한을 부여받지 않은 구성원들의 개별적 행위에 대해 전체로서 정당에 대해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 등이다. 

경향신문은 “이 지침을 감안하면 진보당 해산을 결정한 헌재의 다수의견은 베니스위원회로부터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중론이다.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일부 관계자들의 국가보안법 처벌 전력 등을 주요 근거로 해산을 결정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조선일보의 궤변 “민주주의 안죽었다”

조선일보는 4면 기사 <민주주의가 죽은게 아니라…통진당 자주파 세력이 진보를 죽였다>에서 ‘주도세력’의 개념이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건 결국 ‘주사파’라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헌재는 결정문에서 통진당 핵심 당직자들의 과거 전력을 상세하게 기술했다.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당 3역, 최고위원들 대부분이 민혁당이나 민혁당 지원조직, 이석기 RO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이어서 통진당과 이들을 분리해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 조선일보 22일자 4면 기사
 

결정문에 따르면, 이석기·이상규·김미희 전 의원은 모두 경기동부연합 출신으로 민혁당 관련 조직원이었다. 김재연 전 의원은 이석기 내란 관련 회합에 참석해 스스로 경기동부연합 일원으로 지칭한 것으로 묘사돼 있다. 

오병윤 전 의원은 민혁당 조직원이 주요 구성원으로 활동한 광주전남연합 출신으로 이적표현물인 '김일성 선집'을 소지했던 것으로 헌재는 밝혔다. 유선희·민병렬 전 최고위원은 민혁당 내지 민혁당 하부 활동가 조직의 조직원이었다. 통진당 강령 제정을 주도한 박경순 전 진보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민혁당 조직원이었고, 최기영 전 정책기획실장은 일심회 사건에 연루돼 처벌받았다.

중앙일보 여론조사, 64%가 해산 찬성

중앙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통진당 해산 결정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찬성한다”고 답한 비율은 “매우 찬성한다”(45.4%)와 “대체로 찬성한다”(18.4%)를 합쳐 63.8%로 나타났다.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에서도 41.4%의 찬성 응답이 나왔다.

   
▲ 중앙일보 22일자 머리기사
 

연령대별로 보면, 60대이상이 80.7%로 가장 높았고, 50대 74.0%, 40대 60.9%, 20대 52.2%이다. 30대는 반대가 48%였고, 찬성 비율은 중앙일보 기사에 나와 있지 않았다. 

“‘통진당은 종북 세력인 이 전 의원과 지하혁명조직 등이 주도하는 정당으로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협이 된다’는 헌재 결정의 근거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69.3%가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통진당 소속 지역구 의원들의 의원직 상실 결정에 대해선 “정당의 존립 근거가 위헌으로 결정됐기 때문에 지역구 의원도 의원직을 내놓는 게 당연하다”는 답변이 55.8%, “유권자가 뽑은 의원들은 무소속으로 활동할 수 있게 했어야 한다”는 답변이 38.8%로 조사됐다.

해킹은 무조건 북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문서유출을 주도했다고 주장하는 ‘원전반대그룹’은 21일 오전 1시32분쯤 트위터에 4건의 자료를 올려놓았다. 고리2호기의 밸브 도면, 원전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인 MCNP5와 BURN4 매뉴얼이다. 

‘원전반대그룹’ 트위터 사용자는 “이런 식(폭로 무시하기)으로 나오면 아직 공개 안한 자료 10여만장도 전부 세상에 공개할 것”이라며 “고리 1,3호기, 월정 2호기를 크리스마스부터 가동 중단하라”고 했다. 

한수원은 “추가로 공개된 자료는 기밀문서가 아니라 기존에 공개된 자료와 비슷한 수준의 일반 기술자료”라면서 “원전 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 동아일보 22일자 3면 기사
 

동아일보는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내부 기밀자료들을 인터넷에 유출하고 있는 ‘원전 해커’가 북한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관계당국이 촉각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을 ‘원전반대그룹’으로 지칭한 원전 해커는 21일 트위터에 원전 내부 설계도 등 한수원 내부 기밀자료를 추가로 공개하면서 ‘청와대 아직도 아닌 보살…’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851자 분량의 위협 메시지를 올렸다.

동아일보는 “‘아닌 보살’은 시치미를 떼고 모른 척한다는 뜻의 말로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속담으로 올라 있지만 북한에서 훨씬 자주 쓰이는 표현”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해커가 수사의 혼선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북한식 표현을 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해커는 위협 메시지의 끝 부분을 ‘하와이에서 원전반대그룹’이란 말로 맺으며 자신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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