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받은 근로계약서는 빈칸이 뚫린 백지계약서였습니다.”(맥도날드 역곡점 해고노동자 이가현씨)

“손님이 적다는 이유로 합의한 근로시간이 깎입니다. 손님 없으면 집에 가라는 통보를 받습니다.”(목동일대 맥도날드 알바 노동자)

“4시간 되었을 때 화장실 갔다오고 싶고,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 같은 진상손님들 왕으로 모셔드리면서 까지 돈 벌어다 주는데 제발 있는 법이라도 지켰으면 좋겠습니다.”(1호선과 2호선이 만나는 곳에 있는 맥도날드 알바 노동자)

대표적인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가 근로계약서 작성부터 강제조퇴인 꺾기, 임금체불 등 최소한의 근로기준법도 지키지 않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알바노조는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맥도날드 청담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해당 조사에는 맥도날드 전현직 아르바이트(알바) 노동자 1625명이 응했고 이 중 현직은 981명이다. 

먼저 근로계약서를 받아본 적이 없다는 응답은 전체의 52%에 달했다. 근로계약서는 체불임금, 부당해고 등 다툼이 발생한 경우 중요한 기준이 된다.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17조에 따라 임금, 근로시간, 휴일 등 근무조건이 담긴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해 노동자에게 교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같은 법 114조에 의거해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급을 떼였다는 응답도 22%,에 달했다. 특히 24시간 배달업무를 맡는 ‘라이더’ 직종의 임금체불(30%)은 전체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알바 노동자들은 임금체불의 가장 큰 이유는 실제 근무 시간과 월급에 반영된 근무시간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44%)이라고 응답했다. 연장·야간·주휴 수당 등 미지급도 28%에 이른다. 

실제 근무시간과 월급 반영 근무시간의 차이에 대해 알바노조는 “지문인식기로 출퇴근을 관리하지만 실제로는 매니저가 임의로 근무시간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목동일대 맥도날드 알바 노동자는 “조작 현장을 목격하고 참담함을 느꼈다”며 “알바생의 임금에 손을 대는 것은 훔치는 행위다. 알바생의 근무시간을 조작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특히 맥도날드에서는 ‘꺾기’가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 중 꺾기를 당했다는 응답은 64%에 달했고 자신을 당하지 않았지만 동료가 꺾기 요구를 받았다는 응답도 9%에 이른다. 꺾기란 강제퇴근을 의미하는데 가령 매장에 손님이 없다는 이유로 근무시간보다 늦게 출근, 일찍 퇴근 하는 경우가 여기 속한다. 바쁜 매장의 경우 임의대로 초과근무를 시키는 경우도 있다.

하루 8시간, 주 60시간을 채우지 않기 위해 꺾기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근로기준법은 4시간 근무에 30분 휴식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휴게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3시간 30분만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주 60시간 이상 일하게 되면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주휴수당 등을 지급해야 한다. 1주 동안 규정된 근무일수를 다 채우게 되면 일을 안 하더라도 하루 임금을 추가로 지급받을 수 있다. 

   
18일 오전 서울 맥도날드 청담점 앞에서 열린 아르바이트노동조합 (알바노조)의 맥도날드 근로실태 설문조사 발표 기자회견은 체감온도 영하15도의 추위 속에서 진행됐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 9월15일 발생한 이른바 ‘맥도날드 알바 부당해고 사건’을 계기로 시작됐다. 당시 맥도날드 역곡점에서 근무하던 이가현(21)씨는 맥도날드의 꺾기 등을 알바노조에 제보했고 이후 점장은 “노동조합 활동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이씨에게 해고를 통보했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이씨는 지난 12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알바노조는 “이번 조사를 통해 맥도날드 불법관행의 윤곽이 확인됐으며 더 이상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을 막고 싶다면 문제해결을 위해 알바노조와 교섭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맥도날드 전국 매장을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할 것이며 나아가 다른 패스트푸드 업계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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