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사우회인 조우회 ‘송년의 밤’ 행사기사에서 볼 수 있는 조선일보 내부의 은밀한 권력관계. 조선일보 전 회장인 방우영 상임고문이 상왕으로서 지위와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송년회 기념사진과 기사내용. 기념 떡 자르는 장면에서 방 상임고문은 한 가운데서 칼을 잡고 있는 반면, 방상훈 사장은 맨 바깥쪽에서 선 모습. ‘장유유서’의 모습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부속기사의 내용에서 보면, 권력 서열은 더 잘 드러난 듯. “조선일보에서는 방우영 상임고문, 방상훈 사장, 김대중 고문, 변용식 발행인, 강천석 논설고문, 송화영 주필 등이 참석했다.” 기사내의 호명 순서는 단순한 나이가 아니라 조선일보 내의 권력 서열임을 해석할 수 있는 대목.

이런 권력 서열관계는 ‘극우’와 ‘보수’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조선일보 논조의 혼조 양상과도 무관치 않다는 것이 전직 조선일보 간부의 분석. ‘자본주의 4.0’ ‘통일은 미래다’ 등 국가미래전략 아젠다가 방상훈 사장 중심의 조선일보를 말한다면 시도 때도 없이 ‘반공의식’ 고취하는 극우기사와 칼럼은 방우영 상임고문을 정점으로 한 김대중 고문 등 원로그룹의 조선일보라는 것. 장강의 앞 물결은 뒷 물결에 밀려나겠지만, 아직까지 조선일보는 앞 물결에 뒷 물결이 끌려가는 듯한 모습.

   
조선일보 12월 18일자 35면 기사 
 

○…오늘자 조선일보 특집섹션 <고객이 가장 추천하는 기업> 등은 광고 잘해 줄만한 기업들 홍보성 기사들로 구성됐는데, 기자라면 누구라도 별로 내키지 않을 기사들. 역시나 해당 기사들 ‘바이라인’ 보니 조선일보 본지의 ‘완생’들이 아닌 ‘미생’, 조선비즈·조선뉴스프레스 등 자회사 기자들. 목구멍이 포도청인 현실, 아무튼 조선일보의 ‘미생’들 힘내길.

   
조선일보 12월 18일 특집섹션 Best CEO
 

 

[다시보기 팔불취 : 12월 17일] ‘소귀의 경읽기’하는 조선일보, 이번엔 통할까?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극심한 국정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대통령에 대한 조선일보의 안타까움은 날이 갈수록 깊어져. 거의 매일 사설과 칼럼을 통해 대통령의 통치스타일 변화와 청와대의 인적개편을 촉구해오던 조선일보. 급기야 오늘부턴 <청와대부터 쇄신하라> 기획기사 시리즈를 시작하며, 1면 머리기사 제목을 ‘청와대부터 쇄신하라’고 올리며 강한 압박. 사설에선 이러다가 ‘핵심지지층’ 떨어져 나간다는 압박까지. 박 대통령의 핵심지지 그룹인 조선일보도 등 돌릴 수 있다는 경고일 듯. 이런 조선일보의 경고가 ‘소귀에 경읽기’가 될 지 아니면 통하는 ‘충언’이 될지, 일단 연말 연초 개각과 청와대 인적쇄신 폭 봐야 할 듯.

   
 
 
   
 
 

○…<北 작년 1인당 소득 138만원…南의 4.8% 수준> 남북한의 경제력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통계청의 통계자료를 인용한 조선일보 기사. 체제 경쟁에서 더 이상 북은 남의 경쟁상대가 안 된다는 건 주지의 사실로 정보 자체로는 전혀 새롭지 않은 의미의 기사. 하지만 조선일보의 해당기사는 다른 언론사들의 동일 내용 기사와 달리 눈여겨볼 차별점 보여. “남한과 북한간의 경제력 차이가 커질수록 통일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북한의 시장화 정책을 정부가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한 기업 경제연구소 연구원의 코멘트를 덧붙인 것. 짧지만 통일을 지향해야 할 남북관계개선의 핵심적 정책방향을 이야기한 것. ‘통일이 미래’라는 조선일보의 ‘미래전략 아젠다’도 잘 반영한 기사일 듯. 하지만 이런 기사가 조선일보 지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 시도 때도 없이 남북대결의식 고취시키는 기사보다 남북관계 개선과 현실인식에 도움될 미래지향적 기사 더 자주 보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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