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는 늘 언론과 함께했다. 하지만 2014년의 오보는 예년보다 참혹했다. 기자는 기레기로 불렸다. 현장에서 쫓겨났다. 속보경쟁은 오보를 양산하고 있다. 무차별적 받아쓰기도 문제다. 사실 확인이 부족했던 오보도 있었다. 사심 가득한 오보도 있었다. 미디어오늘이 2014년 법원 판결로 오보가 확정됐거나 언론사가 스스로 오보를 인정한 사건 가운데 주요 오보 7건을 추렸다. 오보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2014년 ‘문제의 기사’도 정리했다. 2015년에는 부디 2014년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편집자 주>

1위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
4월 16일 오전 11시경. 언론은 “경기안산단원고등학교 사고대책본부는 세월호에 타고 있던 2학년 학생과 교사 전원이 구조됐다고 오전 11시 5분 해경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오후 2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탑승객 477명 중 368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오후 3시, 중대본은 368명이 아닌, 180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보도를 믿고 있던 실종자가족들의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언론은 중대본을 비판하며 자신들의 ‘사실확인’ 책임을 비껴갔다. 오후 4시, 탑승인원 476명, 생존자 174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16일자 석간 문화일보·내일신문은 “수학여행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는 내용을 실었다 17일자에서 사과문을 냈다. 언론은 정부 발표를 너무 쉽게 믿었다. 속보경쟁이 빚은 ‘오보참사’였다.

   
▲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화면 갈무리.
 

4월 17일 YTN은 “오늘 낮 12시 반쯤부터 공기주입이 시도되고 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해양수산부는 산소 공급 장치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KBS는 4월 18일 오후 4시 30분경 자막을 통해 ‘구조당국 선내 엉켜있는 시신 다수확인’이란 속보를 내보냈다. 그러나 선내진입 성공 보도는 선내진입 실패로 정정 보도됐다. 국가재난주관방송마저 실종자 가족을 농락했다. 되돌릴 수 없는 오보참사는 결국 길환영 KBS사장의 사퇴로 이어졌다. (관련기사=<세월호 참사, 언론은 ‘오보 참사’>) 

2위 MBC ‘신경민 막말’ 보도, 2년 소송 끝에 대법원 “오보”  

   
▲ 2012년 10월 16일자 MBC '뉴스데스크'.
 

2012년 10월 16일 MBC <뉴스데스크>는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이 특정 방송사 간부들에 대해 막말을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특정 방송사 간부는 다름아닌 MBC였다. 2년 뒤인 2014년 10월 15일, 대법원은 MBC가 신 의원에게 2000만원을 배상하고 정정보도하라고 확정 판결했다. 재판부는 “출신지역과 지방대학 출신임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도 있었다”는 MBC뉴스의 사실적 주장이 왜곡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언론 출판의 자유를 누리는 언론사가 언론사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스스로 자신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보도를 하는 경우라면 보도의 공정성을 준수할 의무가 더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MBC간부진 여러분, 명심하시길. (관련기사=<그들은 어떻게 MBC뉴스를 사유화 했나>)

3위 朴대통령,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 나선다? 

   
▲ 5월 30일자 YTN 보도.
 

YTN은 5월 30일 박근혜 대통령이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할 경우 한국도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고 새벽 5시경 보도했다. 북한의 핵무장에 맞서 한국도 핵무장을 하겠다는 선언으로, 세계적 파장을 나을 만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YTN 특파원이 월스트리트저널 본문에 나온 ‘주변국’(Neighbors)을 잘못 해석한 결과 빚어진 오보 참사였다. 북한 핵실험이 주변국 핵무장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말을 한국의 독자적 핵무기 개발로 오역한 것이다. YTN은 즉각 공개 사과했다. 당시 오보를 두고 YTN의 한 기자는 “고등학생도 이런 식으로 번역하지는 않는다”며 부끄러워했다. (관련기사=<‘핵무기 개발’ 오보, 신뢰 구멍 뚫린 YTN 뉴스>)

4위 부서진 문짝 두고 ‘北 무인기 발견’ 

   
▲ 5월 14일자 문화일보 1면.
 

5월 14일 연합뉴스·문화일보 등이 청계산에서 북한 무인기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화장실 문짝이었다. 문화일보는 <또 무인기…이번엔 청계산>이란 제목의 1면 기사에서 관련 사실을 보도했다. 그러나 합동참모본부 확인 결과 플라스틱계 소재의 문짝이었다. 한참 북한 무인기로 나라가 시끄럽던 때, 확인 없는 경쟁적 취재가 불러온 오보였다. 군 당국의 성급한 발표도 문제였다. 당시 합동참모본부는 긴급브리핑을 열고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비행체를 발견해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해 오보의 진원지가 됐다. 군도 언론도, 문짝을 무인기로 믿고 싶었던 결과다. (관련기사=<문화일보, 부서진 문짝 두고 ‘무인기 발견’ 오보>)

5위 MBC 홍보자료가 방통위 품질평가로 ‘둔갑’ 

   
▲ 10월 17일자 MBC '뉴스데스크'.
 

MBC는 10월 17일 오전 “조사기관 나이스R&C에 의뢰해 2014년 1차 프로그램 품질평가를 실시한 결과 ‘왔다! 장보리’가 방송3사 중 프로그램 품질평가 1위, ‘이브닝뉴스’가 뉴스 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다”고 홍보자료를 냈다. 한 인터넷 매체가 낮에 이 자료를 보도하며 “MBC, 방송통신위원회 프로그램 품질평가 2관왕 등극”이라며 제목을 잘못 뽑았다. MBC <뉴스데스크>는 이 매체 기사를 근거로 17일 밤 “MBC가 방송통신위원회가 실시하는 2014년 1차 프로그램 품질평가에서 뉴스와 드라마 부문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방통위는 얼마나 황당했을까. 그리고 MBC 데스크는 과연 뭘 했을까. (관련기사=)

6위 1951년 미국 여객기 사고, 63년 지나 연합뉴스 속보로

   
▲ 6월 26일자 연합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연합뉴스는 6월 26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승객 39명을 태우고 뉴욕으로 향하던 미국 팬암 항공사 여객기가 라이베리아에서 실종됐다고 현지 언론 뉴데모크랏이 26일 보도했다. 이 항공기는 지난 24일 라이베리아의 찌는 듯한 정글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속보를 냈다. KBS 등 다수 언론사가 받아썼다. 그러나 이 사고는 1951년 6월 22일 발생한 사고였다. 연합뉴스 남아공 특파원이 아프리카사이트에 올라온 뉴스를 보고 쓴 기사로, 해당 사이트는 ‘고센 뉴스’(Goshen News)가 1951년 사고를 재조명한 기사를 그대로 전재하며 날짜만 ‘yesterday’라고 수정했다. 이를 연합뉴스가 속보로 착각했던 황당 오보다. (관련기사=<1951년 미국 여객기 사고가 연합뉴스 속보로?>)

7위 변리사 1인당 평균수입, 5억 5900만원 ‘뻥튀기’

   
▲ 변리사 수입 관련 언론보도 화면 갈무리.
 

국정감사 시즌이던 10월, 한 의원실에서 변리사가 전문직 소득 1위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수십여 곳의 언론사가 자료를 받아 “변리사의 2013년 1인당 평균 수입이 5억 5900만원”이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오보다. 1인당 연봉이 아닌 변리사 사무소의 평균 매출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한 사무소에 변리사가 여러 명 있는 경우도 있다. 인건비와 임대료 등을 빼면 실제 소득은 훨씬 못 미친다는 게 변리사협회 설명이다. 매년 국정감사 때 국회의원실에서 뿌리는 보도자료를 언론이 그냥 받아쓰는 경우가 많다.  오보는 세월이 지나도 반복되고 있다. 2009년에도 전문직 소득 1위가 변리사이며 연봉이 6억이라는 오보가 있었다. (관련기사=<언론에서 보도하는 통계, 거짓말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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